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국감 앞두고 여야 모두 사법 리스크 휩싸여…국민의힘은 이준석발 법원 리스크도 부담
“나와 김건희, 쌍특검 하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8월 31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법 리스크 꼬리표가 줄곧 따라다녔던 이 대표가 당대표직에 오르자마자 선제공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이재명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발휘됐다”고 평가했다. 이 대표는 9월 1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등의 혐의로 검찰 출석 통보를 받았고, 9월 6일 서면으로 이를 갈음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이 대표 검찰 출석 통보를 두고 ‘정치 보복’이라며 격앙된 기류다. 신임 당대표에 대한 출석 통보는 전형적인 망신주기라는 것이다. 안호영 수석대변인은 6일 “당 안팎의 대체적인 의견은 꼬투리 잡기식 정치탄압에 끌려 다니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 대표는 검찰이 요구한 서면 조사서에 소명에 필요한 답변 진술을 기재하여 중앙지검에 보내고 유선으로 통지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 대표에게 출석 통보를 한 사건은 총 3건의 허위사실 공표 혐의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과 관련된 허위 발언(수원지검 성남지청) △대장동 개발 등과 관련된 허위 발언(수원지검 성남지청)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관련 허위 발언(서울 중앙지검)이다. 법조계에선 3건 모두 기소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외에도 배임 등 여러 의혹에 대한 수사들이 진행 중이라 추가 출석 통보가 이뤄질 수도 있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가 추석 민심을 뒤흔들자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의 대한 특검을 9월 5일 당론으로 채택하며 역공에 나섰다. 앞서 김용민 의원은 8월 22일 ‘김건희 특검법’을 발의한 바 있다. 김 여사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허위 경력 △전시회 뇌물성 후원 수수 △대통령 공관 인테리어 공사 예산 낭비 △민간인 순방 동행 의혹 등 5가지를 특검하자는 게 골자다. 당론 채택에 신중했던 지도부가 입장을 선회한 것엔 ‘이재명 소환 통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최근 계속 김 여사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새로운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데, 국민적 의혹이 너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기관들이 봐주기로 일관하고 있어 국민적 의혹을 해소할 수 없는 단계로 가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일요신문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식 매입을 골드만삭스 출신 주식 전문가 이 아무개 씨에게 직접 지시한 정황, ‘관계 단절’ 해명 이후에도 주문 권한을 준 정황 등을 보도한 바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대선 후보 시절 밝혔던 해명과 배치될 수 있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했다(관련기사 [단독] ‘선수와 관계 끊었다더니…’ 도이치모터스 공판 김건희 녹취록 공개).
민주당은 김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 각 의원실이 전담해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저격수’로 꼽히는 의원들을 전면 배치해 10월 국감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겠다는 것이다. 교육위에서 김 여사의 논문·허위 이력 기재를, 법사위 등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에 더해 고가 보석 재산 누락 의혹 등을 다룰 전망이다.
국민의힘 역시 이에 질세라 이 대표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인 ‘쌍방울 커넥션’ 공격에 화력을 정조준하고 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9월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쌍방울그룹과의 검은 커넥션이 차례차례 드러나고 있다”며 “살아있는 형법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직격한 바 있다.
이 대표와 쌍방울 커넥션 의혹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2018년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리한 변호사들에게 쌍방울그룹 전환사채 등으로 20억여 원을 제공했다는 ‘변호사비 대납 의혹’이다. 쌍방울이 발행한 1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를 사들인 두 페이퍼컴퍼니 중 한 곳의 사외이사는 이 대표 사건을 맡았던 이 아무개 변호사다.
민간단체 아태평화교류협회(아태협) 후원을 둘러싼 의혹도 있다. 2018년 경기도와 아태협이 주최한 대규모 대북교류행사 행사 비용 8억 원을 쌍방울그룹이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 유치를 주도한 이화영 당시 경기도 평화부지사는 2017년 3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쌍방울 사외이사로 근무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화영 전 부지사는 이재명 대표 측근 인사로 통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격과 동시에 이준석 전 대표와의 비대위 소송전으로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내부에서 불거진 법원 리스크인 셈이다. 국민의힘은 빠른 정상화를 위해 새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준비를 속전속결로 마친 상태다. 전국위에서 비대위 전환 요건에 관한 당헌 제96조 1항을 ‘선출직 및 청년 최고위원 5명 중 4명 이상 사퇴’로 구체화한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후 상임전국위를 열어 비대위 설치 필요성에 관한 유권해석 안건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비대위 출범을 두고 당 내홍은 이어질 전망이다. 1차 가처분에서 한 차례 비대위가 좌초된 후 당헌·당규까지 고치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그렇게 출범한 비대위의 순항 여부조차도 미지수다. 9월 14일 이 전 대표의 가처분 법원 심리가 있고, 이를 시작으로 이 전 대표 법적 쟁송에 대한 법원 심리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만약 법원이 또 이 전 대표 손을 들어준다면, 국민의힘은 그야말로 대혼돈 속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가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둘러싼 여야 강대강 대치로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국회는 ‘여소야대’ 속 윤석열 정부 첫 정기국회다. 민생 입법 과제 등에 여야의 입장 차가 큰 상황에서 협상 테이블조차 열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사법리스크는 사생결단의 문제다. 이재명 대표로서는 정치생명이 끝나느냐 문제다. (김건희 의혹은) 대형 이슈들이라 야당도 그냥 가만히 있기 어렵다. 사법대전에선 먼저 이겨야 하니깐 여야 모두 가용 자원을 총동원할 것이다. 양측이 한발도 물러설 수 없는 대치 속에서 민생이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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