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세균 정동영 캐리커처. 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손학규, 강재섭 빅매치 무산에도 분당을 주목
지난해 4·27 재보선에서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와 한나라당 강재섭 전 대표의 대결로 화제가 됐던 분당 을은 둘 간의 ‘리턴매치’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총선 출마 여부와 지역구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오던 손 전 대표는 불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
손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당 대표직을 내려놓은 뒤 총선 출마에 대해 장고를 거듭해왔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총선 승리로 얻는 효과가 크기 때문에 고민이 매우 컸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권’에 마음을 두고 있는 손 전 대표 입장에서 총선 이후 의원직을 바로 내놓아야 한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이 점 때문에 불출마 방안을 고심 중인 상태이기도 하다.
손 전 대표의 불출마 시 분당 을은 강재섭 전 대표의 출마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지난해 4·27 재보선 당시 손 전 대표(51.0%)에게 패했던 강 전 대표(48.3%)는 그 뒤 계속해서 지역구 관리에 집중해 왔다. 분당 을은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릴 만큼 한나라당의 철옹성 지역이었다. 원래 이 지역은 한나라당의 전통적인 강세지역으로 지난 18대 총선까지 다섯 번의 선거에서 모두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됐으며, 특히 18대 총선 때는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이 71.06%라는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되기도 했다. 그러나 4·27 재보선 패배로 분당 을의 민심이 더 이상 한나라당에게 우호적이지 않음이 드러났다. 강 전 대표는 과연 이번에 명예 회복을 할 수 있을까.
민주통합당에선 또한 손 전 대표가 자신이 불출마 하는 대신 4·27 재보선 당시 자신을 도왔던 김병욱 분당 을 민주당 지역위원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혀놓은 상태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상대는 약해졌지만 야권 통합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생긴 만큼 강재섭 전 대표는 지난 재보선에 이어 이번에도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 지역에서는 앞서의 김 위원장과 이종웅 경기도당 부위원장 외에 한나라당 홍석환 전 IBM전문위원이 예비후보로 등록한 상태다.
▲ 지난해 4월 당시 분당을 보궐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한나라당 예비후보인 강재섭 전 대표와 만나 악수하는 모습. 연합뉴스 |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이 출사표를 던진 서울 종로구 역시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한나라당 조윤선 의원이 도전장을 던지며 여야 신구 인물의 대결구도가 펼쳐질 전망. 조윤선 의원은 민주당 정세균 상임고문과의 맞대결에 대해 “경선을 통과한다면 참신함과 세대교체로 차별화를 이뤄 야권 정치 거물과 맞서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종로 지역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역구이기도 했던, 대대로 대권주자들이 출마했던 서울의 상징적인 지역구여서 이곳에서의 승리 여부가 주는 의미는 깊다. 이 때문에 여야 모두에서 전략공천도 거론되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내에서는 정세균 상임고문과의 대결을 염두에 두고 중량감 있는 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종로구에는 현재 예비후보만 14명에 이르고 있어 치열한 공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4·11 총선에서 자신의 지역구인 전북 전주덕진을 떠나겠다고 선언했던 민주통합당 정동영 상임고문은 강남을 지역에 출마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진중공업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던 정 고문은 그동안 부산 영도 출마설이 계속해서 흘러나왔지만, 당내에서의 반대 의견을 감안해 강남 출마 쪽으로 마음을 돌렸다고 한다. 이 지역은 야권 연대 지역으로 통합진보당과 논의가 진행돼 왔던 터라 정 고문의 출마에 대해 통합진보당 역시 “출마를 추진한다면 부산지역 야권연대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부산 출마는 무산됐지만 정 고문이 강남 지역에 출마해 성과를 올릴 경우 일거양득의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정치권에선 분석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전문가는 “한나라당 강세 지역으로 불려온 강남에서 지역구를 얻는다면 부산 지역 출마를 포기한 것에 대한 평가뿐 아니라 대선 주자로서도 재기를 노려볼 만 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정 고문으로선 잠재적 대권 라이벌인 정세균 고문의 종로 출마에 대한 맞대응 카드로 그보다 더 위험지역인 강남을을 택해 총선 선점 효과를 보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성아 기자 lilychic@ilyo.co.kr
무주공산 ‘종로구’ 잡아라
이번 총선을 앞두고선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도 잇따랐다. 개혁과 쇄신을 외치는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 모두 다선의 고령 의원을 중심으로 ‘용퇴’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들의 불출마 선언을 이끌었기 때문. 그동안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한 현역 의원들만 열세 명에 달한다. 서울에선 박진 의원의 종로구와 원희룡 의원의 양천구 갑, 홍정욱 의원의 노원구 병이 현역 의원이 없는 ‘무주공산’ 지역구가 된 상태. 특히 ‘정치 1번지’ 종로구는 치열한 혈투가 예고되고 있다(본문 기사 참고). 지난 1월 27일 현재 종로구에 등록한 예비후보자 수만 한나라당 2명, 민주통합당 5명, 국민행복당 1명, 진보신당 1명, 평화민주당 1명, 무소속 4명 등 14명에 달한다.
