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놈의 인기’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으로 출근한 안철수 원장이 1500억 원 상당의 기부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유장훈 기자 doculove@ilyo.co.kr |
“총선 150석 찍고 청와대 입성이 목표.”
지난 11월 16일 안철수 교수의 한 측근이 사석에서 밝힌 포부다. 그는 “‘안철수 대통령 만들기’를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얼마 전 안 교수의 안철수연구소 주식 기부 역시 내부적으로 논의를 거친 것”이라고 귀띔했다. 현재 6명 정도가 대권전략 수립에 머리를 맞대고 있는데, 우선 신당 창당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 오후마다 종로구에 있는 한 고층 건물 2층에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다.
앞서의 안 교수 측근은 “정식 명칭은 없다. 그냥 수요일에 모이니깐 수요회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고…. 고정된 인원 외에 한두 명씩 추가로 오기도 한다”면서 “이 자리에서 이뤄진 스터디를 통해 나온 결과물을 정리해 안 교수에게 전한다”고 귀띔했다. 안 교수와 어느 정도 교감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로 해석할 만한 대목이다.
안 교수가 차기 대권 후보로 각광받으며 급부상하자 여의도에선 그의 ‘정치적 멘토’가 누구인지에 관심이 쏠린 바 있다. 법륜스님,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등이 공공연하게 거론됐으나 ‘안철수 사단’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이번에 <일요신문>이 포착한 안 교수 대권 프로젝트 모임엔 학계 시민단체 종교계 등 여러 분야 인사들이 골고루 포진돼 있었다. 또한 안 교수와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한 개인사업자와 전직 국회의원도 간혹 모습을 드러낸다고 한다. 해당 국회의원은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철수-박원순 타협’에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안 교수 측근은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유명인도 있지만 그동안 전혀 노출이 되지 않은 인사들도 있다. 모두 안철수라는 이름을 믿고 모인 것”이라면서 “안 교수 캐릭터가 여의도 정치와 잘 융화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안 교수 측 움직임에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안 교수 본인은 아무런 의사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미 정치의 중심에 있다고 봐야 한다. 안 교수가 과연 정치판에 뛰어들 것인지, 또 그렇다면 언제 어떤 방법으로 할 것인지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와 차기 주자 지지율 1위 자리를 놓고 경쟁하고 있는 박근혜 전 대표 진영 역시 안 교수 측 행보에 레이더를 세우고 있다.
기자로부터 관련 내용을 전해들은 한 친박 중진 의원은 “누가 그 모임에 나오느냐” “무슨 얘기들이 오가느냐” 등과 같은 질문을 쏟아낸 뒤 “정치권 속성상 이제 안 교수도 발을 빼기가 힘들 것 같다. 쉽게 말하면 혼자 살겠다고 자기를 따르는 수많은 측근들을 내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박 관계자는 “안 교수가 직접 나오든 혹은 서울시장 선거처럼 누구를 지원하든 우리로서는 달갑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응은 그만큼 친박 측도 안 교수를 위협적인 라이벌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 안철수 원장이 지난 10월 24일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캠프를 방문해 지지의사를 표명하는 모습. 유장훈 기자 |
안 교수 측근은 “‘서울시장 박원순, 대통령 안철수.’ 서로 공개적으로 말은 안했지만 둘이 서로 악수할 때 이심전심으로 통하지 않았겠느냐. 그동안 사회활동을 활발히 해온 박 시장으로부터 여러 노하우나 사람들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종로에서 열리는 대권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인사들 중 일부도 원래는 박 시장 라인이었다”고 말했다. 야권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취임 이후 이명박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을 놓고서도 향후 안 교수의 대권 가도에 힘을 보태주기 위한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 교수 측은 일단 신당 설립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그 시기는 늦어도 내년 2월 중순경이 될 것이란 전언이다. ‘안철수 신당’에 참여 제안을 받고 수락했다는 한 정치인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보 보수와 같은 이념으로 뭉치는 것이 아니다. 안 교수는 뭔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하고 가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안 교수가 기성 정치권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안 교수도 직접 여러 인사들을 접촉하며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벌써부터 안철수 신당에 참여할 것이 유력한 인사들 명단이 돌아다니고 있는데 여기엔 그동안 한나라당이 영입하고자 했던 김난도 서울대 교수, 나승연 평창동계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 신경민 전 MBC 기자 등도 오르내리고 있다. 안 교수 측근은 “지금 이대로라면 안철수 깃발 아래 엄청난 인사들이 헤쳐모여 할 것이다. 나중에 면면을 한 번 보라”면서 “안 교수가 내년 1월에 낼 에세이집에 담긴 메시지를 잘 살펴보면 신당의 기본 방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정당과는 조직, 운영 등 모든 면에서 다를 것”이라고 전했다.
