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투자가의 철학과 행적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원칙’에 고스란히 담아
사람들은 워런 버핏과의 점심 한 끼를 하는 데에 수십억 원을 기꺼이 내놓는다. 그는 자기 투자 방식에 관해 단 한 권의 책도 내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주주서한 등을 통해 투자와 경영에 대한 그의 철학을 충분히 밝혔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명성이 높아질수록 실체를 알기란 더욱 어려워지기 마련이다. 반세기를 훌쩍 넘기는 시간 동안 투자가로서 워런 버핏의 철학과 행적을 분석하는 것은 일반인이 쉽사리 접근하기 어려운 일이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그가 CEO(최고경영자)이자 회장으로 있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역사를 통해 그의 실체에 접근하는 것이다. 달리 말해 버크셔 해서웨이라는 기업은 워런 버핏의 과거이자 현재인 동시에 미래인 셈이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방직업에서 시작해 보험업에 이어 소비재 기업 투자 등으로 사업을 확대한 다국적 복합 지주회사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워런 버핏이 경영권을 인수한 전과 후로 극명하게 나뉜다.
이런 면에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원칙’은 눈여겨볼 만한 저서다. 저자인 애덤 J. 미드는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서지 못했던 워런 버핏이라는 인물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방대한 자료를 집대성해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1200쪽이 넘는 분량만으로 충분히 저자의 노력을 가늠할 수 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는 저자는 900쪽이 넘는 회장의 주주서한, 버크셔 해서웨이의 연례보고서, 1만 쪽이 넘는 기업 보고서 등을 확인했다.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 투자 원칙’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거쳐온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짚어낸 첫 번째 책이다.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 단위로 회사의 발전을 살펴보며 방직업으로 시작한 버크셔 해서웨이가 어떻게 오늘날 투자와 가치 창출의 주도업체로서 명성을 갖게 되었는지를 면밀하게 탐구했다.
무엇보다 매년 이루어진 중요 인수, 투자, 자산 분배에 대한 분석은 워런 버핏이 직접 덧붙인 코멘트를 통해 자세히 설명돼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그가 내세운 원칙은 무엇이었으며, 당시 결정을 가능케 한 내외부적인 요인은 무엇이었는지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를 돕기 위한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자금 운용 내역 등의 자료를 193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꼼꼼히 챙긴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저서에 따르면 1960년대 대기업 열풍 당시, 텍스트론, 리튼 인더스트리스, 링-템코 보트, 걸프 & 웨스턴 등 대기업들은 급속한 성장세를 보였다. 그들의 전략은 인위적인 주가 부풀리기, 주식을 발행하고 거액을 빌려서 기업 인수하기 등이었다. 이는 그런 기업들이 해체, 매각되거나 두 가지를 모두 겪는 경우로 이어졌다. 1960년대 대기업 열풍의 끝자락에서 시작된 워런 버핏의 버크셔 해서웨이는 무엇이 효과적이고 효과적이지 않은지를 살펴볼 수 있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구태에 벗어나 새로운 길을 택했다.
워런 버핏은 경영자로서 수많은 선택을 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성장은 그 선택의 결과물이다. 워런 버핏 역시 때로는 주주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닷컴 열풍이 불던 당시 인터넷 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가도 신통치 못했다. 하지만 버크셔 해서웨이는 본인들이 지켜온 기준을 버리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에 매물로 나온 ‘훌륭한 기업을 적당한 가격’에 사는 데에 집중했다. 에너지 기업, 가구 임대업체, 바닥과 벽돌 제조업체 등을 인수하는 데에 지갑을 열었다. 결국 거품은 꺼졌다. 워런 버핏의 판단은 옳았고 주주들은 인내심에 대한 보상을 받게 된다.
2019년 기준 버크셔 해서웨이는 보험과 유틸리티, 철도, 산업재와 소비재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식품회사와 여러 상장기업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 자회사들의 연간 매출액은 2500억 달러(약 359조 8000억 원)에 달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들이 장기간 지속 가능한 성공 공식을 써왔다는 점이다. 성공한 기업과 위대한 경영자의 이야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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