양천구 갑과 노원구 병도 각각 원희룡 의원과 홍정욱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도전자들의 경쟁지역이 될 전망이다. 양천 갑에는 최근 이재오 전 특임장관의 최측근 김해진 전 특임차관과 박선규 전 문화부 차관이 예비 후보로 등록을 해 눈길을 끈다. 두 인물 모두 친이계여서 한나라당에 대한 민심이 어떻게 드러날지 관심사다. 이 지역은 한나라당 4명, 민주통합당 3명의 예비후보가 등록했으며 민주통합당에선 손학규 전 대표의 측근 차영 전 민주당 대변인도 도전장을 냈다.
노원구 병은 27일 현재 민주통합당 두 명을 포함해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으며, 한나라당에선 아예 예비후보가 없다. 노원 병 외에도 한나라당은 서울 지역에서만 성동을, 동대문 갑, 성북 갑, 도봉 을, 노원 을, 노원 병 등 총 열두 곳에서 예비후보를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거물급’의 불출마 선언으로 관심을 받고 있는 지역구들이 있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전 대표의 지역구 충남 홍성예산군과 이상득 의원의 지역구 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등이 대표적인 곳. 충남 홍성예산군에선 한나라당 홍문표 전 최고위원과 자유선진당 서상목 전 의원 등 2명, 이밖에 정보영 민주당 홍성·예산지역위원장 등 민주통합당(2명), 통합진보당(1명) 등 총 6명의 예비후보들이 경쟁 중이다. 이회창 전 대표의 불출마 선언으로 이곳은 홍문표 전 최고위원과 서상목 전 의원의 양자 대결구도가 이뤄질 전망이다.
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은 정장식 전 포항시장, 김형태 전 박근혜언론특보단장, 김덕수 전 청와대 민정수석행정관 등 한나라당에서만 7명의 예비후보들이 몰려 있다. 한나라당에 대한 인기는 다소 떨어졌지만 이상득 의원의 ‘아성’이 여전히 자리하고 있기 때문. 이외에 박희태 의장의 지역구 경남 양산과 김형오 의원의 지역구 부산 영도구도 관심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박희태 의장의 ‘돈봉투 사건’ 파문으로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라 경남 양산의 한나라당 예비후보들은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전망이다. [조]
이색 예비후보 누구
밀양ㆍ창녕 이태권 ‘9전 10기’ 도전
지난 1월 27일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총 1561명의 예비후보자들을 집계한 결과를 보면 눈에 띄는 점들이 적지 않다.
우선 성별 통계를 살펴보면 남성 후보는 1456명, 여성은 105명에 불과해 정치권의 ‘남초 현상’이 뚜렷함을 보여준다. 이 중 70세 이상의 고령자는 29명, 30세 미만의 ‘어린’ 후보는 6명이었다.
학력별로는 무학(독학)이 1명, 초졸이 4명, 중퇴 2명, 중졸 4명, 고퇴 1명, 고졸 35명 순이었다. 전문대 이상 학력자는 모두 1498명. 대학원졸(683명)과 대학교졸(559) 후보자가 1, 2위순이었다. 눈에 띄는 부분은 민주통합당의 예비후보수가 한나라당을 뛰어넘었다는 점이다. 한나라당 558명, 민주통합당 604명으로, 인물난에 허덕이던 야권이 총선 정국에서 후보자들이 밀려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이한 이력을 가진 이들도 포함돼 있다. 경남 밀양·창녕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이태권 민주통합당 지역위원장은 그동안 국회의원과 시장 선거에 9번이나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번 총선 출마가 ‘9전10기’에 도전하는 셈이다. 서울 중랑구갑 무소속 예비후보 강경환 씨도 ‘제 15, 16, 17, 18대 국회의원선거 중랑갑 무소속 입후보’를 경력으로 적었다.
이밖에 직업란에 ‘구두닦이’로 기재한 경기 광주 무소속 예비후로 박일등 씨와 ‘아파트단지 환경미화원’인 경기 의왕·과천시 예비후보 김기철 씨 등도 눈에 띄는 후보들이다. [조]
언론인 출신 후보자
왕년의 기자 앵커…출마 러시
이 중에는 언론인을 거쳐 전·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가진 민병두 전 의원(민주통합당 동대문을 예비후보, 문화일보 워싱턴 특파원 출신), 강승규 의원(한나라당 마포구갑 예비후보, 경향신문 출신), 노웅래 전 의원(민주통합당 마포구갑 예비후보, MBC 출신) 등도 포함되어 있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주로 기자직종이 많으나 홍지만 전 앵커(한나라당 대구달서갑 예비후보, SBS 앵커 출신), 박광온 전 논설위원(민주통합당 전남 해남완도진도군 예비후보, MBC 보도국장·논설위원 출신) 등 기자와 앵커, 논설위원을 거치며 인지도를 높여온 이들도 적지 않았다.
언론인들의 정치권 진출에 대해 찬반 논란은 계속되어 왔다. 전문 분야를 갈고 닦아 정치권에 진출한다는 긍정적 요소도 있으나 언론인으로서의 비판·감시 기능을 소홀히 하게 된다는 지적도 많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