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서현-KIA 윤영철 지명 유력 관측…나머지 구단들 눈치 싸움 치열
올해 신인 드래프트 지명은 지난해 성적의 역순으로 한화-KIA-롯데-NC-SSG-키움-LG-삼성-두산-KT 순으로 이뤄진다. 야구계에선 드래프트 전체 1번 지명권을 쥔 한화가 김서현을, 드래프트 전체 2번 지명권의 KIA가 윤영철을 지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서현은 서울고 에이스로 150km/h 이상의 빠른 공을 던지는 특급 유망주다. 올해 성적은 17경기 3승 3패 평균자책점 1.38, 52와 3분의 1이닝 20사사구(14볼넷 6몸에 맞는 볼) 63탈삼진을 기록했다. 김서현은 유튜브 콘텐츠 ‘정근우의 야구이슈다’에서 “내 이름이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불렸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한화의 김서현 지명 예상과 관련해서 A 구단의 스카우트는 “거의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면서 “심준석이 빠지면서 구단마다 약간의 혼란은 있지만 심준석의 미국행을 염두에 두고 플랜을 짠 팀들도 많기 때문에 한화가 김서현을 지명할 거란 예상은 쉽게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드래프트 전체 2번 지명권을 갖고 있는 KIA 관계자도 한화의 김서현 지명을 예상했다. 한화가 좌완 투수인 충암고 윤영철을 지명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 관계자는 “과연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하며 “구단마다 갖고 있는 전력에 따라 선수 선호도가 달라지겠지만 1라운드에서 김서현을 놓칠 팀은 없을 것”이라고 단정지었다.
그렇다면 한화가 김서현을 지명할 경우 KIA의 선택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KIA 관계자는 “아직까지 정해진 건 없다”면서 “봉황대기(고교야구대회)가 끝나야 드래프트 관련해서 구체적인 구단의 플랜이 마련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해서 전략이 없는 건 아니다. KIA 관계자는 “거론되는 투수들 세 명 중 한 명이 1라운드 지명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한화가 김서현을 지명한다면 KIA는 충암고 윤영철, 경남고 신영우, 대구고 이로운 등을 후보에 올려놓고 고민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투수들마다 장단점이 분명하다. 볼이 빠른 파이어볼러가 있다면 제구력이 좋은 왼손 투수도 눈에 띈다. 감독님이나 단장님이 선호하는 유형도 있을 것이고, 육성파트의 의견도 참고할 것으로 보인다. KIA는 2018년, 2021년 2차 1라운드로 왼손 투수 김유신, 최지민을 뽑았다. 왼손 투수들의 프로 적응 여부도 봐야하고, 후보에 있는 윤영철이 앞선 두 투수들과 다른 유형인지도 파악해야 한다. 정리하면 왼손 투수냐 오른손 투수냐 혹은 볼이 빠른 선수냐 제구력이 뛰어난 선수냐가 선택의 기준이 될 것이다.”
2018년 2차 1라운드로 KIA 유니폼을 입은 김유신은 군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복귀해 1군 경기에 나섰다가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고 지난 5월부터 퓨처스리그에 모습을 보였다. 2022년 2차 1라운드로 KIA에 입단한 최지민은 올시즌을 앞두고 스프링캠프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높은 프로의 벽에 부딪힌 바 있다.
KIA의 한 관계자는 1라운드 후보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의 장단점을 비롯해 부상 이력과 현재 몸 상태, 그리고 선수 인성과 사생활 등까지 체크한 후 최종 결정하겠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한 마디.
“심준석이 미국에 가지 않았다면 우리도 이렇게 고민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심준석이 KBO 신인 드래프트 신청을 했다면 한화가 심준석을 지명할 것이고, KIA는 주저 없이 김서현을 선택했을 거란 의미였다.
KIA 관계자는 윤영철을 지명하겠다고 단정짓지는 못했지만 다른 팀 스카우트들은 KIA의 윤영철 지명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KIA에 왼손 투수들이 많다고 해도 일단 뽑고 난 후의 고민일 뿐이라는 것.
