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야권통합 논의를 두고 민주당 내 불협화음이 커지자 통합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역시 “민주당이 혁신의 의지 없이 통합만 하려는 것이면 통합을 포기하겠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는데.
▲‘민주당이 양손에 떡을 쥔 놀부처럼 행동한다’는 비판에 대해선 아프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어리석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멸의 길로 가진 않을 것이다. 만약 통합이 무산되고 뿔뿔이 간다면 아마 이 정치세력들은 다 몰락하고 오히려 안철수 원장을 대망했던 민심을 입고 새로운 정치세력이 들어설 수도 있다. 그 쪽은 50%의 지지율을 5%에게 통 크게 양보하는 그 기치 하나만으로도 국민들에게 다가설 텐데 우린 존재의 명분마저 잃게 되지 않겠나. 문 이사장의 발언은 통합의 절박성을 다시 한 번 촉구하는 차원이었다고 본다.
―한나라당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손학규 대표는 국민들에게 대안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이 과거의 영광에만 젖어 자기혁신의 기회를 놓치고 낡고 수구적인 정당의 모습으로 비춰져 왔다. 국민들에게는 마치 ‘쥐잡기를 포기한 고양이’처럼 보인 것 같다. 지금이 바로 민주당의 기로이기 때문에 그야말로 환골탈태하지 않으면 역사에서 도태되고 말 것이다. 손학규 대표 정도의 비전이나 역량을 가진 지도자가 드물다. 그런 면에서 손 대표는 야권의 훌륭한 후보자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너무 당내 정치에서 상처를 받고 있어서 안타깝다. 당 대표를 맡으며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참 많은데,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잠재력이 있는 분이니까 이번에 임기가 끝나고 나면 직접 ‘국민들의 바다’에 뛰어들어 ‘손학규 방식’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길 바란다. 아마 본인도 그런 각오를 갖고 있을 것이다.
―손학규 대표의 오랜 측근으로 불렸으나, 지난 10·26 재보선 이후 “당 지도부가 책임져야 한다”며 손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비판적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나는 손 대표의 정치적 고비 때마다 열심히 도왔지만, 그저 내 역할을 다 한 것뿐이다. 특히 10·26 재보선에서 서울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것에 대해선 지도자로서 손 대표가 총체적 책임을 지고 국민들에게 사과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앞으로도 난 도울 일이 있으면 돕고 비판할 일이 있으면 비판할 것이다.
▲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당내에서의 서러움은 더했다. 두 번의 원내대표 선거 패배와 그가 밀었던 손학규 대표가 당선된 뒤 당직인선에서도 밀려나자 동료 의원들에게 ‘한나라당 출신 낙인을 씻어 달라’는 자필 편지를 보낸 것도 오랜 아픔으로 인한 호소였다. “당시 사무총장직에 유력하게 거론되었다가 이낙연 의원에게 돌아갔던 일”에 대해 묻자, 그는 “기회가 주어졌다면 내 역량을 시험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이었지, 내가 전당대회 도와줬으니까 공신이니 자리 달라는 생각은 아니었다”라며 웃음을 보였다.
―아직도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나.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해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가만히 있으면서도 한나라당의 당원이 되었다. 당이 이합집산을 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우리나라 정당사의 비극이다. 현재 우리 당원이나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하고 싶은 것은 그런 김부겸의 이력을 잘 활용하라는 것이다. 바로 한나라당의 허실을 정확하게 아는 것 아닌가. 상대방이 아파하는 지점을 잘 알고 있는 나를 공격무기로 쓰라는 거다. 앞으로 당권 경쟁이 벌어지게 될 텐데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에 기여할 수 있는 면에서 평가를 한다면 나에 대한 편견을 좀 거둬들여도 되지 않나 싶다.
―차기 당권주자 경쟁전이 한명숙 전 총리, 박지원 전 원내대표, 문성근 이사장의 ‘삼파전’ 양상인데 당내에서는 김부겸 의원을 주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들었다.
▲문성근 씨는 대중성은 높지만 당에 대한 책임성 측면에서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아직까지는 당 외 인사니까…. 두 분(박지원, 한명숙) 모두 장점을 많지만 젊은 리더십에 대한 기대, 이런 측면에서는 내가 그분들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가치와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단계가 되면 나의 장점이 많이 알려질 것이다. 당내에서는 내가 치고 올라오는 무서운 다크호스로 그렇게 되어 가고 있지 않나? 허허.
