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 계좌 맡긴 적 없다” 해명에도 2차 ‘주포’ 사무실서 ‘김건희’ 파일 등장…조작 세력들과 금전거래 증언도
지난 2월 국회를 통해 공개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관련자 9명에 대한 검찰의 공소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1차와 2차 작전으로 분류했다. 1차 작전은 2009년 12월부터 2010년 8월까지고, 2차 작전은 2010년 9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진행됐다는 것.
1차 작전 ‘주포’는 김건희 여사가 신한증권(현 신한금융투자) 계좌를 맡긴 ‘선수’ 이 아무개 씨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에서는 지난 대선 과정에서부터 이 씨에 대해 “네 달 정도 맡겼는데 4000만 원가량 손실을 봤다. 그래서 2010년 5월 20일 남아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모두를 김건희 여사 명의의 별도 계좌로 옮김으로써 이 씨와 관계를 끊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일요신문은 앞서 기사를 통해 김 여사와 이 씨의 관계가 그 후에도 이어진 정황이 담긴 전화 녹취록이 재판 과정에서 공개됐다고 밝힌 바 있다.
2차 작전 ‘주포’는 김 아무개 씨와 또 다른 이 아무개 씨(L 씨)다. 김 씨는 당시 T 투자증권 센터장이었고, L 씨는 이른바 ‘부띠끄’라고 불리는 B 인베스트 주식투자 사무실을 운영하는 대표였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당초 1차 작전 주포 이 씨가 끌어들인 ‘선수’였다. 하지만 이 씨가 성공보수를 지급하지 않자 권오수 전 회장을 찾아가 담판을 짓고 이 씨 역할을 이어받아 2차 작전을 주도했다.
앞서 윤 대통령 측 해명과 달리 검찰 공소장의 범죄일람표 등을 통해 김 여사가 2차 작전의 주포들에게도 기존에 공개되지 않았던 증권계좌 2개를 추가로 맡겼고, 권 전 회장의 권유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직접 매수하기도 했던 내용 등이 드러났다.
그럼에도 윤석열 당시 선대본에서는 “2010년 5월 이후 추가로 주식거래가 있긴 했다. 다만 김건희 여사가 돌려받은 주식을 정리하는 과정이었다. 주가가 낮은 기간에도 손해를 보며 주식을 장기간 분산 매매했다”면서도 “거래금액은 모두 김건희 여사 자금으로서 어느 누구에게도 해당 계좌를 빌려준 사실이 없다”고 작전세력과는 강하게 선을 그었다.
그런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조병구)에서 열리고 있는 권오수 전 회장 등 관련자들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공판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뿐 아니라 2차 작전에도 관여된 정황이 담긴 증거와 증언이 나와 눈길을 끈다.
#김 여사 계좌서 이뤄진 ‘통정매매’
윤석열 대통령 측이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 작전세력과 관계를 끊었다고 한 2010년 5월 20일 이후에도 여전히 주식계좌를 맡긴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권오수 전 회장 변호인 측은 각각 4월 1일과 5월 6일 공판기일에 김 씨 문자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김 씨가 민 아무개 씨에게 2010년 11월 1일 보냈다고 하는 메시지에는 “월요일 돼서 12시에 3300원 8만 개 때려달라고 해주셈” “12시 조금 전에 11시 44분에 매도하라 하셈”이라고 적혀있었다. 민 씨는 L 씨 처남이자 B 인베스트 임원으로, 현재 해외 도피 중이다.
실제 검찰의 공소장 범죄일람표 등을 보면 김건희 여사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11월 1일 11시 44분 39초에 도이치모터스 주식 8만 주를 3300원에 매도하는 주문이 나왔다. 이보다 1분 52초에서 7분 11초 앞서서는 김 씨나 공범이 관리하던 계좌에서 같은 가격으로 매수 주문을 접수, 김 여사 계좌에서 내놓은 주식 6만 881주를 바로 사들인 것으로 나온다. 검찰은 이를 ‘통정매매’로 분류했다.
특히 같은 날 김 여사 명의의 미래에셋대우(현 미래에셋증권) 주식계좌에서는 도이치모터스 주식 5만 3520주를 평균 3409원에 매수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하루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팔 때는 낮은 가격에 내놓고, 살 때는 비싸게 매입했다. 수량도 8만 주와 5만여 주로 큰 차이가 없다. 이는 일반적인 주식거래의 형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대신증권 계좌를 권 전 회장이 비정상적으로 매수를 유도한 계좌로 보고 있다. 5월 13일 공판기일에서 L 씨 변호인이 증인으로 나온 김 씨에게 이날 8만 주 거래와 관련해 “(검찰 진술에서) 증인(김 씨)은 매도물량을 낸 사람에 대해 권오수 전 회장이나 L 씨로 봤는데, 매도물량 낸 사람이 김 여사여서 권 전 회장일 것 같다라고 했느냐”라고 묻자, 김 씨가 “네”라고 답한 것. 김 여사 명의 주식계좌를 권 전 회장 측에서 관리했다고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압수수색 중 발견된 엑셀 파일
그러다보니 2차 작전세력에서 김 여사 계좌의 내역을 정리하고 있었던 정황이 있다. 지난 4월 8일 공판에서는 L 씨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검찰은 L 씨 주식투자 사무실 압수수색 과정 직원 노트북에서 확보한 엑셀 파일을 제시했다. 파일 제목은 ‘김건희’로, 2011년 1월 13일 작성됐다. 이때는 주가조작 2차 작전이 한창 진행 중인 시기였다. 이 파일에는 김 여사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과 토러스투자증권(현 DS투자증권) 계좌의 인출 및 잔고 등 거래내역 등이 정리돼 있었다.
