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시장 “군 복무 대신 엑스포 유치 활동”…유치 실패 땐 ‘허술한 복무’ 후폭풍 불 수도
#BTS와 아미는 조용한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 때마다 BTS 병역특례 관련 논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8월 29일 오전에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선 여당 정책위의장인 성일종 국민의힘 의원이 “전 정부에서 할 일을, 너무 이런 걸 다 미뤄놨다”며 BTS 병역특례 관련 얘기를 꺼냈다. ‘국익 기여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예술·체육요원 확대’를 분명한 ‘할 일’로 규정한 뒤, 이를 문재인 정부가 하지 않았다는 취지다. 그렇지만 같은 기준으로 보면 국회 역시 공포기간을 감안한 처리 기한인 6월 말까지 그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여당 정책위의장의 발언인 만큼 이제라도 현 정부에서 그 ‘할 일’을 하면 되지만 여전히 쉽지 않아 보인다. 성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문화수지를 굉장히 흑자로 되돌린 데 한류 붐이 있다. 장관이 욕먹을 각오하고 과감히 하시라. 왜 미루냐. 시행령으로 하라”고 이종섭 국방부 장관에게 촉구했고, “손흥민 선수나 이창호 9단, 야구 우승한 선수 등 여러 선례가 있지 않느냐. 기준에 맞춰서 얼마든지 국가 이득을 위해 판단할 수 있는 게 병무청인데 욕먹을지 모르니 국회로 떠넘긴 거 아닌가”라고 이기식 병무청장에게 따지듯 묻기도 했다.
전 정부 국회와 유사한 그림이다. 2021년 11월 국회 국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당시 야당 의원이던 성일종 의원은 “여러분(국방부와 병무청)은 책임 안 지고 국회가 해주면 그대로 가겠다는 것 아닌가. 욕먹기 싫다. 국회의원들 욕먹어라. 국민 여론이 무서워 어떻게 비난받을지 모르니 그것을 못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조복연 병무청 차장과 박재민 국방부 차관 등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그렇지만 정권이 바뀌고 새로운 장관과 청장이 왔지만 국방부와 병무청의 입장은 변하지 않았다. 8월 29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종섭 국방장관은 “병역자원이 급감해서 병역특례 대상자를 줄여간다는 측면, 병역 의무 이행에 대한 공정성과 형평성의 가치가 갈수록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는 점, 또 법률 개정 소요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국방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기식 병무청장 역시 “월드컵과 야구는 법률 적용을 못 하게 돼 있어 시행령으로 적용할 수 있게 했지만 국민 여론에 의해 몇 년 뒤 삭제됐다”고 밝혔다.
오히려 같은 여당 의원인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주 대학생 15명과 3시간 동안 토론한 적이 있다. 이들에게 BTS에 대해 물었는데 15명 전원이 병역특례를 주는 것에 반대했다”며 국방부 장관과 병무청장의 입장을 옹호했다. 한 의원은 3성 장군 출신이다.
이처럼 국방부와 병무청은 정권 교체나 수장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같은 입장을 견지하며 ‘대중문화예술인에 대한 예술·체육요원 확대’를 주장하는 일부 국회의원들과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홍보대사 카드가 신의 한 수?
두 주장의 평행이 깨지려면 뭔가 ‘계기’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된 정부 시행령에 따른 예술·체육요원 확대의 대표적 선례인 월드컵 대표팀은 2002년 월드컵 16강 진출이 ‘계기’가 됐다. 이런 측면에서 박형준 부산시장의 건의가 눈길을 끈다. 박 시장은 2030부산엑스포 홍보대사인 BTS가 군 입대 대신 2030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제안이다. 현재 부산은 리야드(사우디아라비아), 로마(이탈리아)와 함께 3파전 양상으로 2030엑스포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앞서 있다고 알려진 곳은 국가 차원의 공격적인 유치 활동을 벌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다.
부산시와 박 시장은 현재 리야드에 다소 밀리는 경쟁 구도를 깰 수 있는 대안으로 월드스타를 홍보대사로 위촉하는 방안을 꺼내 들었다. 그래서 우선 ‘오징어 게임’의 이정재를 홍보대사로 위촉했고, 꾸준한 노력으로 BTS도 홍보대사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지금 예정대로라면 BTS는 내년부터 멤버들이 군 입대를 해야 한다. 당장 멤버 진이 내년 상반기에 입대해야 하는데, 전략적으로 멤버 전원이 동반 입대를 할 수 있다. 동반 입대는 아닐지라도 한두 명의 멤버가 군에 입대하면 수년 동안 그룹 활동은 어려워진다.
