문제가 된 용인 땅의 1차 매입자로 알려진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53)이 그 주인공.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 회장이 ‘노무현식 표현’에 따르면 ‘호의적 거래’의 당사자 역할에 그치지 않고 권력내부의 ‘파워게임설’의 단초가 될 만한 발언을 연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강 회장이 현 정권 ‘부산 인맥’의 핵심인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과 조성래 변호사(부산정치개혁추진위원회 위원장)는 물론 노 대통령의 ‘정신적 아버지’라는 송기인 신부까지 격렬히 비판하고 나서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부에선 강 회장과 안희정 민주당 국가전략연구소 부소장 등 노 대통령 386 핵심참모들과의 친분관계를 들어 강 회장의 발언을 ‘부산인맥’과 ‘386 참모그룹’ 간 격돌의 산물로 보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 1백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 대통령은 강금원 회장의 물심양면 도움에 고마워했다고 한다. 임준선 기자 | ||
강 회장이나 ‘암투’의 당사자로 지목된 문 수석, 안 부소장 등이 “파워게임설은 한마디로 소설”이라고 부인하고 있기도 하지만 이 같은 분석에는 호남 출신으로 부산에서 1천억원대의 재산을 소유한 재력가인 강 회장의 이력과 캐릭터, 그리고 노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렇다면 강 회장은 어떤 인물인가. 전북 부안이 고향으로 전주공고를 졸업한 강 회장은 지난 75년 서울 성수동에서 영신염공이란 회사를 창립한 이래 줄곧 섬유업에 종사해온 인물. 그는 80년 부산으로 사업기반을 옮겨 현재의 창신섬유의 모태가 된 강원섬유를 설립했고 그 후 상호를 창신섬유로 변경했다.
창신섬유는 ‘캬라반 담요’로 지역사회에서 유명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패션분야와 무세균 섬유를 개발하는 등 첨단 제품 개발에도 영역을 넓히는 등 알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강 회장은 2년 전 충북 충주에 위치한 남강CC를 인수, 이름을 시그너스CC로 바꿔 경영하는 등 사업영역을 더욱 확대해 나가고 있다.
부산 정치권과 상공계에서 강 회장은 평소 입바른 소리를 잘하고 화통한 성격의 소유자로 정평이 나 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남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성격이지만 한 번 작정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란 평가도 나온다.
강 회장과 오랜 기간 인연을 맺어온 노 대통령의 한 386 측근은 “강 회장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열혈남아’다. 사고와 행동에 거침이 없고 자수성가한 사람 특유의 자신감과 담대함이 돋보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이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올해로 7~8년쯤 됐다는 것이 그의 주장.
강 회장은 최근 “노 대통령을 처음 만난 계기는 그가 부산 남천동 비치아파트를 팔려고 할 때 내가 사려고 방문했을 때다. 그 집은 내가 못샀는데 후에 부산 롯데호텔에서 전·현직 의원 모임이 있어 우연찮게 동석해 얘기를 하면서 어울렸는데 참 생각이 바르더라.
그때는 선거에서 떨어지고, 하여튼 참 별 볼일 없을 때였다. 그 후론 서로 만나 밤을 새우며 술도 마시고 토론도 하고 했다. 어떤 모임에 내가 가면 노 대통령은 나를 가리켜 ‘잔소리꾼 또 왔다’고 놀리면서 스스럼없이 지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지난 대선에서 자신의 활동과 관련,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도왔다. 아는 사람들에게 칼 들이대다시피 돈을 후원 받았고 ‘한나라당에 1억원이 가면, 노무현이한테도 1천만원이라도 후원하라’고 협박조로 얘기하기도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한 측근은 “노 대통령이나 강 회장은 만나면 서로 거리낌 없이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는 사이다. 특히 노 대통령은 강 회장이 아무런 조건이나 보답을 요구하지 않고 자신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데 대해 고마워했다. 노 대통령이 강 회장과 전화통화를 하거나 만나는 것을 곁에서 보면 서로 가족 이름까지 부르며 얘기할 만큼 친밀한 사이”라고 말했다.
실제 노 대통령은 3년 전 강 회장이 창신섬유 제2공장을 경남 양산시 웅상읍으로 옮길 때 직접 참석해 “나를 노조 지도자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열심히 정당한 방법으로 노력해서 부자가 된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내용으로 축사를 하기도 했다.
이 측근은 이 같은 강 회장의 캐릭터와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토대로 그와 ‘파워게임설’을 연계 짓는 분석을 반박했다.
그는 “강 회장은 말 그대로 ‘노무현 마니아’다. 누구의 사주를 받아 다른 누구를 공격하고 할 스타일이 전혀 못된다. 문 수석 등에 대한 비판도 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평가가 그다지 좋지 않고, 그 원인이 자꾸 측근이나 주변 문제로 비쳐지니까 갑갑한 심정에 한 것으로 보면 된다.
용인 땅 매입건도 배경을 물어보니 ‘내가 여유가 있고, 노 대통령이 대선 기간 중 그 문제로 고민하기에 그냥 샀다. 바가지 쓴 것도 아니고 사회복지 사업에 관심 있는 딸을 생각해서 샀는데 뭐가 문제냐’고 하더라. 강 회장은 그런 사람이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또 다른 지인은 그가 문 수석 등 ‘부산 인맥’을 비판한 것과 관련해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놨다.
그는 “강 회장은 문 수석과 조성래 변호사 등이 관여하는 부산 정개추가 ‘탈(脫) 호남’ ‘탈 민주당’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신당을 추진하는 데 불만을 갖고 있었다.
호남 출신인 강 회장으로선 지난 대선 기간 부산지역에 있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노 대통령을 돕는 데 앞장선 만큼 이들의 행태를 곱게 볼 리 없지 않는가. 그렇다고 강 회장이 민주당 구주류와 ‘코드’가 맞는 것도 아니다.
다만 강 회장은 노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이 못다한 동서화합을 이룩하기를 기대했는데 정권 초부터 부산에서 ‘호남 배제’ ‘호남 소외론’ 얘기가 나오니 불만을 가질 만도 했다.
강 회장은 특히 최근 부산 정개추의 한 인사를 만났을 때 그가 ‘지금이 어떤 세상인데 부산에서 전라도가 설치느냐. 이제 전라도 사람들은 다 나가라’고 얘기하는 것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고 토로하더라”고 말했다.
실제 강 회장은 지난달 초 청와대에서 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조 변호사 등 정개추 핵심인사들의 ‘반(反) 호남’ 행태가 민주당과 국정운영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과 문 수석 등 청와대 참모진들이 제대로 대통령을 보좌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이 반론을 제기하면서 두 사람간에 언쟁이 벌어졌고 후에 강 회장은 주변에 이날의 분위기를 “(노 대통령과) 한판 붙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회장과 안 부소장 등 노 대통령의 386 참모들 간의 관계가 일부 언론에 의해 실체가 왜곡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강 회장이 안 부소장과 송인배 민주당 경남 양산지구당 위원장 등 386그룹들을 도와 온 것은 분명하지만 말 그대로 후원관계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양측의 주장이다.
특히 강 회장은 ‘문 수석과 안 부소장 간의 권력 다툼 와중에 안 부소장을 돕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희정이가 여러모로 문 수석에 섭섭한 감정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내 나이가 몇인데 나이 어린 희정이 하수인 노릇을 하겠느냐”며 강하게 반박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