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검찰이 지난 1월 26일 CNK(씨앤케이인터내셔널)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권을 둘러싼 주가조작 사건의 실체 규명은 이제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오 대표 또한 허위 보도자료를 언론에 배포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자신과 처형이 보유한 주식을 팔아 803억 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오 대표는 2009년 8월 현지 발파탐사에서 추정 매장량이 애초 예상의 6%인 2500만 캐럿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도출했음에도 이를 수정하지 않고 과장된 자료를 외교부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도 1월 26일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김 대사는 추정 매장량 4억 2000만 캐럿이 CNK 자체 탐사 결과라는 것과 추가 발파 결과가 추정 매장량의 1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를 주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김 대사의 동생과 측근 등이 CNK 개발사업에 대한 정보를 입수, 주식을 싼값에 산 뒤 보도자료 배포 뒤 주가가 급등하면서 상당한 이득을 본 사실도 밝혀졌다.
감사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총리실과 외교부, 지경부에서 CNK 사업에 대해 제대로 검토·확인하지 않은 채 지원활동을 벌여 결국 특혜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부작용을 초래한 점을 감안해 주의를 요구했다. 또한 이번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조 전 실장과 박 전 차관, 오 대표 등 3명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참고자료로 제공키로 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오 대표가 귀국하는 대로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CNK 주가조작의 또 다른 핵심인물인 김 대사와 사전에 억대 주식을 사들인 의혹을 받고 있는 김 대사 동생 부부도 조만간 소환조사한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이들 외에도 관련자들을 압수물 분석이 끝나는 대로 차례로 소환하는 등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검찰의 수사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다. 검찰 수사가 금융당국과 감사원의 감사 결과를 확인하는 방향으로 전개될 경우 이미 혐의가 드러난 김 대사와 그 가족, 조 전 실장, 오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을 사법처리하는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오 대표의 비자금 사용처를 비롯해 총리실과 외교부, 청와대와 정권 실세들의 조직적인 비호·은폐 의혹을 겨냥할 경우 이 사건은 대형 권력형 게이트로 확전될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실제로 검찰은 CN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 오 대표가 장외에서 매각한 CNK 신주인수권의 행방을 추적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도 이 부분을 조사했지만 조 전 실장과 가족이 신주인수권 26만 주를 확보해 부당이익을 챙겼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선에서 종결했다.
하지만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진정서 등에는 CNK 신주인수권을 둘러싼 수상한 점이 발견된다. 진정서는 오 대표와 오랫동안 아프리카 광물개발 등 해외개발사업을 추진해 온 이 아무개 씨가 2010년 9월경 박 전 차관과 일부 사정당국에 제보한 것이다.
이 씨는 진정서를 통해 “오 대표가 박 차관이 보호해 준다고 공공연히 떠 벌리고 다니며 이상득 의원님도 CNK 지원을 광물공사 사장에게 부탁하는 말씀이 있었다는 것을 측근에게 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오 대표의 부도덕성과 불법행위를 구체적인 자료를 첨부해 폭로했다. 이 씨는 CNK가 추진하고 있는 카메룬 다이아몬드 광산 개발과 관련해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진정서. |
특히 검찰은 2010년 5월 민관 고위급 대표단을 이끌고 카메룬을 방문해 CNK 지원 외교를 한 것으로 알려진 박 전 차관과 관련된 의혹도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박 전 차관이 CNK 주가조작과 관련한 보도자료 발표 과정에 개입한 정황을 잡은 감사원이 수사참고 자료를 제공한 만큼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박 전 차관이 잘못된 보도자료 배포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조목조목 파헤치겠다는 것이다.
CNK 사건을 오랫동안 추적해 왔던 김재균 민주통합당 의원도 박 전 차관의 개입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다. 김 의원은 1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경부 등은 CNK 다이아몬드 개발권 협약을 맺은 뒤 700만 달러에 이르는 대가성 무상원조를 속전속결로 결정했다. 이러한 일은 권력의 실세인 박 전 차관이 개입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주장하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검찰이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실세들의 조직적인 은폐·비호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할지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정치권과 사정당국 일각에서는 ‘왕차관’으로 통했던 박 전 차관이 직간접적으로 개입된 정황이 포착된 만큼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실세들이 조직적으로 이 사건을 은폐 내지는 비호한 게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진정서가 2010년 9월경에 박 전 차관과 일부 사정당국에 접수됐다는 사실도 여권의 조직적인 은폐·비호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진정서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이 광물공사 사장에게 CNK 지원을 부탁했다는 민감한 내용이 담겨 있었음에도 사정당국이나 여권 수뇌부가 이를 방치, 내지는 외면했다는 점에서 그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일각에서 김 대사와 조 전 실장은 깃털에 불과하고 박 전 차관과 이상득 의원 등 현 정권 실세들을 몸통으로 지목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과연 급물살을 타고 있는 다이아게이트에 대한 검찰의 수사 칼끝이 현 정권 실세들까지 정조준할 수 있을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업체 도랑치고 공무원 가재잡고
대형 게이트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CNK 주가조작 의혹 사건의 핵심은 2010년 12월 17일 “CNK가 카메룬에서 추정 매장량이 최소 4억 2000만 캐럿에 달하는 광산 개발권을 획득했다”는 보도자료가 발표되기 전에 외교통상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CNK 주식을 매입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올렸다는 의혹이다. 특히 보도자료 배포에 주도적 역할을 한 인물인 김은석 에너지자원대사의 동생 부부 등 친인척이 이 주식을 미리 사놓은 것으로 드러났는데 여기에 더해 정권 실세들의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다이아몬드 스캔들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박영준 전 국무총리실 국무차장과 조중표 전 총리실장이 이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의혹도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CNK 다이아몬드 개발권 획득과 관련해 이상한 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우선 전 세계 다이아몬드 연간 생산량 1억 7000만 캐럿의 두 배를 훨씬 넘는다는 매장량부터 출처가 불분명했다. 또 박영준 전 국무차장이 이름도 몰랐던 조그만 자원개발업체를 지원해온 행보도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더구나 이런 회사를 외교부가 나서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점도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다이아몬드 광산의 진위를 떠나 고위 관계자의 친인척을 동원한 주식매매가 이뤄졌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는 것이고, 이것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엄연한 권력형 비리에 해당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보도자료 배포 전 3000원대였던 CNK의 주가는 보도자료가 배포된지 약 3주 만에 1만 6000원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