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공략·온라인 채널 강화 전략으론 중국시장 부진 메우기 어려워…면세점 ‘환율 인상’ 암초 만나
올해 출발은 좋았다. 아모레퍼시픽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1조 1650억 원, 영업이익은 1580억 원, 당기순이익은 120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직전 분기 대비 2000억 원 이상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518% 증가하며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증권가에서는 리오프닝에 따른 수요 증가를 감안해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를 높게 책정하기도 했다.
2분기에 들어서면서 분위기는 급반전했다.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매출은 9457억 원으로 1조 원 선이 무너졌다. 영업손실은 195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원인으로는 ‘중국’이 꼽힌다. 아모레퍼시픽은 해외법인 및 수출을 통해 얻는 매출이 전체의 34% 수준을 기록 중이다. 이 중 아모레퍼시픽의 중국 화장품 매출 비중은 70%에 달한다.
아모레퍼시픽은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중국 내 오프라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오프라인 매장 폐점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중국 에뛰드, 헤라, 아이오페 오프라인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이니스프리도 지난해 60개 이상의 매장이 문을 닫았고 올해 말까지 140곳을 더 폐점할 예정이다.
대신 아모레퍼시픽은 중국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틱톡·콰이쇼우와 같은 중국 동영상 플랫폼 매출 비중을 30%대로 확대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중국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 등 주요 도시를 봉쇄하며 변수가 생겼다. 물류 및 매장 운영에 영향을 받으며 2분기 온라인 매출마저 감소했다. 결국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만 500억 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물론 아모레퍼시픽이 진행 중인 ‘탈중국’과 ‘온라인 시장 강화’ 전략은 통하고 있다. 여기에 설화수, 라네즈 등 고가 화장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것이 먹혀들고 있다는 평가다.
아모레퍼시픽은 현재 북미, 유럽, 아세안 등으로 수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중국의 늦어지는 수요 정상화로 해외 전략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이다. 그중 북미 시장의 성장세가 단연 돋보인다. 1, 2분기 모두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의 매출 증대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 시장 강화를 위해 9월 1일 미국 클린 뷰티 브랜드 ‘타타하퍼’를 인수했다. 특히 타타하퍼와 공동 연구를 통한 제품 경쟁력 강화 및 신규 카테고리 확장도 시도할 예정이다.
온라인 시장 역시 중국을 제외하고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확산 이후 오프라인 시장의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온라인 시장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온라인 시장은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1분기 약 20%, 2분기 약 10% 성장을 거뒀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설화수의 아마존 등 신규 e커머스 플랫폼 진출과 라네즈의 영국 e커머스 채널 신규 진입이 북미와 유럽 시장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권가에서는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실적도 부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 두 전략으로는 중국과 면세 채널에서 손실을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신한금융투자는 아모레퍼시픽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9717억 원과 113억 원으로 전망했다.
박현진 신한금융투자 수석연구원은 “중국 상하이를 비롯한 주요 지역 락다운이 6월부터 해제됐지만 산발적으로 방역 기조가 유지됐다. 7~8월 이례적인 폭염, 코로나19 방역 등 비수기 영향이 강했다. 이 밖에 중국 내 전 브랜드의 매장 효율화 작업으로 3분기 오프라인 매장 수도 30%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면세점 실적도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면세 매출은 전체 매출의 15%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들어 코로나19 완화로 인한 여행 수요 증가로 면세점 실적이 오를 것으로 기대했지만, 국내외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1~2분기 실적 악화의 원인이 됐다. 이번에는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으로 환율이 급등하면서 면세시장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면세 채널은 당분간 달러 초강세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유의미한 트래픽 개선 없이는 매출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두 채널이 부활해야 앞의 전략들까지 시너지 효과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4분기부터 구조적 증익 구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오프라인 매장 축소, 국내는 온라인 집중 전략으로 운영이 효율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품 측면에서는 설화수·라네즈 등 럭셔리 위주로 재편돼 저가 제품 부진을 상쇄하겠다. 면세 객수 반등, 중국 시장 회복 및 부양 정책 등 투자 모멘텀 또한 강화되고 있다”고 전망했다.
박찬웅 기자 rooney@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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