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4시. 홍석민 씨의 아버지가 잠에서 채 깨어나지 못한 채 받은 전화는 경찰서에서 걸려 온 아들의 죽음 소식이었다. 집을 나가 독립한 지 넉 달 만에 들려온 황망한 소식에 한달음에 도착한 병원 영안실.
그곳에서 마주한 아들의 모습에 아버지는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항상 깨끗했던 석민 씨의 얼굴엔 채 다듬지 못한 수염이 수북했고 왜소했던 아들의 온몸엔 수많은 골절상과 시퍼런 멍 자국이 가득했다. 폭행에 의한 사망이었다.
도대체 누가, 왜 석민 씨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걸까. 석민 씨가 사망한 지 하루가 지나 경찰에 자수한 범인은 석민 씨의 동거인이자 동업자였던 최 아무개 씨(가명).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지인과 사업을 하겠다며 집을 나갔다는 아들.
사업 얘기에는 말을 아꼈지만 독립 후에도 가족들과 가끔 연락하며 지냈기에 그저 별 탈 없이 잘 지내는 줄로만 알았던 어느 날 아들 앞으로 온 등기에는 믿을 수 없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아들이 1000만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이자를 3개월 동안 내지 못했다는 독촉장이었다. 무슨 이유로 대출을 받게 된 건지 묻자 그 이후로 가족들과의 연락을 끊었다는 석민 씨. 이 무렵 석민 씨는 친구들에게도 미심쩍은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홍석민 씨와 친구 태훈 씨의 통화 녹취 중에는 "태훈(가명)아, 제발. 나 진짜 자살할 것 같아, 지금" "나 30만 원만 빌려줘, 진짜"라고 말했다.
입에 무언가를 문 채로 말을 하는 듯 둔탁한 목소리로 걸려 왔던 전화. 오랜 친구 사이지만 누구인지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변해버린 목소리에 돈을 빌려주는 것보다 가족에게 알리는 것이 먼저가 아니냐며 태훈 씨가 석민 씨를 설득하려 했지만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는 석민 씨.
이상한 전화가 걸려 온 지 얼마 뒤 들려온 부고 소식에 태훈 씨는 돈을 빌려달라던 석민 씨의 부탁이 누군가에 의해 강요된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한다.
착하고 바르게 자란 아들이었다는 석민 씨와 동업자 최 씨. 4개월 동안 이들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을까. 홍석민 씨와 최 씨, 두 사람의 수상한 관계에 대해 알아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독립운동가 김명시 벽화 테러사건에 대해서도 알아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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