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프' 기법…절제 되고 간결, 캔버스에 무한한 생명력·아름다움 터치로 담아 내기 쉬워
- "힐링과 치유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 세계 표현할 것"
- "NFT 분야…과감하게 도전해 볼만 하다는 생각 들어"
[일요신문] 배성예 화가는 자신의 그림에 대해 용기, 희망, 사랑, 믿음, 셀레임, 기다림, 정, 신뢰, 베풂, 정열, 봉사,운명 등의 표현의 상징들이 있다고 자평한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이 우울하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현실의 안타까움을 특유의 감성과 기법으로 표현한 서양화. 화가 배성예는 진정 우리가 잊고 사는 중요한 것들을 조각이라는 카테고리에 넣어 작가만의 독특한 감성으로 잘 표현해 화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죽을 고비를 넘겼어요." 그녀의 첫 마디다. 사실 그녀도 인생에 크나큰 상처가 있다. 죽을 고비를 겨우 넘겼다고 한다. 그리고 수천 수 갈래로 갈라진 마음을 달래기 위해 나이프를 들었다. 날카로워 보이는 나이프지만 부드럽다. 가볍다. 그리고 절제가 있다. 하늘빛을 담은 캔버스에 아크릴 가득 묻은 나이프가 스쳐 지나가자 장미가 그려진다. 정확한 것은 장미잎이다. 가시가 없다.
그녀는 마음의 칼을 꺼내 그림을 그린다. '장미'를 그린다. 아크릴 가득 묻은 나이프가 캔버스를 스칠 때마다 장미 꽃잎이 스며든다.
"아침에 비가 오길래 멍하게 창가에 턱을 기댔죠. 빗방울이 창가에 부딪치며 흘러내리는 거예요. 그걸 보고 그림을 그리는데 그게 그려지더라고요." 현재 그녀가 열중하는 그림은 여기에 영감을 얻고 그리는 것이다. 그래서 장미가 흘러내린다. 장미의 위치도 대부분 아래가 아닌 윗 부분을 차지한다. 그녀가 나이프를 대자 잠시 후 장미잎이 하나 둘씩 떨어진다. 흘러내리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창문에 부딪친 빗방울이 스르륵 흐르듯 캔버스에도 장미잎이 고스란히 흘려진다.
배성예 화가가 작품에 열중하는 시간은 '수시로'다. 화분에서 자라는 꽃을 보며 물을 주듯 작업실에 걸린 캔버스를 보면 어느새 나이프를 들고 아크릴 물감을 적시고 있다. 그녀의 작업실에 친구들이 하나 둘 모여 재잘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향을 맡으며 그림에 집중한다. "주말에는 아예 작업실에 살죠…"라고, 배 화가는 귀띔 하고 있다.
아크릴 물감의 색깔도 다채롭다. 배성예 화가는 단색을 고집하지 않는다. 여러가지 색을 섞어보고 물의 농도를 달리하면서 때로는 강렬하게 때로는 연하게 칠을 한다. 하지만 작품은 대부분 파스텔 계열로 따스함이 가득하다.
"우울할 때도 있죠. 그럴 땐 그림이 우울해져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그것도 안고 가야 될 감정인 걸요. 살아가다 보면 슬플 때도 있고 즐거울 때도 있잖아요. 그 마음에 감정들을 그리는 것 같아요. 그림을 통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스스로를 달래기도 하죠. 완성된 그림들은 하나같이 밝아요. 예뻐요. 희망차요."
배 화가의 작품을 보는 이들의 해석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를 받는다. 어두운 감정들이 서서히 사라지고, 이내 평온이 찾아온다.' 그녀의 작품에 아픔과 슬픔을 이겨낸 마음들이 고스란히 투영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장미'다. 꽃말 그대로 '애정' '사랑의 사자' '행복한 사랑'이다. 사랑의 결실인 결혼식에 부케를 쓰는 이유도 그것이다.
여성에게 최고의 꽃인 장미가 땅이 아닌 하늘에서 내려오는 작품은 많은 이들에게 내면의 '치유'와 기분의 '힐링'을 선사한다. 그래서 가치가 있다. 또 특별하다.
