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여주의 한적한 시골 마을. 여름을 맞아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이곳에 그림 그리는 고양이 아빠 이성영 씨(49)가 살고 있다. 성영 씨가 이곳에 정착한 것은 3년 전. 당시 키우고 있던 반려견 '찰리'가 자유롭게 뛰어놀 마당이 있는 집을 찾아 이곳에 오게 됐다.
그러나 13년을 함께한 찰리가 세상을 떠나고 찰리의 부재로 큰 슬픔을 겪던 중 찰리의 빈자리를 채워주는 소중한 존재들이 나타났다. 지금은 성영 씨의 가족이 된 고양이들. 마치 '혜성처럼 나타난 선물'과도 같았다는데 이들은 과연 어떤 묘연(猫緣)으로 만나게 됐을까.
성영 씨가 돌보고 있는 고양이들은 총 12마리다. 조금 특이한 점은 고양이들 중 7마리는 실내에서, 나머지 5마리는 마당과 집 안을 오가며 지낸다는 것. 새끼 때부터 돌봐왔거나 몸이 아파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고양이들은 실내에서, 그렇지 않은 고양이들은 자유롭게 마당을 누비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고 보살핌에 있어 차이를 두진 않는다. 일명 '마당 냥'들을 위해서는 직접 만든 캣타워를 설치했고 '집 냥'들을 위해서는 방 하나를 전부 고양이 방으로 꾸며줬다. 거기에 집 고양이들이 답답해할까 봐 마당을 오갈 수 있게 만든 고양이 전용 테라스 '캣티오'까지 고양이들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되고 싶다는 성영 씨와 12마리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함께 한다.
마흔아홉의 성영 씨는 미혼의 시골 총각이다. 12마리 고양이들과 지내다 보면 외로운 줄 모른다고 하지만 부모님 마음도 어디 그럴까. 천남리 고양이 네에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복날을 맞아 혼자 지내는 아들이 걱정돼 양손 가득 음식을 챙겨 어머니가 오신 것. 반백 살을 바라보는 아들이지만 여전히 품 안의 자식인 법.
오자마자 냉장고 검사에 폭풍 잔소리를 쏟아놓지만 아들 사랑은 역시 어머니다. 무더운 여름 잘 보내라며 성영 씨는 물론 고양이 손주들까지 먹일 여름 보양식을 만들기 시작한다.
고양이 아빠 성영 씨의 본업은 화가이다. 그리고 그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모델은 대부분 그가 키우고 있는 고양이들. 원래는 사회 비판적인 그림을 주로 그려왔지만 고양이들을 만나고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화풍도 바뀌었단다.
최근 그리고 있는 작품 속 모델은 성영 씨의 오랜 단짝 '깡이'. 상추밭에서 놀고 있는 깡이의 모습을 화폭에 담기로 한 것인데 몇 날 며칠 계속된 작업 끝에 작품이 탄생했다.
햇볕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날 오후 성영 씨가 땡볕 아래에서 공구를 꺼내 들었다. 고양이들의 겨울 집을 철거하고 시원한 여름 쉼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고양이 테라스 '캣티오'도 만든 실력으로 완성한 마당 냥이들의 여름 보금자리. 천남리 고양이 아빠 이성영 씨와 열두 마리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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