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C 씨 측은 자신이 A 측으로부터 청부폭력을 당한 피해자임을 거듭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대로라면 두 개의 사건이 뒤엉켜 양측이 모두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가인 상황이다. 과연 ‘A의 섹스비디오’를 둘러싼 진실게임의 실체는 무엇일까.
# 폭로전 vs 방어전
미스코리아 출신 방송인 A의 전 애인으로 알려진 C 씨는 대만계 미국인이다. C 씨 측이 블로그를 통해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두 사람은 청부폭력 사건 이전까지는 연인 관계였다고 한다. 몇 차례 블로그를 통해 C 씨가 주장한 내용을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연인 관계였던 두 사람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C 씨는 A에게 몇 가지 내밀한 사적인 사안을 폭로하겠다고 말했다. C 씨는 너무 힘든 나머지 마음에 없는 말을 한 것이라 한다. 결국 C 씨는 지난 3월 29일 A의 아파트에서 A의 친오빠가 고용한 해결사들에게 폭행을 당한다. 이 자리에는 A와 A의 모친과 친오빠, 고문 변호사 등이 동석했다. C 씨는 폭행을 당한 뒤 A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피로 사인을 했다. A 측은 C 씨의 신분증 등의 소지품 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감금 폭행이 끝난 뒤 A 측 해결사들이 C 씨를 공항으로 데려가 비행기에 태웠다. C 씨는 거주지인 외국으로 돌아온 뒤 이런 사실을 현지 경찰에 신고하고 3일 동안 병원에 입원했다.’
C 씨는 한국어를 잘 모르는 터라 그의 지인으로 유럽에 거주 중이라는 한국교포 여성인 B 씨를 통해 블로그에 글과 자료를 올리고 있다. 매스컴과의 접촉 역시 B 씨가 맡고 있다. C 씨 측은 이 같은 내용을 몇 차례에 걸쳐 블로그를 통해 폭로했다. 섹스 비디오 파일과 전라 사진 등을 게재해 블로그가 강제로 폐쇄당하자 또 다른 블로그를 개설해 폭로전을 이어가기도 했다. 섹스 비디오의 진위 여부 논란을 방지하기 위해 A의 여권 사본을 공개했으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병원 진료차트까지 공개했다.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담긴 여권과 의료기록이 실린 병원 진료차트, 그리고 내밀한 사생활을 촬영한 섹스 비디오와 전라 사진 등이 며칠 사이 블로그를 통해 연거푸 공개된 것.
또한 A가 6년 전인 지난 2005년에도 유사한 사건에 연루됐었다는 내용도 폭로했다. 당시에도 A가 교제했던 애인 D 씨와 헤어진 뒤 돈 문제로 얽히자 유명 연예관계자가 일행들과 함께 D 씨를 감금 폭행했다는 내용의 사건이다. 심지어 D 씨는 폭행을 당한 뒤 전라로 사진을 찍히기도 했다고 한다. 이 사건은 A와 D 씨 측이 합의를 해 마무리됐다.
반면 A 측은 철저한 방어전으로 맞서고 있다. 우선 서울 성동경찰서에 C 씨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C 씨의 주장 가운데 어느 부분이 허위라는 것일까. 이에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고소장에는 블로그에 게재된 글과 그림 등이라고만 적혀 있어 고소인 소환조사가 끝나야 자세한 사안을 알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언론사를 상대로 A의 실명이 보도될 경우 강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며 사태 확산을 막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8일 오후부터 C 씨 측이 잠잠해지자 조금씩 적극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A 측은 기존 법무법인을 대신해 연예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에게 사건을 의뢰했으며 9일 오후 1시 30분경 법무법인 세종 소속의 변호사가 A를 대신해서 경찰에 출두해 고소인 조사를 받았다.
경찰 조사가 끝난 뒤 A 측 변호인은 “A 는 영상 내용에 대해 ‘기억에 없다’고 말했고 블로그 게재 글의 내용도 사실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며 “지난 3월 C 씨가 아무도 없던 A의 집에 문고리를 부수고 들어와 휴대전화와 시계 등을 훔쳤고 귀가 후 마주친 A의 얼굴과 입술 등을 때린 혐의로 추가 고소했다”고 밝혔다.
