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열린 국민생각(가칭) 발기인대회에서 권영세 한나라당 사무총장, 박세일 이사장, 장기표 녹색사회민주당 대표가 박수를 치고 있다(왼쪽부터). 연합뉴스 |
지난 11일 발기인대회를 통해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임된 박세일 위원장은 행사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여야 정치인 중에서 국민생각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 많다. 선거 전에 제3당이 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라며 ‘국민생각’의 앞날에 대한 긍정적 포부를 밝혔다. 장기표 대표도 “30명 정도 현역의원이 참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구체적인 합류 인사의 명단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누구라고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나 1차, 2차로 결단이 나오리라 생각한다”며 입을 열지 않았다.
실제 박세일 위원장은 이미 지난해 6월 보수 인사들로 구성된 ‘선진통일연합’을 출범시키고 그동안 여러 인사들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 위원장은 한 인터뷰에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정치를 하신다면 우리와 함께할 것으로 믿는다”며 안철수 원장과의 연대에 대한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박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그다지 주목하는 분위기는 없었다.
박세일 위원장 측은 특히 한나라당 안팎의 보수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합류 의사를 타진해 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발기인대회를 통해 공개된 합류를 ‘확정’ 지은 인사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이는 한치 앞을 가늠하기 어려운 ‘변화무쌍한’ 한나라당 내 상황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나라당 인사들 역시 총선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한나라당 탈당→국민생각 입당’이라는 절차를 실행에 옮기는 것에 대한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전문가들은 ‘국민생각’이 한나라당을 위협할 만한 ‘제3 정당’이 될 수 있을지 대해선 아직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한나라당 인사들이 새 정당에 몸담기 위한 명분이 부족할뿐더러 국민들은 총선을 겨냥한 전략적인 신당 창당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한 정치 컨설턴트는 “현직 관료나 정치인 출신은 한 명도 명단에 들어있지 않은 데다 발기인들 상당수가 구시대 인물들이어서 개혁과 참신함을 원하는 정치권에 대한 대중들의 바람과도 거리가 있다. 신당 창당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세일 위원장은 그동안 한나라당 내 친이계 주자들과도 교류를 넓히며 신당 합류에 공을 들여왔으나 창당 발기인 대회까지의 ‘결과물’은 미약하다는 게 중간평가다.
발기인 대회에 정몽준 전 대표가 참석했다가 일찍 자리를 뜬 것에 대해서도, 미묘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식이 시작되기 15분쯤 전 현장을 찾았다가 잠시 머무른 뒤 일찍 자리를 떴다. 애초 ‘국민생각’ 관계자는 정 전 대표가 축사를 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으나, 정 전 대표 측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축사를 할 계획이 없었다”는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단지 박세일 위원장이 지난 9일 정몽준 전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해 준 것에 대한 ‘답례성’ 방문이었다는 것.
그러나 이 ‘상황’을 지켜본 한나라당 관계자들은 “정몽준 전 대표를 비롯해 김문수 경기도지사, 이재오 의원 등이 박세일 위원장과 가깝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데다 정 전 대표 역시 비대위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내놓고 있어 몸을 사린 것 아니겠느냐”는 평가를 하기도 했다.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지사가 ‘반박(근혜) 전선’의 선두에 서 있긴 하지만 ‘박세일 신당’과의 연대 여부에 대해선 쉽게 결정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나라당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정 전 대표와 김 지사가 ‘국민생각’에 합류하기 위해선 ‘한나라당 탈당’이 전제돼야 하는 데다 자신들을 포함한 탈당파들을 대표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있기 때문에 고민이 클 것이다. 당내에서는 비대위에 반대하며 재창당을 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정리되지 않고 있다. 현재로선 탈당 강경파들도 분위기를 살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생각’은 오는 4월 총선에서 전국 200곳 이상에 후보를 내고 70~80명 이상의 당선자를 내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한나라당의 분당사태와 같은 최악의 국면이나 총선 공천 과정에서 탈락한 인사를 대거 영입하겠다는 전략. 이에 대해 이상백 사무처장은 “우선 목표는 시민사회 세력의 참신한 인물을 영입하겠다는 것이고 한나라당 인사들의 합류는 그 다음 목표”라고 설명했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