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가로채기’ 이제 그만
그런데 이 과정에서 D 일간지가 본지 기사를 베끼기 수준으로 보도해놓고 그것을 ‘단독’으로 표기해 씁쓸한 뒷말을 남기고 있다. 관련 기사가 보도된 <일요신문>의 발매 날짜는 1월 20일이다. 반면 이 일간지가 보도한 것은 2월 2일로 본지보다 약 2주 정도 늦다. 비록 미세한 부분에서 차이는 있지만 사건의 주요 내용은 대부분 일치한다. 명백한 <일요신문>의 단독기사인 셈인데 D 일간지는 자신들의 단독기사로 둔갑시켜 지금도 인터넷판에서 그대로 서비스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매체에 기사를 실은 담당 데스크는 “우리도 일요신문에서 올라온 기사를 보고 취재를 시작했다. 인터넷을 운영하는 자회사에서 기사를 올릴 때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통상 취재 파트에서 올린 기사를 인터넷 담당이 이렇게 수정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는 점에서 D 일간지의 해명은 다소 납득하기 어렵다. 또한 앞서의 데스크는 “우리 기사를 단독으로 볼 수도 있고 아니라고 할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우리가 기사를 써서 더 큰 이슈가 되지 않았느냐. 다른 일간지가 써서 우리가 베꼈으면 웃음거리가 됐겠지만 이번 경우는 우리가 써서 독자들의 관심이 증폭됐다는 점에서 다른 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D 일간지의 시각에 대해 한 언론사의 중견 기자는 “이해할 수 없는 해명이다. 특종의 개념은 1초라도 먼저 보도하는 데 있다. 그 일간지의 보도 소스가 특정 언론의 기사에 기초했다면 당연히 그 매체를 인용하는 게 맞다. 그것까지는 아니더라도 버젓이 단독이라는 표기까지 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D 일간지가 <일요신문>을 ‘참고’해 자신들 말대로 ‘단독 보도’를 한 이후 대부분 언론에서 해당 사건이 벌어졌던 관할 경찰서를 상대로 후속 취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일요신문에서) 기사가 나간 후 확인 전화가 엄청 많이 왔다. 그래서 공식적으로 ‘풀’을 해주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언론계의 무분별한 특종 베끼기 관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번 해프닝은 SNS와 다음 등의 기사 댓글에서 많은 독자들이 ‘일요신문에 이미 난 것을 단독으로 쓰는 것이냐’며 문제제기를 했다. 독자들은 ‘명백한 베끼기를 해놓고 석연찮은 해명으로 D 일간지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있다’라는 반응이다. 언론계의 한 관계자도 “1%도 되지 않는 시청률로 허덕이는 종합편성채널과 그 관계회사의 과도한 단독 경쟁 스트레스가 웃지 못할 해프닝까지 만들어냈다”며 씁쓸해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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