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곡동-타워팰리스(왼쪽), 삼성동-아이파크.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도곡동 타워팰리스는 최고가 아파트 시대를 열었다는 데서 그 상징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빈곤으로 자살하거나 숨진 사람들을 위한 위령굿과 추모집회가 열렸는데, 주최측은 빈부격차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부(富)의 상징’인 타워팰리스를 선택했다고 답했을 정도다.
타워팰리스의 위용은 그 가격과 세대수에서 나타난다. 타워팰리스는 1, 2, 3차로 나눠져 있으며 가구수는 총 2천6백 가구에 달한다. 현재 평당 3천5백만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층과 향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나지만 주력 평형인 68평형은 22억원 정도에 거래된다.
특히 3차는 69층으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주택으로 꼽힌다. 꼭대기층인 펜트하우스에서 밤에 보는 야경은 검은색 벨벳 위에 보석을 뿌려 놓은 것 같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은 인근 대치동 선경·우성·미도아파트와 압구정 현대·한양아파트 등 기존 고가 아파트에서 옮겨온 사람들이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때문에 입주 초 열린 주민 반상회에서 타워팰리스 주민 직업을 조사한 결과 거의 대부분이 의사, 변호사, 금융권 임원, 기업CEO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자영업으로 돈을 급격히 불린 사람들도 많이 찾고 있다. 이들은 매입하기보다는 전세를 선호해 최근엔 전세 거래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현지 타워팰리스 부동산 이성환 전무는 “매매와 전세 거래 비중이 1대5 정도”라고 말했다. 현재 전세가는 평당 1천2백만원선. 57평형이 7억원, 68평형이 8억5천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분당의 40평형대 아파트를 너끈히 살 수 있는 가격이다.
타워팰리스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한국 최고의 아파트에 산다는 자부심과 함께 철저한 보안시스템, 양재천, 학군과 교통 등 무엇하나 빠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편의시설은 다른 아파트와 격을 달리한다. 각 동마다 헬스클럽과 연회장이 마련돼 있고 외부 방문객용 ‘게스트룸’도 있다. 상가동에는 실내골프연습장과 사우나시설, 수영장 등이 갖춰져 있다.
인근 개포5단지에 살다가 타워팰리스 2차 68평형을 전세로 얻는 김아무개씨는 불과 반년만에 타워팰리스 예찬론자가 됐다.
대치동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김씨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층고가 높아 시원한 느낌이 들고 보안시설이 잘돼 있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며 “주차장에서 나올 때 몇십분씩 걸리고 환기가 안돼 청국장을 못 끓여 먹는다는 것은 시기심 어린 유언비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번은 입주민용 카드키로 초등학교 다니는 딸 아이가 단지 내 수영장에서 사먹은 아이스크림 값이 관리비에 청구돼서 나오는 것을 보고 타워팰리스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됐다”고 덧붙였다.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햇빛을 바로 받기 때문에 초여름부터 온실효과가 나타난다는 것. 때문에 여름에는 에어컨을 켜지 않고는 생활이 안될 정도다. 물론 전기비도 만만찮다. 일반 계단식 아파트와 달리 복도식 아파트처럼 한층에 10가구 정도가 함께 산다는 것도 아쉬운 점이다.
삼성동 아이파크는 총 가구수가 4백49가구에 불과해 타워팰리스보다 주목은 덜 받고 있지만 가격 면에서는 타워팰리스를 제쳤다.
평당 시세는 4천5백만∼5천만원선. 대표 평형은 73평형으로 조망이 확보된 15층 이상은 40억원을 호가한다. 물론 매물이 없어 실제 거래된 사례는 드물다. 25억원에 도장을 찍은 59평형이 가장 최근 거래된 사례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전세 거래는 간혹 이뤄지고 있다. 55평형의 전세가는 8억∼8억5천만원, 73평형은 12억원선이다.
아이파크가 이처럼 타워팰리스보다 높은 가격에 형성된 것은 넓은 녹지 공간과 뛰어난 조망 때문이다.
1만평의 대지 위에 불과 9백평 정도를 사용, 지상 23∼47층 3개동이 들어서 있다. 9천평이 넘는 공간이 녹지 공간으로 조성됐다.
15층 이상에서 보는 한강은 한편의 풍경화 같다. 동쪽에 S자로 한강이 있고 서쪽에 아이파크가 있어 해뜨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특히 73평형은 3면 조망이 가능해 한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주민들의 만족도는 타워팰리스보다 더 높다는 평가가 많다.