# C 씨 공세 중단 내막
관건은 이번 사안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느냐다. 우선 A는 피해자다. 내밀한 사생활을 담은 비디오와 사진은 물론 여권과 병원 진료차트까지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C 씨의 주장에 의하면 가해자다. C 씨에게 청부폭력을 가한 게 되기 때문이다. C 씨는 6년 전 사건까지 거론하며 청부폭력 전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참고로 6년 전 사건의 경우 폭행에 가담한 연예관계자만 사법처리를 받는 수준에서 마무리되고 A가 청부폭력 혐의로 수사를 받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C 씨 역시 A의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유출해 명예를 훼손한 가해자인 동시에 본인의 주장에 따르면 청부폭력의 피해자다.
현재 A는 성동경찰서에 C 씨를 고소한 상태이고, C 씨는 거주지인 외국 현지 경찰에게 청부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했다고 밝히고 있다. 관건은 C 씨가 국내 사법기관에 A에 대해 맞고소를 할지 여부와 A의 고소 내용에 대해 귀국해서 피의자 조사를 받을지 여부다.
맞고소가 이뤄질 경우 경찰은 A는 청부폭력 관련 사안의 피의자로, C 씨는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에 대한 피의자로 조사를 받게 된다. C 씨는 블로그를 통해 “법정까지 가야 한다면 그렇게 해야겠지요”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C 씨를 대신해 B 씨가 연예인 관련 소송에서 승소를 거듭한 연예 전문 변호사와 이 사안에 대해 직접 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아직 사건에 대한 수임이나 소송 진행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
눈길을 끄는 사안은 지난 8일 오후 갑자기 블로그를 폐쇄했다는 점이다. 애당초 A의 섹스 비디오를 공개했던 블로그가 폐쇄 당하자 비슷한 이름의 블로그를 새로 개설해 공세를 이어가던 C 씨 측이 8일 오후 블로그를 폐쇄했다. 섹스 비디오나 적나라한 사진 등이 게재되지 않은 블로그였음을 감안할 때 강제로 폐쇄당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를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는데 가장 신빙성 있는 추측은 8일 오후 C 씨의 신원이 드러난 것 때문이라는 것이다. <일요신문>을 비롯한 몇몇 매체가 C씨의 미국 이름과 대만 이름을 비롯해 직업과 출신 학교, 여기에 사진까지 입수했. 이런 내용이 보도되기 시작하고 해당 블로그가 폐쇄됐다. 지금껏 C 씨 측은 비디오와 사진에서 C 씨의 얼굴은 철저히 가리는 등 C 씨의 신변 노출을 최대한 피해왔다.
9일 저녁 블로그가 다시 부활했고 C 씨 측은 이메일을 통해 이를 기자들에게 통보했다. C 씨 측은 블로그를 통해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는 인터넷에 나도는 확인 안 된 루머들뿐이었다. 기존의 강도 높은 폭로전에 비해 칼날이 많이 무뎌졌다.
# 수사 어떻게 될까
C 씨 측이 맞고소를 하지 않는다면 사안은 A가 C 씨를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한 건만 남는다. 그렇지만 C 씨가 내국인이 아닌 대만계 미국인인 탓에 수사는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 C 씨가 자진해서 입국하지 않을 경우 인터폴 등에 협조를 의뢰해야 한다. 그렇지만 C 씨 측이 자신들의 주장처럼 미국 현지 경찰에 폭행 사실을 신고하고 신변 보호를 요청해 놓았다면 상황은 복잡해진다.
한국 경찰에선 C 씨를 A에게 피해를 준 피의자로 검거하려 하는 반면 미국 경찰은 C 씨를 A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로 신변 보호까지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성동경찰서 관계자는 “만약 이런 상황이 오면 이는 외교 문제가 된다”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C 씨 측이 자진 입국하지 않을 경우 이번 사건이 외교 문제로 비화되는 등 사안이 매우 복잡해질 수 있다는 것.
A 측의 셈법도 매우 복잡해진다. C 씨 측이 더 이상의 움직임을 보이지 않을 경우 실명이 보도되는 등 사태가 더 확산되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고스란히 섹스 비디오의 피해자가 되는 동시에 C 씨가 제기한 청부폭력 의혹에 대해서도 해명할 기회를 잃게 된다.
