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포화·엔데믹·고물가 영향 이용자 수 감소…콘텐츠 강화는 물론 합병추진·저가 요금제 검토 등 나서
세계 OTT 시장 점유율 1위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는 광고 요금제 검토를 도입 중이다. 기존 요금제보다 저렴하고, 광고를 포함한 저가 요금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최고경영자)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다양한 요금제를 선호하는 이용자가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광고를 보고 싶지 않은 고객에게는 계속 광고 없는 요금제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19년 9월 SK텔레콤과 국내 지상파 3사 합심해서 만든 OTT 웨이브는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뿐 아니라 종편, 케이블채널,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보지 못했을 때 바로 다시 볼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하고, 일부 채널은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티빙은 KT 시즌과 합병을 통해 구독자 확보에 나섰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티빙의 6월 월간활성이용자수는 402만 명, 시즌은 157만 명이다. 오는 12월 합병이 완료되면 티빙은 500만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할 수 있다. 또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기업 파라마운트와 오리지널 공동제작 등 협력도 강화하고, 최근에는 LG유플러스와 제휴를 통해 OTT 가입자를 모으고 있다. 티빙 관계자는 “티빙과 KT시즌의 만남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양사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K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특정 시청자층을 공략하기 위한 움직임도 보인다. 티빙은 오는 8월 14일 임영웅 서울 콘서트를 생중계하기로 했다. 팬들의 유입으로 이용자 수를 높이려는 것이다.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에 집중하고 있다. 손흥민 선수의 축구 경기와 해외파 선수 소속팀의 경기, 여자 배구 경기, 미국 풋폴 경기 등을 제공하고 있다. 해당 스포츠와 관련된 팬들을 구독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1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VOD와 OTT 주요 시청 프로그램은 오락·연예(66.7%), 드라마(42.1%), 스포츠(19.5%) 순이었다. 스포츠 프로그램 시청 비율이 약 20%를 차지해 OTT 업체들은 스포츠 중계권을 하나의 차별점으로 삼을 수 있다.
OTT 업체들이 여러 방법으로 구독자를 유치·유지하려 하는 데는 이용자 수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다. 넷플릭스는 올해 2분기 글로벌 가입자 수가 직전 분기 대비 97만 명 줄었다. 모바일 인덱스에 따르면 올해 주요 OTT들의 월간활성이용자수는 전반적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가 전년 대비 7% 감소했고, 같은 기간 티빙은 8% 떨어졌다. 웨이브(-12%), 쿠팡플레이(-18%) 등 다른 OTT들도 감소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디즈니플러스는 무려 24%의 이용자가 빠져나갔다.
코로나19 이후 OTT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국내 OTT 시장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웨이브, 왓챠, 티빙, 시즌, 쿠팡플레이 등 국내 OTT를 비롯해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해외 OTT까지 들어와 있는 상태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모든 OTT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으니 콘텐츠 취향 등에 맞는 OTT를 선택한다. 이 과정에서 이용자들은 여러 플랫폼으로 분산되고, OTT 업체들은 이용자들을 한 명이라도 더 끌어 모으기 위해 저마다 전략을 이용하고 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사업자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경쟁력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확보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여러 노력을 통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문행 수원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OTT 업체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니까 자구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공뿐 아니라 업체와 업체의 합병도 계속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엔데믹 전환도 OTT 이용자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률은 팬데믹 영향으로 2019년 52%, 2020년 66.3%, 2021년 69.5%로 꾸준히 증가했다. 그러나 엔데믹 전환 이후인 지난 5월엔 연초보다 이용률이 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BC카드가 발표한 문화소비 및 OTT 업종의 매출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21년 5월 대비 2022년 5월 OTT 매출건수가 2.8% 줄어들었다. 노창희 연구위원은 “거리두기가 완화되기 전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엔데믹 전환 이후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OTT 이용자가 감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치솟고 있는 물가도 OTT 서비스 이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 교수(구독경제전략연구센터장)는 “이용자들이 OTT 서비스를 해지하는 첫 번째 이유는 콘텐츠가 볼 게 없어서이고, 두 번째는 비용”이라며 “물가가 오르면 이용자들은 구독 비용에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해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지난 6월 구글의 인앱결제 정책 도입으로 OTT 업체들이 인앱결제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용자들에게 비용 부담을 안겨줬을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OTT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콘텐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문행 교수는 “시청자들은 철저하게 콘텐츠 위주로 선택하기 때문에 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창희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에서 OTT가 성공하려면 국내 콘텐츠를 수급해야 한다”며 “넷플릭스도 우리나라 콘텐츠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했기 때문에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 OTT 시장 자체는 침체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전호겸 교수는 “경쟁자 수가 많아서 OTT사별로 가입자 수가 늘어나긴 쉽지 않겠지만 전체 OTT 시장은 침체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러 업체들이 합병을 하면서 OTT 업체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문행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OTT 이용이 폭증하고 최근에 가라앉고 있는 현상이 보이고 있지만 시장 자체가 침체됐다고 볼 수는 없다”며 “OTT 시청 습관이 잡힌 이용자들이 OTT를 완전히 떠나기보다 OTT 위주로 미디어 산업이 재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창희 연구위원은 “코로나로 인한 폭발적인 성장 국면은 지났다”며 “지금부터가 진정한 경쟁의 시작이므로 가입자 확보를 위한 여러 가지 시도나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민주 기자 lij907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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