충암고의 윤영철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87cm, 85kg의 체형도 눈에 띄지만 고교생답지 않은 제구와 커맨드, 완급 조절 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라는 것. 특히 JTBC 예능 프로그램인 ‘최강야구’에서 프로 레전드 출신으로 구성된 ‘몬스터즈’ 팀을 상대로 2차전 콜드게임 승리를 이끌었다. 몸쪽, 바깥쪽 등 보더라인을 활용한 제구와 변화구와 패스트볼 등의 구종 선택 등 프로 선수 못지않은 마운드 운영을 선보이며 레전드 선배들을 상대로 9탈삼진을 기록했고, 미소를 잃지 않으며 시종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윤영철은 유튜브 ‘정근우의 야구이슈다’ 인터뷰에서 “고3 투수들 중 넘버원은 심준석, 김서현이 아닌 나”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과 배짱이 두둑했다.
드래프트 전체 3번 지명권을 갖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KIA의 선택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만약 김서현, 윤영철이 한화와 KIA의 선택을 받는다면 우린 경남고 투수 신영우와 포수 김범석, 휘문고 야수 김민석, 그리고 고려대 김유성을 후보에 올려놔야 할 것 같다. 그런데 팀 내부에서는 다른 선수들보다 김유성의 실력에 가장 높은 점수를 줬다. 우리로선 KIA가 윤영철, 김유성 중에 어떤 선택을 할지가 궁금하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심준석 카드가 사라지면서 한화를 제외한 다른 구단들은 눈치 싸움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한화가 김서현을 지명한다고 가정하면 나머지 구단들은 다른 선수들의 장단점을 놓고 세밀한 분석에 들어가야 한다. 그중 ‘뜨거운 감자’가 얼리 드래프트에 나서는 고려대 우완 김유성이다. 김유성은 191cm, 89kg의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최고 구속 153km/h의 강속구뿐만 아니라 변화구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까지 뛰어나다.
그러나 김유성은 김해고 시절 학교 폭력 이슈를 안고 있다. 2020년 9월 28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1년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고 이를 소화했다. 2년 전 NC 다이노스가 김유성을 지명했다가 철회한 터라 올 시즌 어느 구단에서도 김유성을 지명할 수 있다. 참고로 NC는 1라운드 4번째 지명권을 가졌다.
롯데 관계자는 김유성을 향해 “실력만 보면 무조건 김유성을 뽑아야 하는데 학폭 이슈가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고, 1라운드에서 대형 이슈가 있는 선수를 뽑기란 위험 부담이 크다”면서 “모기업인 그룹 고위층에서 이런 선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의문”이라며 조심스러워했다.
“투수의 실력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김서현보다 김유성이 더 뛰어나다. 대학 진학 후 한 단계 더 성장했다. 150km/h의 제구되는 슬라이더를 기가 막히게 던질 수 있는 모습에 반했을 정도다. 어려운 일을 겪고 난 후 경기 운영에서도 성숙한 면모가 돋보였다. 마치 프로 3,4년 차가 된 것 마냥 노련해졌더라. 그럼에도 주저하는 건 학폭 이슈다. 우린 KIA의 선택을 예상해서 플랜 B, C 등을 세워놓을 예정이다.”
취재 과정에서 접촉한 프로팀의 B 스카우트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줬다.
“팀마다 김유성을 뽑고 싶어 해도 NC가 김유성을 뽑았다가 지명을 철회한 히스토리를 안고 있기 때문에 NC의 선택을 지켜보는 구단들이 많을 것이다. 만약 1라운드에서 NC가 김유성을 패싱한다면 5순위인 SSG부터 깊은 고민에 빠질 것이다. 김유성은 어느 팀이든 1라운드에선 무조건 지명될 것으로 보인다.”
B 스카우트는 한화부터 NC까지 투수 지명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다음 팀부터는 휘문고 ‘제2의 이정후’로 불리는 김민석과 경남고 포수 김범석 등이 1라운드 야수 최대어로 인기를 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든 스카우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게 아마야구의 야수들의 뎁스가 약하다는 점이다. 너도나도 투수를 하려다 보니 야수들 중 눈에 띄는 선수가 극히 드물다. 그런 점에서 휘문고 김민석과 포수 김범석은 모두 예의 주시하는 선수다. 앞 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팀들이 투수들을 지명한다면 5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SSG가 김민석을 지명할 수 있다고 본다.”
휘문고 김민석은 185cm, 83kg의 우투좌타 강타자로 부드러운 타격폼과 중장거리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거포형이다. 한 스카우트는 휘문고 시절의 성적만 놓고 본다면 당시의 이정후보다 지금의 김민석이 훨씬 더 좋은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정도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오는 9월 15일 실시된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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