신당은 ‘공정’을 최우선 슬로건으로 내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공정사회’를 표방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과연 ‘안철수 식 공정’은 어떤 형태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안 교수 측은 신당 추진을 마무리한 뒤 안 교수가 대표를 맡아 전면에 나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1월 에세이집 출간→신당 설립→안철수 대권 선언’, 이 3단계가 순조롭게 이뤄지면 내년 총선에서 엄청난 파급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바람 때문이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는 “안 교수는 원래부터 베스트셀러 저자였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초대형 히트작이 나올 것이다. 이 기세를 몰아 정치권에 뛰어들 경우 아마 그 어떤 이슈도 ‘안철수 신드롬’을 밀어내진 못할 것으로 본다. 박근혜 전 대표가 상당히 고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교수 측 역시 ‘안풍’이 예상대로 불 경우 원내 1당을 차지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서도 안철수 신당이 성공적으로 출현할 경우 수도권 압승은 기본이고 영·호남, 충청지역까지 세를 뻗칠 것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안 교수 측근은 “인물은 바람을 못 이긴다는 말이 있다. 안풍이 불면 다른 정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우리가 승리할 것”이라면서 “고착화된 지역 구도를 깰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안 교수 측이 총선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최종 목표인 대권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다. 안 교수 측근은 “우리의 1차 관문은 어차피 야권 통합후보 선정이다. 우리가 원내 1당이 되면 당연히 안 교수 정치적 입지가 공고해져 유리하지 않겠느냐. 야권과 시민단체 등 모든 세력이 자연스레 안 교수 추대에 합의하는 게 최고겠지만 그렇지 않을 것이라면 최대한 힘을 결집해야 한다. 총선 필승을 다짐하는 것도 이런 의미”라고 말했다. 윤호석 정치컨설턴트도 “선거에서 바람도 이기는 게 바로 대세다. 신당의 성공은 바로 ‘안철수 대세론’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안 교수가 직접 출마를 하든 아니면 서울시장 선거처럼 누구를 밀어주든 내년 대선 향방은 그의 결심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고 점쳤다.
한편, 안 교수에게 신당 추진 및 대권도전 여부 등을 묻는 질문을 이메일로 보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안철수 vs 박근혜 대리전?
▲ 박근혜 전 대표(왼쪽)와 안철수 원장. |
우선 1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제작비가 들어간 <한반도>는 가상 통일된 상황을 배경으로 대한민국의 자원을 놓고 벌어지는 열강들의 암투 등을 다룬다. 그런데 이 통일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나오는 서명준이라는 캐릭터를 놓고 친박 측에서 문제를 제기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과학자에서 출발해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는 설정이 흡사 안철수 교수를 연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TV조선의 한 관계자는 “보는 이에 따라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안 교수의 대권 도전 여부가 관심거리로 떠오르기 이전부터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간 박정희>는 박근혜 전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담은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채널A 측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찬성과 반대를 떠나 그가 거인인 것만은 분명하다. 거인의 내면은 어땠을지 조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간 박정희>는 내년 3월부터 50부작 드라마로 방송될 계획인데 공교롭게도 대선 레이스와 그 시기가 겹치게 됐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한나라당 유력 주자인 박 전 대표 부친을 선거 기간에 그렇게 방영하는 것은 오해 소지가 있다. 더군다나 비교적 호의적인 내용이 방송될 것으로 알려져 있어 그 의도에 의심이 간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두 드라마의 시청률 싸움을 ‘안철수 VS 박근혜’의 대리전으로 지켜보는 시선도 있다. 한 친박 의원은 “‘방송은 방송일 뿐’이라는 말도 있지만 아무래도 시청률에 신경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다. 이왕이면 한반도보다는 인간 박정희가 높게 나왔으면 좋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재광 정치컨설턴트는 “이명박 대통령도 KBS 드라마 <야망의 세월>을 통해 인기를 얻지 않았느냐”면서 “만약 어느 한 드라마가 소위 말하는 대박을 칠 경우 지지율 상승효과로 이어질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