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호영 추대론’ 제기됐으나 이용호 출마 선언으로 경선 유력…‘자칭 친윤’으로 혼란 가중될 가능성도
국민의힘이 새 원내 사령탑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원내대표와 당대표 직무대행을 겸하며 당을 이끌었던 권성동 원내대표가 사적채용 논란, ‘내부총질’ 텔레그램 유출 등에 따른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당 내홍을 마무리 지을 선수로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명한 뒤 원내대표직 자진사퇴를 선언했기 때문.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거는 규정에 따라 9월 16일 공고를 내고 17일 하루 동안 후보등록 신청을 받은 뒤, 19일 의원총회에서 치러진다.
이번에 뽑힐 원내대표는 그 어느 때보다 역할이 막중하다는 평가다. 신임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 첫해 국정감사, 예산안 심사 등 정기국회에서 여소야대 국면을 뚫고 정부를 지원할 수 있는 ‘노련한 정치력’을 선보여야 한다. 또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에 대해 국정조사와 특검을 주장하면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는 이준석 전 당대표와의 갈등 등 내홍도 수습해야 한다.
원내대표 선출 준비에 들어가면서 당 안팎에서는 10여 명의 후보군 이름이 자천타천 거론됐다. 5선 주호영 정우택 의원과 4선의 윤상현 김학용 홍문표 의원, 3선 김태호 윤재옥 박대출 조해진 김상훈 이종배 의원 등이다.
‘신핵관’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윤상현 의원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다”며 “나는 권성동 원내대표의 조속한 사퇴와 비대위 체제가 아닌 새로운 최고위원회 구성을 주장해왔다. 그런데 권 원내대표가 사퇴했다고 내가 그 자리에 출마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출마에 선을 그었다.
유력 후보들이 물밑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이던 중 ‘친윤계’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주호영 합의추대설’이 제기됐다. 당 내홍이 심각한 상황에서 원내대표를 두고 싸우는 모습을 보이면 좋지 않다는 명분이었다. 일정이 촉박하다는 점도 주호영 의원 합의추대에 설득력을 더했다.
주 의원은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시절 이미 한 차례 원내대표직을 맡은 바 있다. 또한 지난 1차 비대위를 꾸릴 당시 의총의 총의를 받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이준석 전 대표가 법원에 제출한 가처분 사건이 다시 인용될 경우에도 적합하다는 평가다. ‘정진석 비대위’가 좌초되면 원내대표가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주호영 원내대표 선출은 지난 주호영 비대위가 법원 가처분 인용에 의해 좌초된 뒤 이미 한 차례 나온 말이다. 비대위를 다시 꾸리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주호영 의원이 원내대표직에 오르면 권한대행도 같이 수행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윤석열 대통령 및 친윤계에서도 주호영 원내대표 체제가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고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친윤 그룹을 중심으로 ‘주호영 추대론’이 무르익어 가던 도중 변수가 생기며 합의추대는 사실상 불발되는 모양새다. 재선의 이용호 의원이 원내대표 출마를 선언한 것. 이 의원은 당내 유일한 호남 지역구(전북 남원임실순창) 의원으로 지난해 12월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대선 선대위 공동선대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사법행정분과 간사를 지내 마찬가지로 ‘친윤’ 그룹에 분류된다.
이용호 의원은 9월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다시 그 인물, 다시 그 구도를 확실하게 벗어버리고 계파를 파괴하고 선수를 파괴하고 지역구도를 타파해 새로운 모습으로 당을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밟혔다.
‘주호영 추대론’에 대해서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에게 “지금 비상상황이어서 추대를 하자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며 “대한민국 역사를 뒤집어보면 6·25 전쟁 중에도 선거를 치렀다. 비상상황일수록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경선을 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이용호 의원이 원내대표 출사표를 던지면서 ‘추대론’에 눈치를 보던 후보군들도 앞다퉈 후보 등록을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신임 원내대표 선출은 합의추대가 아닌 경선 방식으로 치러지게 됐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역시 9월 14일 YTN '뉴스Q'에 출연해 “과거 전례를 보면 고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경우 원내대표로 추대된 경험이 있다. 의원들 간 여러 대화와 소통을 통해 (합의추대) 문제들이 좁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여지를 열어두면서도 “복수의 원내대표 선거에 임하는 후보들이 나올 경우 당연히 표 대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내대표 선출이 경선 방식이 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주호영 의원 참여 여부가 관심사가 됐다. 주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전체 상황을 보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주 의원은 당대표 출마, 원내대표 경선 등 선택지를 두고 여러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가운데 윤상현 의원은 새 원내대표 ‘선출 연기론’을 제기했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 이후에 하는 것이 맞다는 이유에서다. 윤 의원은 15일 자신의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집권여당의 지도체제를 법원 결정에 맡기는 ‘정치의 사법화’ 상황부터 탈피하는 것이 우선순위”라며 “최종 심문은 2주 후인 28일이다. 일단 가처분 쳇바퀴부터 벗어난 뒤 정치를 통해 이 혼란을 수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하지만 권성동 원내대표는 15일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하면서 ‘연기론’에 대해 “이미 다 얘기했다. 이제 와서 무슨 소리인가”라며 “월요일(19일) 무조건 사퇴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수석부대표 체제로 가는 한이 있어도 그만둘 것”이라며 “지금 일주일 더 하는 것도 지옥 같다”고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경선 방식으로 치러지면 ‘친윤계’가 다시 원내대표직을 거머쥘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급락해 30%대에서 정체돼 있고, 대통령실 내부에서 여의도 정치인 출신 인물들이 대거 물갈이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에 대해 집권당이 견제에 들어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윤계가 아닌 인사가 원내대표에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의 배경이다.
그럼에도 새 원내대표에는 친윤계가 무리 없이 선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했고,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당 내홍에 일부 아쉬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알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임기 초반의 대통령이다.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친윤계에 의원들의 표심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비윤’ 그룹은 원내대표에 오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원내대표 선거로 ‘윤핵관’의 정치력이 비판받을 것이란 주장이 고개를 든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친윤계에서 ‘주호영 추대론’을 띄웠을 때는 내부적으로 교통정리가 되고 확실한 가능성을 가지고 했어야 한다. 그런데 합의추대 절대 안 된다고 하는 출마자들이 나오면서 당내 분란이 오히려 증폭됐다. 윤핵관들에게는 원내대표 선출 전략조차 없었던 것이다. 윤핵관의 실체는 국민의힘 내 실질적 주도권도 없고 빈껍데기라는 사실만 증명됐다”고 꼬집었다.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서로 자신이 ‘윤심’을 반영하는 후보라고 주장하는 주자들로 당내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고진동 평론가는 “윤핵관의 무능은 드러났지만, 그럼에도 새 원내대표는 윤핵관이 된다. 지금은 ‘윤심’을 등에 업지 않고는 될 수 없다. 그럼 후보들이 서로 ‘자칭 친윤’이라고 주장하는 오합지졸 상황이 연출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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