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팀 3명 선거운동 현장 동행…선관위 “통상적 수준이면 문제없다”…이재명 측 “합리적 비용”
이재명 대표는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도 스타일링에 정치자금 8600여 만 원을 지출해 논란이 됐다. 당시 이 대표 측은 "전문 업체에서 미용과 의상, 이미지컨설팅 등을 모두 관리한다"며 "지방 출장도 많다"고 해명했다. 전문 업체라는 S 업체는 보궐선거와 최근 치러진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도 이 대표 스타일링을 맡았다.
일요신문은 8월 29일 S 업체를 찾아갔다. S 업체는 경기도 파주에 있다. S 업체까지 거리가 2km 남았을 즈음, 좁은 왕복 2차선 도로에 접어들자 좌우로 논밭과 작은 공장이 연이어 나타났다. 그 가운데 위치한 빌라에 S 업체가 있었다. 가정집으로 보이는 S 업체 주소지 초인종을 누르자 한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S 업체 대표 A 씨 집이 맞느냐"는 질문에 그는 "무슨 일이냐"고 되묻더니 기자 신분을 밝히자 더 이상 응답하지 않았다.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S 업체는 법인이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사업자등록주소는 A 씨와 남편이 함께 사는 집이다. 스타일리스트 A 씨는 메이크업아티스트 B 씨, 헤어디자이너 C 씨와 함께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부터 이 대표 스타일링을 맡았다. 3명으로 구성된 스타일링 팀은 이 대표의 지방 선거운동 현장을 따라다녔다. 지난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 최근 치러진 민주당 당대표 선거에서도 이 대표와 함께했다. 당대표 선거 때는 C 씨가 아닌 다른 헤어디자이너가 이 대표 일정에 동행했다. 이 대표는 정치자금으로 스타일링 전담팀을 운영한 셈이다.
B 씨와 C 씨는 S 업체에 소속돼 상시적으로 일하지는 않는다. 이 대표 스타일링을 위해 프로젝트성 팀을 결성한 것에 가깝다. S 업체 대표 A 씨는 지상파 방송사 의상팀에서 일하며 이 대표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이 대표가 출연하면서다.
일요신문이 선관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한 이재명 캠프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지난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후보자 이미지컨설팅 및 비쥬얼디렉팅' 명목으로 S 업체에 2420만 원을 지급했다. 중앙당으로부터 받은 보조금으로 해당 금액을 지출했다. 세부내역 없이 2420만 원을 한 번에 계좌이체했다. 선거운동 기간이 2주였으니 스타일링 비용으로 하루 약 170만 원을 사용한 셈이다.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후보자 스타일링에 써도 괜찮은 것일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통상적인 수준이라면 TV 토론회 출연 등 정치활동을 위한 것일 경우 정치자금으로 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통상적인 수준에 대해서는 "액수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해당 금액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했는지 알아야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 업체 대표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계약을 맺고 이 대표 스타일링을 맡은 것은 맞다"며 "자세한 것은 민주당에 물어보라"고 답했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수천만 원의 스타일링 비용에 대해 "통상 금액이며 적법 지출"이라고 말했다. 또 "하루에만 여러 곳의 일정을 소화했고 출장 지역도 전국 단위였다"며 "스타일링에 대한 무형가치를 포함하면 충분히 합리적인 비용"이라고 주장했다.
적법성 여부와 별개로 특이한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이 대표와 함께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지난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 출마자들은 이 대표보다 훨씬 더 많은 정치자금을 지출했지만, 이중 스타일링에 쓴 돈은 거의 없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메이크업에 12만 1000원을 한 차례 지출한 것이 전부였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업체에서 메이크업을 받았다. 김동연 지사가 선거기간 지출한 정치금액 총액은 54억여 원이었다.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의 정치자금 지출 내역 중 스타일링 관련 비용은 없었다. 오 시장은 34억여 원, 홍 시장은 10억여 원을 선거기간 정치자금으로 사용했다.
과거 언론 보도를 살펴봐도 메이크업, 코디 등 스타일링에 정치자금 수천만 원을 지출한 사례는 나오지 않는다. 나경원 전 의원은 17대 국회 기간 572만 5000원, 18대 국회 들어 209만 8500원을 인터뷰 메이크업 및 코디 비용, 방송 코디비 등으로 사용해 논란이 됐다. 정우택 의원은 2017년 이미지컨설팅 비용으로 정치자금 약 550만 원을 썼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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