▲ 대치동-동부센트레빌(왼쪽), 이촌동-한강자이.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최고가 1, 2위를 다투던 아이파크와 타워팰리스 사이에 새롭게 끼어든 고가 아파트가 바로 대치동 동부센트레빌이다. 지난 2월 입주한 동부센트레빌은 평당 4천만원을 호가한다.
45평형이 17억∼18억원, 53평형이 19억∼20억원, 60평형이 24억∼25억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입주한 지 얼마 안돼 물건이 많지 않지만 부유층의 관심은 높아 최근 60평형이 25억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동부센트레빌의 강점은 중·대형 평형으로 구성돼 다른 아파트와 달리 입주민 수준이 유지된다는 것과 학군이 뛰어나다는 것을 들 수 있다. 동부센트레빌은 행정구역상 대치동에 위치해 있어 도곡동에 위치한 타워팰리스보다 학군이 낫다는 평가를 받는다.
단지 내 공간도 타워팰리스보다 한 수위다. 1만5천여평 대지에 불과 8백5가구만 들어섰기 때문에 개방감이 뛰어나다. 보행자와 차량 동선을 완전히 분리해 지상올 공원화해 실개천과 잔디블록, 야외공연장 등을 갖췄다. 동부건설이 ‘센트레빌’이라는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조경에 3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재건축 아파트로 건축비가 한정돼 있다는 한계로 인해 아파트 내부 시설이 타워팰리스나 아이파크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록 새 아파트의 등장으로 세인의 관심에서 다소 벗어나 있지만 기존 아파트인 선경·우성·미도아파트 역시 가격면에선 결코 고층 아파트에 뒤지지 않는다. 실제로 양재천 옆 우성아파트 45평형의 경우 18억∼19억원선에 시세가 형성돼 평당 가격이 4천만원을 넘는다. 이처럼 가격이 떨어지지 않는 것은 학군 덕을 보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이 세 곳의 아파트는 강남권에서도 과학고를 가장 많이 보낸다는 대청중학교에 배정된다.
개포동 남도공인 이창훈 사장은 “비록 주변에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지만 선경·우성·미도 주민들의 이동은 그리 많지 않다”며 “우성에는 사장이 많아 돈자랑을 하지 말고, 선경에는 교수들이 많아 학력자랑하지 말고, 미도에는 판·검사가 많이 권력자랑하지 말라는 옛 말이 아직 유효하다”고 전했다.
최고가 아파트 1, 2, 3등이 모두 강남구에 몰려 있지만 국세청이 발표하는 기준시가 총액 1위 아파트는 서초구에 있다. 지난 5월 국세청이 발표한 2005년 기준시가 총액 상위 아파트에 서초동 트라움하우스 3차 1백80평이 28억8천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연립주택 중에서도 트라움하우스 5차 2백30평형이 기준시가 32억8천만원으로 역시 1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아파트와 연립주택 두 부문에서 국내 가장 비싼 집으로 기록된 트라움하우스는 1, 2, 3, 5차 총 4개 단지로 구성됐다. 한 개 동의 가구수는 19가구 이하다. 때문에 지방자체단체로부터 분양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어 분양가격, 평형제한을 받지 않았다.
가구수가 적고 평형도 1백50평형 이상 초대형 평형이기 때문에 이곳 입주자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 다만 이곳 입주민들은 기존 초고층 아파트의 입주민과 달리 돈에 구애받지 않는 계층이라는 것. 초고층 아파트는 어느정도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 가수요가 있는 반면, 트라움하우스는 ‘산 가격이 파는 가격’이기 때문에 철저히 실수요자만 입주해 있다는 평가다.
정확한 시세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1백80평형이 40억원에 흥정된 적이 있어 평당 2천만∼2천5백만원선이 시세라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전언이다.
내부구조는 위치와 평형별로 들쭉날쭉한 주상복합과 달리 가로, 세로 3대2의 직사각형이어서 안정감이 느껴진다. 방은 평형에 따라 다르지만 트라움하우스 3차의 1백54평형의 경우 방이 6∼8개, 화장실 4개로 구성돼 있다. 가구당 주차대수는 6대.
보안도 초고층아파트 못지 않다. 유압식 출입문의 무게가 3백50kg에 달하고 외부와 차단하기 위해 집안에 엘리베이터가 가구마다 설치돼 있다. 입주자라도 엘리베이터를 이용, 다른 층에 갈 수 없고 한 사람이라도 탈 경우 다른 층에선 탈 수 없게 설계된 ‘직행노선’이다.
전용기 파이낸셜뉴스 기자 courag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