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조정실 조사에서 부정 대출 1800억 확인…감사원 특별감찰 토대로 검찰 수사 가능성 높아
#윤석열 대통령 "개탄스럽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9월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사업 운영실태를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태양광 이권 카르텔은 5% 표본조사에서도 2616억 원 규모의 비리가 드러났다. 정부에서 실체를 밝혀야 하지 않겠나”고 묻자, 한덕수 총리는 “실제로 (조사)해보니 의원님 지적대로 상당한 문제가 발견됐고 제기되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부분을 저희가 정리해서 (수사기관에) 수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한 질의와 응답이었다. 앞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전국 226개 지방자치단체 중 12곳의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에 대해 표본 점검을 한 결과, 전임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발전 활성화 사업에서 위법·부당사례 2267건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 사업은 산업부가 기금을 조성해 발전 주변 지역을 지원하거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지원·보급하고 연구개발(R&D)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부당하게 대출·지급된 자금은 총 2616억 원. 국무조정실 점검 결과, 문재인 정부 시절이었던 최근 3년 동안(2019~2021년) 진행된 신재생에너지 금융지원사업 6509건에서 위법 혹은 부정한 대출을 한 경우는 총 1129건(1847억 원)에 달했다. 무등록업체와 계약한 경우도 있었다. 보조금을 위법 혹은 부당하게 지원한 경우도 총 845건, 583억 원으로 확인됐다. 이 밖에도 입찰과정 담합, 태양광발전장치 특정업체 구매 특혜 등 위법이나 특혜 사례도 16건, 186억 원에 달했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조사 결과다.
윤석열 대통령도 조사 결과를 콕 집어 언급했다. 9월 15일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태양광 등 신재생 사업에서 세금이 부당하게 쓰인 것과 관련해 “개탄스럽다”며 “국민의 혈세가, 어려운 분들을 위한 복지와 지원에 쓰여야 할 돈들이 이권 카르텔의 비리에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관련 내용을 보고받는 자리에서도 “국가 재정사업 자금을 마치 자기 돈처럼 쓰고 특히 보조금을 유용하는 자들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며 “다른 국가 재정사업에서도 국민의 세금이 방만하게 쓰이는 경우가 없는지 철저히 확인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번 조사 결과가 지난 5년간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을 지원한 ‘전력산업기반기금’ 12조 원 중 2.1조 원에 대한 표본 조사에 불과하다는 점에 답답해 하며 남은 자금에 대한 철저한 추가 조사도 당부했다고 한다. 실제 윤석열 대통령은 향후 조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법에 위반되는 부분들은 정상적인 사법 시스템을 통해서 처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감사원으로 시작해 검찰로 끝나나
태양광 등 문재인 정부 당시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감사 및 수사 가능성이 높아진 대목이다. 벌써부터 감사원에서 검찰로 이어지는 사정당국 흐름이 점쳐지고 있다.
감사원은 이미 특별감찰에 착수했다. 최근 에너지 고효율 등급 건물에 세금 감면 혜택 등을 주는 제로에너지건축물(ZEB) 사업과, 2021년 4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RPS) 비율이 대폭 상향(10%→25%)된 배경에 대해 확인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자체들의 보조금을 받은 태양광 사업체들이 고의 폐업·불법 하도급 등으로 추가 보조금을 타낸 정황도 있는 만큼 지자체들이 제대로 사업체들을 관리했는지 불법적인 청탁 등은 없었는지도 확인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이 경찰에 고발했던 사안이기도 하다. 서울시는 2021년 말, 박원순 전 시장 재임 시절 태양광 사업에 참여한 업체 가운데 불법행위가 드러난 32곳을 경찰에 고발한 바 있다. 당시 서울시는 “무자격 시공, 명의 대여, 불법 하도급, 영수증 위조 등의 의심 정황이 포착된 업체가 32곳에 이르고 이들이 불법 행위로 받은 보조금액만 31억 원에 이른다”며 이들 업체에 대해 고발 및 수사의뢰한 바 있다.
이보다 앞선 2019년 9월 감사원은 서울시 베란다형 태양광 보급사업 감사를 진행해 △불법 하도급 △명의 대여 △무자격 시공한 보급 업체 등을 적발했다. 서울시는 태양광 시설 설치비의 10% 이상을 시민이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비용마저도 업체에서 대신 납부하고 서울시로부터 더 많은 보조금을 받아간 것으로 드러났다.
#문재인 정부 업적 ‘흠집내기’?
문재인 정부 당시 이뤄진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사업 관련 전반에 걸쳐,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검찰 관계자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모두 나서서 사법 처리 필요성을 거론했다는 것 자체가 ‘수사 지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야권 정치인에 대한 사정 국면 분위기로 확전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지자체 차원의 세금 보조금 지급의 경우, 해당 기업과 지자체장이 수사를 받게 될 수 있을 것”이라며 “불법적인 청탁이나 지시가 있었다면 검찰에 고발조치가 이뤄지지 않겠냐, 감사원이나 정부 자체 조사에 따라 규모가 있는 청에 ‘특별수사팀’이 꾸려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운동권 대부로 불리는 허인회 전 녹색드림협동조합 이사장이 태양광 관련 사업을 하던 도중 구속 기소되기도 했다. 허 전 이사장은 1980년대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운동권 출신 친여 인사로 2000년 새천년민주당,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을 받아 총선에 출마한 바 있다. 허 전 이사장은 국회와 일부 정부 기관에 도청탐지 장치 납품을 청탁한 혐의(변호사법 위반) 등으로 기소됐다가 1심 도중 보석으로 풀려났는데, 벌써부터 법조계에서는 ‘태양광 사업 관련 잡음이 많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익명의 여권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주는 보조금이 워낙 ‘눈 먼 돈’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 친환경 사업을 밀어붙일 때부터 ‘도와줄 수 있다’며 중간에서 청탁 역할을 하거나, 브로커 역할을 하며 마진을 일부 받는 정치인들이 존재했다”며 “감사 결과에서 그런 지점까지 드러나지는 않겠지만 전수 조사를 하다 보면 문제가 심한 일부 지자체 케이스는 검찰 수사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다 보면 문재인 정부 업적 중 하나인 태양광 사업에 대한 사정당국 흐름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풀이했다.
다만 특정 정치인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흠집내기’ 정도에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높다. 윤석열 대선 캠프에 몸담았던 한 변호사는 “문재인 전 대통령 등 특정 인물이 타깃이 아니라, 정책 자체가 가진 문제를 지적하고 세금을 유용한 이들을 처벌하는 게 목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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