반면 C 씨 측이 맞고소를 하거나 자진 입국할 경우 청부폭력 의혹의 시시비비를 법정에서 가려낼 수 있으며 C 씨에 대한 사법처벌도 가능해진다. 그렇지만 실명이 보도되는 등 사태가 확대돼 장기간 지속되는 문제가 남는다. 여러모로 A가 상당히 난처한 상황에 놓여 있는 형국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고소? 해볼테면 해봐…C 씨도 당했다”
A의 전 애인 C 씨의 지인으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등 사실상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는 B 씨와의 전화 인터뷰가 이뤄졌다. 한국계 여성으로 유럽에 거주 중이라고 밝힌 B 씨는 한 시간가량의 전화 통화를 통해 C 씨의 입장을 대신 밝혀왔다.
―이메일로 연락이 많이 오지 않나?
▲이메일이 너무 많이 와서 확인하기 힘들 정도다. 10만 통도 넘게 온 것 같다.
―C 씨와 어떤 관계인가?
▲나는 지인이다. C 씨는 개인적인 인터뷰는 하지 않는다.
―A와는 어떤 일이 있었나?
▲A는 무서운 사람이다. 어머니도 폭행사건 현장에 있었다. 오빠가 데려온 해결사도 있었는데 그분들이 누군지는 모른다. 덩치 큰 사람이 여러 명 있었다. 변호사도 그 자리에 있었다.
―왜 동영상을 공개했나?
▲이제는 폭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A가 자선 사업을 하고 책을 쓴다든지 대중적 이미지가 좋다. 그건 잘못된 일이 아닌가? 또한 언론에서 A의 실명을 거론하려면 확실한 증거 자료가 있어야 실명 보도가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A한테 폭행당한 당시 상황을 자세히 말해 달라
▲100% 사실이고 우리는 서류도 갖고 있다. C 씨를 폭행하고 감금한 후 옷을 다 벗기고 사진을 찍었다. 소지품도 다 뺏고 신분증도 사진을 찍었다. 각서에는 혈서를 썼다. 그때 남자들의 손에 이끌려 공항으로 끌려가 비행기에 탑승하면서 풀려났다. 입을 뻥긋하거나 거론하면 죽여버리겠다고 했다. 가족들도 다칠 수 있는 상황이라 굉장히 겁이 났다. 그래서 한국으로 돌아와 신고를 할 수 없었다. 그동안 정신적으로 힘들었다. 대인기피증에 우울증까지 겹쳐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트라우마가 심해진다.
―향후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A가 고소를 했다고 하지만 별로 걱정 안 한다. 합의도 안 한다. 합의를 볼 거였으면 처음부터 일을 벌이지도 않았다. 끝까지 갈 것이다. 우리도 맞고소를 할 수 있다. 지금도 외국 법원에 접근금지를 신청해놨고 경찰에도 신고해 놨다. 한국에서 소환한다고 해도 외국이기 때문에 우리가 꼭 응할 이유는 없다고 알고 있다.
―C 씨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나?
▲C 씨는 자아에 상처를 입었다. A가 얼마 전에도 이메일을 보냈다. ‘우리가 지난해 이맘때는 이러지 않았는데’라는 내용이었다. 이런 식으로 연락이 되다 또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했고 아예 부숴버리고 싶다는 의지도 강하다.
안진용 스포츠한국 기자
A 양 전 애인 C 씨는 누구
‘대만계 미국인’ 부유한 집안의 엘리트 출신
이번 사안의 가장 큰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C 씨가 누구인지 여부다. C 씨 측은 A의 내밀한 사생활이 담긴 비디오와 사진을 연이어 공개했지만 함께 등장하는 C 씨에 대해서는 철저히 감췄다. 이로 인해 C 씨는 철저히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확인 결과 C 씨는 대만에서 태어난 뒤 두 살 때 미국으로 이민 간 대만계 미국인이다. 한때 C 씨의 성이 각기 다르게 알려져 기자들 사이에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지만 이는 그의 성 한자어를 대만식으로 발음할 때와 한국식으로 발음할 때의 차이 때문이었다.
C 씨의 경우 부친이 상당히 부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본인 역시 명문대학인 스탠퍼드대학을 졸업한 뒤 투자펀드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대만 출신인 터라 대만과 홍콩 한국 등 아시아 기업에 대한 금융 관련 투자 사업을 벌이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국내에도 종종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와의 교제 당시에는 국내보다는 미국에서 주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A의 한 지인은 “지난해까지 A가 유독 미국에 가는 일이 많았다”라며 “낯선 곳을 싫어하는 편인 A가 미국에 있을 때 통화하면 매우 편안해하는 분위기였는데 C 씨와 함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한다. [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