검찰이 ‘김건희’ 엑셀 파일 작성 경위를 묻자, L 씨는 “잘 모르겠다”며 “작성한 재무회계 담당 직원에 물어봐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검찰이 “(직원이) L 씨를 통하지 않고 어떻게 알 수 있냐”고 압박하자, L 씨는 “저희가 김건희 여사 계좌를 관리했다는 말이냐”고 반문하며 “계좌를 관리한 적이 없어 잘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다만 L 씨 처남이자 회사 임원이었던 민 씨가 파일 작성을 시킨 것 같다며 자신은 모른다고 덧붙였다.
#블록딜 두고 '갈등'
주가조작 세력과 관계를 이어가다보니 김건희 여사가 주식거래를 두고 갈등을 일으킨 사실도 공개됐다.
김 여사는 당시 T 투자증권 임원이자 ‘선수’인 김 씨를 통해 해당 증권사 계좌를 개설했고, 김 씨가 김 여사 계좌를 관리한 것으로 보인다. 4월 1일 공판에서 검찰은 이 씨와 김 씨의 2019년 11월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는데, 김 씨가 “건희가 와서 계좌도 개설하고 가고”라고 말한 대목이 나온 것.
이어 4월 8일 공판에서 L 씨는 “김 여사가 T 투자증권 계좌를 갖고 있어서, (당시 임원인) 김 씨가 관리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권 전 회장이 T 투자증권에 김 여사를 소개해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L 씨는 이러한 사실을 김 씨로부터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던 중 2011년 1월 10일과 12일 이틀에 걸쳐 김 여사의 DS투자증권 계좌에서 도이치모터스 주식 20만 6000주가 블록딜(장외주식 대량매매)로 팔렸다. 이 매매는 김 씨와 B 인베스트가 주도했다. 검찰이 L 씨에게 “당시에 가격이 싸게 됐다는 문제로 권오수, 김건희, 증인(L 씨) 사이에 갈등이 있었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한 L 씨의 답이다.
“김 씨가 김건희 여사 주식을 블록딜로 (매도)한 다음에, 김건희 여사가 전화해 ‘왜 자기 허락 없이 주식을 팔았느냐’고 난리쳤던 적이 있다. 김 씨는 ‘권오수 사장이 시켜서 했는데, 자기한테 뭐라 그러더라’(라고 했다). 그런 내용을 김 씨에게 들어서 알고 있다."
이어 김 씨는 5월 20일 재판에서 권 전 회장 변호인의 ‘매도인(김건희 여사)의 동의를 받았나’라는 질문에 “권 전 회장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1·2차 작전세력과 돈거래 증언도
또한 김건희 여사가 1차와 2차 작전의 ‘주포’들과 돈거래를 한 사실도 알려졌다. 앞서 4월 8일 공판기일에서 검찰이 “L 씨 투자회사에서 투자할 때, 그 자금을 김건희 여사로부터 15억 원을 빌려서 투자한 적 있나”라고 묻자, L 씨는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연락을 누가 했느냐’는 질문에는 “권오수 사장(전 회장)이 해줬다”고 말했다.
L 씨는 “그때 당시에 내가 권오수 사장에게 자금을 부탁했고, 권오수 사장이 자기가 자금이 없으니까 알아봐준다고 했다”며 “김건희 여사 자금이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투자했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어 5월 6일 공판에서도 재판장이 L 씨에게 “처남 민 씨에게 어떤 내용을 보고 받았나”라고 물었고, L 씨는 답변 도중 “김 여사 자금, 이○○ 자금이 20억~30억 원 들어왔을 때도 도이치모터스가 아니고 다른 종목에 투자했다”고 답해 김 여사의 투자 사실을 재확인해줬다.
뿐만 아니라 1차 작전 ‘주포’ 이 씨와 김 여사 사이 금전거래가 있었음이 추가로 공개됐다. 4월 22일 재판에서 검사는 이 씨에게 김 여사와 금전거래가 있었다면서 그 경위를 물었고, 이 씨는 “뭐 하려고 빌렸는데, 안 하게 돼서 돌려줬다”고 설명했다. 다만 금전거래를 한 날짜와 액수는 따로 밝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정황들은 그동안 윤 대통령 측에서 내놓은 ‘김 여사는 주가조작과 무관하고, 알지 못했다’는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게다가 재판에서 공개된 증거와 수사기록들은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이러한 자료들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검찰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해 2년 넘게 수사 마침표를 찍지 않고 있다. 현재 김건희 여사 건은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김영철)에서 담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계속 수사가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답변만을 반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당 소속 의원 169명 전원이 서명, 당론으로 발의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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