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인 아버지가 친딸을 성폭행하고 60대의 노교사는 손주뻘 되는 초등학생을 성희롱하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의 모 사립고등학교의 현직 교사인 김 아무개 씨(56)는 친딸이 어릴 적에는 음부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일삼아 오다 딸이 성인이 되자 노골적으로 성관계를 요구하는 등 18년 동안 갖은 폭행과 폭언을 일삼아 온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인 김 씨의 딸과 가족들은 평소에 교사라는 아버지의 절대적인 권위에 아무런 저항조차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경기도내 모 초등학교의 B 교사(63)는 지난해 9월부터 2개월 동안 수업 도중 여학생을 끌어안고 가슴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는 등 어린 학생들을 성희롱해 온 사실이 밝혀졌다. B 교사는 과거에도 학생들을 상대로 폭언을 일삼고 성적 농담을 건네 학교로부터 경고조치를 당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악을 금치 못할 현직 교사의 잇따른 파렴치한 행위를 파헤쳐봤다.
독실한 신앙인인 데다가 반듯한 교사로 명망이 높았던 김 씨는 가족들에게는 ‘악마’ 그 자체였다. 가족들을 향한 김 씨의 폭행과 폭언은 둘째 딸인 A 씨(28)가 일곱 살 되던 무렵부터 시작됐다. 김 씨는 공부를 못하고 게으르며 TV를 많이 본다는 이유 등으로 수시로 폭언과 폭행을 행사했다. 김 씨의 폭행으로 A 씨는 얼굴과 온 몸에 멍이 드는가 하면 피를 토하기까지 했다.
김 씨의 폭행은 다른 가족들에게도 이어졌다. 그는 벌을 준다는 명목으로 큰딸의 가슴을 막대기로 찌르는가하면 교회에서 남자를 만났다는 이유로 옷걸이로 때리기도 했다. 또 볼펜으로 허벅지를 찌르고 심지어 추운 겨울에 팬티만 입혀서 밖으로 내보내기도 했다. 부인도 예외는 아니었다. 김 씨는 부인이 무식하다며 폭행을 행사했으며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칼로 허벅지를 찌르기도 했다. 김 씨는 평소 가족들에게 “죽여버린다”고 말하는 등 가족 모두에게 폭행을 서슴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족들은 왜 이토록 오랫동안 김 씨의 폭행과 폭언을 참아왔던 것일까. 바로 김 씨가 교사라는 신분을 이용해 가족들에게 억압적 관계를 강요해왔기 때문이었다. 가족들은 밖에서는 반듯한 교사였던 김 씨의 권위에 눌려 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평소 남편과의 학력 차이에서 오는 열등감에 시달렸던 부인은 남편의 직업적 권위에 눌려 이렇다 할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문제는 가족들을 향한 김 씨의 행패가 폭행이나 폭언으로 그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김 씨는 급기야 A 씨에게 성추행과 성폭행을 하기 이르렀다. A 씨가 열 살 때쯤 김 씨는 주먹을 쥐고 엎드려뻗치는 자세를 취하게 한 뒤 성기를 만지는가 하면 공부를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방으로 데려가 성추행을 하고 체외사정을 하기도 했다.
김 씨의 성적 학대는 A 씨가 성년이 된 후부터 더욱 심해졌다. A 씨는 김 씨의 성추행과 폭행을 피하기 위해 외박을 하거나 늦게 귀가하는 경우가 잦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빌미로 작용했다. 김 씨는 귀가가 늦은 것에 대해 벌을 주겠다며 폭력을 일삼았고, 이를 빌미로 A 씨에게 성관계를 요구했다.
이후부터 김 씨는 A 씨의 귀가가 늦어질 때면 집 근처 모텔에 방을 잡고 A 씨를 불렀다. A 씨가 오지 않거나 늦게 오면 수십 회 전화를 걸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 빨리 오라고 협박했다. 그렇게 한 달에 3~4회씩, 최근에는 한 달에 8~9회씩 A 씨는 김 씨의 성관계 요구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김 씨는 법정에서 성관계는 인정하면서도 강압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오히려 김 씨는 법정에서 “늦게 귀가한 A 씨가 자신이 화내는 것을 무마하기 위해 먼저 성관계를 제의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김 씨의 주장은 사실과 달랐다. 김 씨의 성관계 요구에 A 씨가 거부의사를 내비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성관계 도중 A 씨가 관계를 중단하려 하거나 거부하면 김 씨는 “모가지를 날려 버린다”는 폭언과 함께 A 씨의 허벅지와 배를 때리며 계속해서 관계를 가질 것을 요구했다. 그래도 A 씨가 성관계를 거부할 때면 다음날 어김없이 가족 전체에 대해 보복 폭행이 이어졌다. A 씨는 자신이 성관계를 거부하면 가족들이 괴롭다는 것을 알게 된 후부터 마지못해 응할 수밖에 없었고 이후 악순환이 반복됐던 것이다.
재판부 역시 “피해자가 이 같은 과정에서 성관계를 거부하기보다 이를 받아들여 그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방향으로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피해자가 어린 시절부터 김 씨로부터 끔찍한 폭력, 성추행, 성폭행 등 복합적인 학대를 당해오면서 인간으로서의 자유의지, 특히 성적 자기결정에 대한 의지를 포기하고 저항하지 못하는 ‘학대순응증후군’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가 고소취하서를 제출한 점 등의 정상은 있지만 친부로서 피해자를 양육하고 보호하여야 할 책임을 저버리고 오히려 성적 욕구를 채우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추행하고 간음함으로써 반인륜적이고 파렴치한 범행을 저지르는 등 그 죄질이 불량하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지난 1월 16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는 김 씨에게 친족관계에 의한 준강간 혐의로 징역8년, 신상정보공개 5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을 명령했다.
A 씨는 김 씨의 장기간에 걸친 폭력과 성폭행에 의한 심각한 자아손상으로 우울증과 자살충동의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B 씨는 지난해 초 2학년 담임을 맡던 시절 수업시간에 어린 학생들을 상대로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B 씨는 성적 판단능력이 낮은 어린 학생들에게 성적 농담을 건네고 욕설과 폭언을 일삼다 학교 측으로부터 경고를 받고 한 학기 만에 담임교사직을 박탈당한 바 있다.
결국 피해학생들이 이번 사건을 담임교사에게 전하면서 B 씨의 파렴치한 행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게 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조사를 거친 뒤 지난해 12월경 징계위원회를 열어 B 씨를 파면 조치했다.
이훈철 기자 boaz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