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콘텐츠 제작 위주 회사 2020년 5월 마스크 도·소매업 추가…감사는 남편 박 아무개 씨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은 서울 서초갑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정치인이다. 이 전 부총장은 국회의원 선거와 서초구청장 선거에서 총 4번 연속 낙선의 쓴맛을 봤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첫 전국선거였던 2018년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 소재 26개 구청장 선거 가운데 25개를 싹쓸이했다. 이 전 부총장이 출마한 서초구에서만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구청장을 배출했다
이 전 부총장은 전북 군산 출신으로 MBC 'PD수첩' 취재리서처로 활동하다 정치권에 입문했다. 야권 내부에선 확실한 친문계로 분류된다. 그는 선거에 나설 때마다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활용하는, ‘문재인 마케팅’을 주요 전략으로 삼기도 했다.
법조계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민주당 측 실세 이름을 거론하며 금품을 수수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은 마스크 인허가 관련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허가 청탁이 있었는지 여부에 수사력을 모으는 모습이다. 이 전 부총장은 특정 마스크업체 상품에 대한 식약처 허가 관련 청탁을 알선했다는 의혹 중심에 서 있다.
2020년 이 전 부총장은 류영진 전 식약처장과 전화통화를 한 뒤 식약처 국장과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에 따르면 류 전 처장은 당시 식약처장 임기를 마친 상태에서 이 전 부총장 전화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류 전 처장은 퇴임 후인 상황을 고려해 현직 식약처 관계자에게 문의하라는 취지로 아무개 국장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해당 마스크 업체는 7가지 상품에 대한 식약처 허가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해당 마스크 업체 식약처 허가에 이 전 부총장과 식약처 국장 간 면담이 관련이 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그 가운데 일요신문은 이 전 부총장이 법인 한 곳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법인 이름은 M 사였다. 한 채용 포털 사이트엔 2005년 3월 11일 설립된 M 사 소속 직원은 2010년 기준 3명이라고 명시됐다. 방송계에 종사했던 한 익명 제보자는 “이 전 부총장이 방송계 출신인 만큼 미디어나 콘텐츠 제작 등과 관련 있는 회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과거 총선 공천을 받기 전 직함도 해당 법인 대표이사였다”고 귀띔했다.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M 사 대표이사는 이 전 부총장이었으며, 감사는 남편 박 아무개 씨(박OO인성교육계발원 이사장)였다. M 사는 2006년 3월 28일 방송영상물 제작업, 홍보영상물 제작업, 디지털 콘텐츠 제작업, 출판업, 광고물 제작업 등 사업목적을 등기했다. 이후 14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았던 법인 사업 목적은 2020년 5월 20일 등기를 통해 수정됐다.
2020년 5월 20일 등기사항에 따르면 M 사는 이때부터 방송프로그램 제작, 홍보영상물 기획 및 제작, 디지털 콘텐츠 제작, 영화 기획 및 제작, 광고물·출판·비디오·음반 기획 및 제작, 교육프로그램 기획·운영 및 제작 등을 사업 목적으로 등기했다.
여기에 마스크·의류소품 도소매업, 인테리어소품·생활잡화·커피 도소매업 등 미디어 사업과 무관한 분야가 새로운 사업 목적으로 추가됐다. 해당 등기가 있었던 2020년 5월 20일은 이 전 부총장이 21대 총선 서울 서초갑 지역구에서 낙선한 지 한 달여가 지난 시점이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마스크 인허가 관련 식약처 면담 주선 의혹’ 배경이 되는 시기 역시 2020년 상반기다.
통상 사업 목적 변경 등기의 경우 신규 목적 관련 사업이 어느 정도 구체화된 상황에서 이뤄진다. 한 기업가는 “코로나19 유행 당시 소유한 법인 사업 목적으로 마스크 도소매업을 등기해 봤다”면서 “코로나19 확산 초기엔 마스크 판매로 매출 활로를 뚫으려는 중소기업들이 우후죽순 마스크 도소매업을 사업 목적으로 신규 등기하기도 했다”고 했다.
또 다른 기업가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당시 상황을 비춰봤을 때 마스크 공급 루트와 판매 루트가 명확하다고 판단한다면, 어떤 법인이 마스크 도소매업을 사업 목적으로 추가 등기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 소유 법인인 M 사가 2020년 5월 돌연 마스크 도소매업을 신규 사업 목적으로 등기한 것과 관련해 일요신문은 해당 법인 감사로 등재돼 있는 박 아무개 이사장에게 통화를 시도했다. 통화가 연결됐지만, 박 이사장은 이 전 부총장 관련 이야기가 나오자 답을 하지 않았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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