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값 2000억 원대 뚝’ 소문까지…티몬 “매각설 사실무근”
당초 티몬의 SI로 해외직구 플랫폼 ‘큐텐’과 토스 자회사인 ‘토스페이먼츠’가 거론됐다. 하지만 토스페이먼츠가 인수 의사를 철회했다고 전해지면서 큐텐 측이 티몬 지분 전량 인수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IB업계에서 흘러나온다. 그러나 티몬 측은 “사모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회사에 매각이나 투자, IPO(기업공개) 소식은 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매각은) 확정되지 않았고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티몬은 2010년 5월 국내 최초의 소셜커머스(SNS를 활용해 이뤄지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티켓몬스터’로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 졸업 후 미국 맥킨지앤컴퍼니를 거친 신현성 의장과 대학 동기, 카이스트 출신 2명 등이 자본금 500만 원으로 공동창업 해 한국에 소셜커머스 붐을 일으켰다. 2016년에는 NHN엔터테인먼트(현 NHN)의 투자를 받으면서 기업가치 1조 원을 달성한 유니콘 기업 반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2017년 사명과 서비스명을 지금의 ‘티몬’으로 변경, 같은 해 국내 이커머스 플랫폼 최초로 라이브커머스 채널을 론칭했다. 티몬은 소셜커머스의 비율을 점차 낮추고 다양한 제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이른바 ‘오픈 마켓’ 형태의 사업구조를 만들어 나갔다. 자연스럽게 소셜커머스에서 이커머스로 사업모델을 전환한 것이다. 티몬은 차별화된 수익 모델을 통해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시간마다 다양한 특가 상품을 제공하는 ‘타임 커머스’를 도입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타임 커머스를 중심으로 계속 수익성을 강화하고 개선된 실적으로 IPO를 하겠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티몬의 매각설이 처음 불거진 건 2019년이다. 롯데그룹과 인수·합병을 논의, 1조 2500억 원선에서 매각 합의가 이뤄질 거라는 얘기가 흘러나왔지만 최종 불발됐다. 이후 티몬은 지난해 2월 국내외 투자자에게 3050억 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면서 지난해 하반기 IPO 준비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철회했다.
티몬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역성장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1290억 원으로 전년보다 14.7% 감소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2년간 온라인 쇼핑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였지만 티몬은 그렇지 못했다. 지난해 티몬의 영업손실은 760억 원으로 전년보다 20.4% 확대됐다. 지난해 말 기준 결손금 1조 981억 원, 자본총계는 -4727억 원을 기록했다. 그 사이 ‘유니콘 기업’으로 불리던 티몬의 기업가치는 하락했다. 2019년 당시 1조 원대의 매각 금액이 거론됐지만, 이번 매각설에선 몬스터홀딩스(81.74%), 티몬글로벌(16.91%) 지분 전량의 가치가 2000억 원대로 뚝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비자 반응도 심상치 않다. 10여 년간 티몬을 이용했다는 직장인 최 아무개 씨(36)는 “2010년대 초엔 티몬에서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이나 대학가 식당 쿠폰을 저렴하게 판매해 자주 이용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육아를 하면서 기저귀, 분유 등 유아용품을 싸게 구매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런데 최근엔 품질도 보장되지 않은, 처음 보는 브랜드의 상품을 ‘만원딜’ 같은 곳에 주력 상품으로 올려놓고 판매하는 걸 자주 봤다”며 “소비자를 끄는 매력 포인트가 줄어든 것 같아 (티몬) 애플리케이션을 지워버렸다”고 밝혔다. 직장인 A 씨는 “티몬이 쿠폰으로 장난 할 때부터 구매 안 하기 시작했다”며 “몇 프로 할인이라고 해서 들어가 보면 다 카테고리별 쿠폰에 카드사 제휴 쿠폰이라 사람 진만 빼놓는다”고 볼멘소리를 냈다.
현재 티몬은 지난해 6월 대표로 취임한 장윤석 대표가 단독으로 사업을 이끌고 있다. 취임 1년 만에 매각설이 불거지면서 장 대표 입장이 난감해졌다. 티몬 관계자는 “대표님 취임 후 사업방향을 잡는 데 시간이 걸렸다. 예전만큼 커머스 플랫폼을 이용하기보다 직영몰을 운영하는 브랜드가 많아진 시장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 ‘브랜드 풀필먼트’를 새로운 사업 전략으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티몬의 노력이 이미 늦었다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넷플릭스의 공통점은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고서라도 소비자들을 참여시키기 위해 베네핏을 계속 제공했다는 점”이라며 “관대함의 법칙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들이 이미 플랫폼에 너무 익숙해져서 더 이상 빠져나올 수 없게 만드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티몬은 그런 점에서 실패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김정아 기자 ja.ki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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