"장미의 뜻은 사랑이예요. 사랑이 제일 행복하잖아요. 슬픈 기억을 할 수 없죠. 저는 작품에 '힐링'을 담았어요. 많은 분들에게 보여드리고 싶어요. 저의 세계를 보여드린다기보단 서로의 마음을 보듬고 치유하며 사랑하는 세계를 함께 누리고 싶어요."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배성예 화가는 "소외된 계층, 결손가정 들을 돌보면서 어떻게 하면 위로와 마음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화사한 장미를 소재로 개개인의 감성의 느낌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는 창작 기법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도록 구성에 초점을 맞춰 작업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힐링과 치유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작품 세계를 표현할 것이라는 그녀를 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배성예 화가 일문일답
― 자신만의 작업 방식과 특징은…화풍에 무엇을 담아내려고 하는가
"전업 작가들이 자기만의 장점을 살려 자신만이 가진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데 작가만의 컨셉을 가지고 성공하여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최근 미술계의 흐름이 사실화보다 비구상화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 추세이고 유럽쪽 에이전트들이 추상화나 비구상화로 접근을 많이 하는거 같아 시도를 했는데, 제 적성에 맞는 것 같다. 최근까지도 붓을 사용해 작품 활동을 했다. 하지만 나이프가 가지고 있는 매력에 빠져 전환을 했다. 잘 한 것 같다. 작품 활동을 하면서 캔버스에 담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저의 그림을 통해 힐링·치유가 됐으면 하는 간절함으로 혼신의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장미꽃', '파스텔 톤', '나이프' 등 3가지의 소재와 재료로 활용하는 이유는
"장미꽃을 소재로 선택한 이유는 제가 살아온 인생 여정과도 무관치 않다. 결혼 후 잠시 그림을 떠난 시절과 다시 붓을 잡았을 때는 제가 그동안 갈구했던 행복, 정열, 사랑 이런 것들을 제대로 화폭에 표현하고 싶었다. 파스텔 톤을 선택한 이유는 파스텔 자체가 잘못 사용하면 약간 촌스러울 수는 있으나 채도가 낮아짐으로서 부드러움 친근함 사랑스러움 같은 느낌을 주고 오래 두어도 싫증이 나지 않는 특징이 있다. 나이프는 통상 화가들이 많이 선택하지 않는 기법이지만 추상적인 표현과 질감을 표현하기에는 적절해 사용을 하고 있다"
― 붓 대신 거칠고 날카로운 나이프를 사용하고 있는데
"사실 화가들은 다양하게 작품 활동을 시도 하고 있다. 저 같은 경우는 나이프가 가지고 있는 매력 즉 절제 되고 간결하고 캔버스에 무한한 생명력과 아름다움을 터치로 담아 내기가 쉬워서 시도를 했다. 제가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날카롭지만 부드러움으로 자연의 끝없는 아름다움으로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마음의 앙금을 저의 그림으로 상처의 치유와 힐링의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그림에서 구상적 구도와 장미꽃을 사용한 특정 감정들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제 작품이 사실화 보다는 비구상화로 제 적성과도 맞다. 통상 배성예 화가하면 장미꽃을 떠 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여러 가지 꽃 중에서 장미가 의미하는 것이 좀 다르게 다가가는 부분이 있고 장미의 꽃말도 사랑이라서 느낌도 좋고 제 감성에도 맞는 것 같다. 비구상작품은 보는 관점에 따라 느낌과 받아들이는 감성이 다르다는 특징이 있다. 개개인의 힐링의 방식이 다르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 여백이 아닌 온화하고 행복을 추구하며, 특히 따뜻함을 강조하고 있다.
"아마 개인적인 감성이나 성격이 많이 작용하지 않았나 생각 한다. 저는 평생을 살아오면서 남을 잘 믿고, 부탁을 거절 못하고 내가 손해를 보더라도 베풀며 살아왔다. 지금도 청소년 협의회 회장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봉사활동이 내 일상이 되고 있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지난해 12월 대구경찰청 무학갤러리에서 '행복의 조각' 시리즈 초대 개인전에 이어, 올해 1월 24~28일 DGB 갤러리에서 '기억의 조각' 시리즈로 전시회 가졌다. 다음 전시 '시리즈'는 무엇인가
"대구경찰청 개인전때 행복의 조각을 주제로 전시회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삶을 뛰어넘는 행복을 조각조각 흘러내리는 기법으로 표현을 했다. 기억의 조각은 우리가 진정 잊고 사는 중요한 것들을 다시 기억하자는 취지를 테마로 잡고 구성 했다. 다음에는 과거의 조각, 현재의 조각, 미래의 조각으로 시리즈로 해서 준비를 하고 있다. 다음 전시회는 9월 20~30일 봉산문화회관에서 결손아동을 돕기 위한 4인4색 전이 준비돼있다. 이번 4인 4색 전에는 정태경, 모기홍, 권유미 화가가 함께한다. 이와 함께 12월 대백프라자 갤러리에서 개인전도 계획돼 있다."
―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면서, 작품 활동 역시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어려움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지역아동센터와 작품 활동을 병행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결손 가정 아동들을 위한 봉사 활동을 포기 할 수가 없어 일과 후나 주말에 집중적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시회가 임박해 새벽까지 그림을 그리다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다. 주변에서 걱정을 많이 하는데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봉사활동과 작품 활동을 포기 할 수가 없다. 보람으로 생각하고 있다. 두 가지 모두 포기하지 않고 같이 가는 것이 내 삶이라 생각한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작품 계획은
"앞으로 작품 활동은 장미에 국한 하지 않고 다른 꽃으로 다양하게 변화를 줄 생각도 가지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가상자산의 열풍과 함께 시작된 NFT 도입이 본격화 되고 있는데 이 분야에도 참여를 고민하고 있다. 그동안 비싼 가격 때문에 부담이 됐던 분들이 디지털 보관으로 미술품 보관에 어려움이 사라져 향후 엄청난 시장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이 되는데 과감하게 도전해 볼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
김은주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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