그 사이 2030엑스포 유치 일정이 숨가쁘게 이어진다. 국제박람회기구(BIE)는 2021년 12월과 2022년 6월 유치 후보국의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진행했고 11월에 3차 PT를 진행한다. 2023년 1~3월 현지실사 후 회원국의 평가보고서 열람이 이뤄지고 2023년 6월 4차 PT, 11월 5차 PT가 쉴 새 없이 이어진 뒤 비밀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된다. 결국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지금부터 2023년 연말까지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데 군에 입대해야 한다면 홍보대사 BTS의 동참에는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박 시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BTS가 오히려 군 복무하는 것보다 엑스포 유치를 위해서 적극 뛰는 것이 더 국가를 위해서 봉사하는 길”이라며 “국위선양과 국익을 위해 34개월 동안 봉사할 수 있는데 아예 그걸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시행령을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유치 실패하면 역풍 불 수 있어
다만 가요계에선 2030부산엑스포 홍보대사 활동과 연계된 병역특례 제안은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잘 되면 서로 좋은 일인데 잘 안 되면 BTS만 책임을 지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어디까지가 홍보대사로 최선을 다한 것인지 기준이 없는 상황에서 유치에 실패하면 마치 BTS가 홍보 활동을 게을리했기 때문이라는 여론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가대표 선수인 체육요원이 정해진 공익근무를 하지 않고 봉사활동 증빙 서류를 허위 제출했다가 적발되는 등 예술·체육요원의 허술한 복무 실태가 논란이 된 사례가 종종 있었다. BTS의 경우 정해진 시간(34개월 동안 544시간) 동안 최선을 다해 부산엑스포 홍보 등의 공익근무를 할지라도 결국 유치에 실패하면 ‘허술한 복무’라는 공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다.
기준에 대해서도 지적의 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부산시 조건부 건의의 한계다. 한 연예계 중견 관계자는 “국위선양과 국익을 위해 모든 국가대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며 국가에 봉사하지만 그 이유만으로 모두 병역특례가 이뤄지는 것은 아니고 금메달 등 기준에 따른 성적을 올려야만 한다”면서 “부산시의 얘기를 보면 BTS가 그동안의 국위선양과 국익을 위한 활동으로 병역특례를 해주겠다는 것인지, 앞으로의 부산엑스포 유치 활동이 국위선양과 국익을 위한 활동이라는 것인지 모호하다”고 지적했다.
BTS 등 대중문화예술인의 병역특례를 두고는 찬반 여론이 팽팽한 상황에서 ‘유치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조건부 병역특례는 위험한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BTS가 홍보대사로 최선을 다해 유치에 성공한 상황이라면 여론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지만 유치 실패 가능성도 분명히 존재한다. 2002년 월드컵 역시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일궈낸 뒤 병역특례가 이뤄졌고 이런 분위기는 4강 진출이라는 신화로 이어졌다. 16강 진출을 조건으로 월드컵 이전에 미리 대표팀 군 미필 선수들에게 병역특례를 허용하는 대통령 시행령이 시행됐다면 여론의 지지를 받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월드스타 활용할 준비 돼 있나
게다가 부산시가 군 입대 대신 2030부산엑스포 홍보대사로 대체복무하는 BTS를 적절히 활용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도 불확실하다. BTS의 군 입대를 주장하는 국방부는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나서 “군에 오되, 연습 시간 주고 해외에서도 공연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성이 매우 떨어지는 제안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부산시 역시 현재 10월 15일 오후 6시 기장군 일광읍 옛 한국유리 부산공장 부지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기원 콘서트’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초대형 무료 콘서트에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의 엄청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는 부분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에 긍정적인 신호지만, 10만 명 이상 인파가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교통대란과 숙박대란이 불가피하다.
심지어 숙박비는 평소 대비 30배 이상 올랐고 미리 예약이 돼 있는 이용자를 강제 취소시킨 뒤 폭등한 가격으로 예약을 새로 받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1박에 호텔은 수백만 원, 모텔도 수십만 원에 이르는 숙박비에 소셜미디어(SNS) 등에서는 “차라리 엑스포 유치 안 됐으면 좋겠다”는 글까지 올라올 정도다. 국방부도 그렇고 부산시도 그렇고 아직까지 대한민국 정부기관은 월드스타를 품고 활용하는 데 대한 준비가 여러모로 미흡해 보인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김은 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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