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지역 통합 자신, 친명·반명 넘어 미래 선택해야…윤 정부 국정 운영 처참, 도울 건 돕고 때릴 건 때릴 것”
―전당대회에 나온 계기가 무엇인가. ‘갑툭튀(갑자기 툭 튀어나오다)’ 출마 아닌가.
“지난 전당대회 때도 많은 사람들이 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97세대들이 대통령 경선에 나가고 최고위원 할 때도 묵묵하게 뒤에 있었다. 개인플레이보단 팀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전당대회도 나가겠다고 하지 않았지만, 의원들 사이에서 나와달라는 요구가 많았다. 결국 컷오프 통과라는 이변이 나왔다.”
―‘어대명’ 대항마로 97그룹 단일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지층과 지지층을 더하는 게 단일화다. 특히 서로의 비전이 맞는다면 단일화할 수 있다. 다만 아직은 나의 비전을 보여줄 시간이 필요하다. 나 혼자 지지율 높다고 정당을 운영하는 게 아니다. 의원, 당원들이 다 도와줘야 한다. 지난해 4·7 재보궐 선거에 이어 올해 3·9 대통령선거, 6·1 지방선거까지 내리 3연패를 한 것은 문재인 정부, 이재명 대선후보, 민주당 등 모두의 책임이다. 이를 두고 분석이 다른 건 정치적인 이익 때문이다. 하나만 언급해서 갖다 쓰는 건 정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강 후보가 ‘친이재명계’이기에 단일화를 하지 않고 완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동의하지 않는다. 친명과 반명을 위해서 (단일화와 완주를) ‘한다, 안 한다’가 아니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전당대회를 두고 모두 불안해한다. 친명계는 소중한 자산(이재명)이 다칠까봐 걱정하고, 반이재명계는 당이 한쪽으로 쏠려 분열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나머지 두 후보와 달리) 나는 잠재력과 파괴력이 얼마만큼인지 드러나지 않았다. 어디까지 폭발할지 모른다. 젊은 수권 정당은 거기에 있다. 미래로 나아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본인을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ies) 위협(Threats) 등 SWOT로 분석해달라.
“강점은 당대표 후보 3명 중 유일한 40대이고, 비수도권인 충남 아산을에서 재선에 성공했기에 전국 정당을 만들 수 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파격을 일으킨 것도 나의 잠재력을 봐주신 덕분이다. 86세대부터 2030세대까지 연결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수도권과 호남을 넘어 전국 정당, 강한 민주당을 만들 수 있다. 약점은 두 후보보다 인지도가 낮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박용진 후보는 지난 대선 경선에 출마했고, 이재명 후보는 대선주자였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 조응천·장철민·어기구 의원 등 계파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당원들이 익숙한 대세가 아니라 새로운 변화와 파격을 원하고 있다. 외부에서 바라봤을 때 세 명 중 누가 돼야 민주당이 혁신했다고 할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적합하다는 시각이 늘고 있다. 위협은 내 비전을 말해본 적이 없는 상황에서 단일화 구도로만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다른 후보들이) 선거공학에만 몰두하고 있다. 국민과 당원들에게 후보들의 비전이 어떻게 다른지 숙고할 시간을 드려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다.”
―나머지 두 후보와 비교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는) 민식이법을 대표발의 했고 통과시켰다. (법이) 아직 안착하지 않아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새로운 안전 지표를 만들었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모두 자동차 안전벨트를 매고 있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 (민식이법을) 불편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이해찬 대표 시절에는 전략기획위원장을 맡아 21대 총선에서 180석을 당선시킨 시스템공천을 설계했다. 지난 대선에선 이재명 후보의 선거대책위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냈다. 내가 한 일이 많기 때문에 계파를 가리지 않고 지지를 얻고 있다. (나머지 두 후보에게) 당대표로서 정당을 이끌 수 있는 일을 한 적이 있는지, 사람들의 의지를 모아서 한 일이 무엇인지 물어봐야 한다.”
―97세대, 86세대 모두 운동권이다. 가치관과 세계관에서 차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86세대는 민주화 대 반민주 시절 젊은 피로 수혈돼 의원이 된 분들이 많다. 반면 97세대인 나는 18대부터 19대까지 8년간 낙선했고, 20대 때 국회의원이 됐다. 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정치인이다. 특히 97세대는 문민화 이후에 사회, 학생 등 다양한 사회 문제를 이야기했다. 86세대가 민주화 깃발만 꽂았다면, 97세대는 다양한 깃발을 꽂았다. 현재는 민주 대 반민주 구도가 아니라 다양성을 담아야 할 때다.”
―‘기본과 상식, 쓸모 있는 민주당’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 꼬리표 떼기와 민생을 챙겨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문재인 정부를 ‘내로남불’로 폄하하는 건 동의하긴 어렵다. 문재인 정부 때 세계 경제 10대 강대국에, 8대 무역 강국에 올랐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서도 대단한 수준을 보여줬다. 성과를 어떻게 계승하고, 미흡한 점을 어떻게 성찰하고 가져갈지 고민해야 된다. 특히 윤석열 정부를 상대로 겁 없이 잘 싸울 수 있는 선명한 야당을 보여줄 수 있다. 잘 싸우는 데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하는 정당을 만들겠다. 그래야 건강한 야당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처참하다. 야당이 도와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할 정도다. 제1당이기 때문에 과감히 협조해야 하지만 잘못된 건 계속 지적해야 한다.”
―당내 계파 갈등과 팬덤 정치는 어떻게 보고 있나.
“직접 민주주의가 확대되는 건 계속 가야 할 방향이다. 정보기술 발달로 스마트폰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일상이다. 현대 정당이 직접 민주주의를 안 할 수는 없다. 다만 일부 지지자들의 좌표 찍기, 갈라치기, 집단 따돌림 등은 헤어져야 하는 행태다. 숙의 민주주의를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가 과제다. 품격 있는 민주주의가 돼야 한다. 계파 갈등이 심각하기 때문에 나를 뽑아야 한다. 친명, 반명 구도를 넘어서는 미래를 선택해야 한다. 모두가 함께 어울리며 새로워지는 과정이 미래다.”
―과거 민주당은 대권주자들이 넘쳐났지만, 현재는 이재명 의원만 언급되고 있다.
“당대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하지만, 이를 다른 사람에게 비춰줄 힘도 갖고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어려운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3선 연임에 성공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대표가 된다면 이런 분들에게 조명을 비춰줘야지 스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고 하면 안 된다. 실제 김두관 의원이 남해군수 시절 행정안전부 장관에 임명돼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고 차기 대선 주자로 거듭났다. 당대표는 그렇게 차기 대권 주자를 육성시켜야 한다. 특히 정계를 은퇴한 분들 중 다시 스포트라이트를 비춰서 불러들일 분들이 많다.”
―젊은 인재 영입과 육성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봤나.
“‘민주합숙’을 만들고 싶다. 영남에는 노무현 캠퍼스, 호남엔 김대중 캠퍼스를 만드는 거다. 그곳에서 법 공부부터 방송 토론, 글쓰기 등 다양한 교육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과거 민주당이 운동권을 주로 영입했다면, 이제는 새로운 젊은이들이 정치에 도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이들이 민주합숙을 통해 기초의원, 광역의원에 도전하고 광역·기초단체장, 국회의원까지 될 수 있어야 한다.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은 좋은 자원이었지만, 당 운영과 그 뒤의 모습이 아쉬웠던 건 사실이다. 당대표 출마하는 과정이 안타까웠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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