―내년 대선에서 박근혜 전 대표와 맞서 경쟁력이 있는 야권주자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안철수 원장이 어떤 선택을 할지 모르니까 일단 제외하더라도, 우리 쪽에서 손학규 문재인 정동영 정세균 이런 정도의 주자들이 앞으로 무대 위에서 공격적으로 경쟁을 한다면 평가가 달라질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세론’에 3년 동안 갇혀 있는 여권보다는 우리에게 평가 안 된 우량주들이 많다. 김두관 경남도지사 역시 PK지역에 지분이 있는 분으로 강점이 있다는 생각이다.
―좀 전에 ‘안철수 폭풍’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 안철수 원장에 대한 평가는.
▲조찬 강연회에서 몇 번 봤는데 진솔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문명비평가로선 타고난 안목을 가졌다. 그 분은 정치권 내에서 있었다면 저렇게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국민들과 소통하는 방식을 아는 분이다. 그러나 국가의 리더가 되려면 5000만의 운명을 가르는 문제에 대해 선택해야 한다. 국민들은 답을 요구하고 생각을 궁금해 할 것이다. 지금까지의 저런 방식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만약 본인이 국가를 책임지겠다고 하면 자기 몸을 던져 상처도 받고 더러운 손을 담그기도 하면서 청소를 해야 하는 것이다. 단순히 깨끗해지라고 주문하거나 평론하는 것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안 원장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며 ‘대선직행’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데.
▲가능하면 우리가 당을 잘 만들어서 안 원장이 보기에도 이 정도면 같이 일을 할 만하다 하는 생각이 들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안 원장도 본인의 비전을 함께 펼칠 우군이 만들어지는 것 아닌가. 굳이 안 원장이 신당을 만든다고 하면서 이 정치판을 뒤흔드는 상황이 오지 않았으면 한다.
―안철수 원장의 멘토로 알려진 법륜 스님과도 인연이 있다고 들었다.
▲강연장에 몇 번 초대되어 가서 사적으로 만난 적이 있다. 그분이 ‘정치하는 사람들 정신 차려 달라’는 주문을 했다. 정치에만 매몰되어서 세상이 얼마나 무섭게 변하는지 모르냐는 질책과 혼을 내시기도 했다.
운동권 출신답지 않게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김부겸 의원에게 ‘투쟁적 이미지가 좀 약한 듯싶다’는 평가를 건네 보았다. 그는 “투쟁 하면 김부겸인데 속으로 좀 억울하다. 내가 그동안 조용히 있었더니 잘 모르시는 것 같다. 보통 때야 억지로 발톱을 세울 필요는 없지 않나. 하지만 정말 발톱을 세워 공격을 해야 할 때가 오면 나의 진면목이 드러날 것”이라며 눈빛을 반짝였다. “요즘 발톱을 좀 세우는 것 같은데”라고 덧붙이자 “세우려고 하는데 잘 안 서더라구”라며 웃음을 보인다.
김부겸 의원은 인터뷰 다음 날인 지난 8일 ‘당원·대의원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11일 전당대회에 반드시 참여하자는 독려를 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김 의원과 한차례 더 전화인터뷰를 나누었다. 그는 “분열은 최악이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노력을 다할 생각”이라며 긴박한 심경을 전해왔다.
lilychic@ilyo.co.kr
괜한 오해 살까봐 ‘쉬쉬’
성균관대 연기예술학과에 재학 중인 윤 씨는 현재 SBS 주말극 <폼 나게 살거야>에서 나아라 역으로 출연중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나 딸 모두 “괜한 오해를 살까 싶어” 이에 대해 밝히지 않아 뒤늦게야 이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김 의원은 “어릴 때부터 시립어린이 합창단을 해서 무대 경험이 많고 연극, 독립영화판을 돌아다니며 계속 트레이닝을 받았다. 수많은 오디션을 봤는데도 기회가 잘 오지 않더라. 그러다가 지금 이 친구를 키운 선생님을 잘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고 전했다. 그러던 중 현재 출연 중인 드라마 오디션에 합격하며 주연 자리를 얻어낸 것이라고. “따님 나오는 드라마를 좀 챙겨보냐”고 묻자 김 의원은 “토요일은 잘 못보고 일요일에 가끔 보는데 볼 때마다 실수할까 싶어 불안 불안하다”며 ‘딸 바보’ 아빠의 웃음을 보였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