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골목상권 보호법을 내놓았지만 기업은 법보다 한 수 위다. 일요신문DB |
유통 라이벌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신규점포를 내기보다는 타 유통회사를 M&A하는 방법으로 SSM의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마트는 경기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1000㎡(약 300평) 안팎의 중형 슈퍼마켓 28개를 보유하고 있는 SM마트를 인수했다. 소리 소문 없이 조용히 진행된 탓에 여론의 뭇매를 피하기 위한 몸 사리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마트 관계자는 “SM마트 쪽에서 먼저 인수 요청이 들어왔고 검토 후 지난해 12월 주식을 매입하면서 인수합병이 이뤄진 것이다”고 반박했다.
게다가 이마트의 SSM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주)이마트슈퍼가 아닌 이마트에서 직접 관리한다는 점도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 이마트는 킴스클럽마트를 인수할 당시 슈퍼사업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시켰다. 그렇게 탄생한 이마트슈퍼는 에브리데이를 중심으로 SSM사업에 집중했고 이마트는 본업인 할인점 사업에만 주력하는 모습을 듯 보였다.
업계에서는 킴스클럽마트도 에브리데이 간판을 달았기 때문에 비슷한 절차를 거친 SM마트도 당연히 이마트슈퍼가 관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일요신문> 취재 결과 SM마트는 이마트가 직접 나서 관리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될 경우 SM마트는 이마트슈퍼가 보유한 점포수에 집계되지 않는다. ‘꼼수’ 논란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SM마트가 SSM이긴 하지만 이마트슈퍼가 아닌 이마트에서 관리할 계획으로 운영 콘셉트를 논의하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롯데슈퍼는 CS유통(SSM 점유율 7위)을 인수하면서 이마트보다 한층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CS유통은 직영점(굿모닝마트) 35개, 임의가맹점(하모니마트) 176개를 운영하던 업체다.
하지만 앞으로의 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이마트가 조건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데 반해 롯데슈퍼는 돌발변수가 곳곳에 숨어있다. 우선 굿모닝마트 대전 송강점은 6개월 내 강제매각 해야 한다. 또 하모니마트를 직영점으로 전환시킬 경우 대량 강제매각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송강점은 독과점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점포형태를 유지하는 조건을 만족시킴과 동시에 롯데와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만이 인수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하모니마트를 직영점으로 인수할 경우 검토를 통해 송강점처럼 강제매각명령을 할 수도 있다. 앞으로 진행사항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사실 강제매각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이라며 당황해 하면서도 “강제매각은 당장 처리해야 하는 급한 일이 아니다. 6개월이란 시간도 있고 한 점포뿐이기 때문에 크게 쓰지 않는다. 승인까지 오래 끌었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사업을 해나갈지 구상하는 것이 더 급하다”라고 전했다.
롯데슈퍼는 이마트와 비교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찝찝한 부분이 없진 않다. 우리가 먼저 승인이 난 걸로 알고 있는데 공식발표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또 이마트는 무조건적인 승인이라 소비자들이 어떻게 볼지 염려되기도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롯데쇼핑의 불만에 공정위 관계자는 “두 기업에 대해 똑같은 기준을 적용했지만 이마트는 인수대상이 직영점이고 롯데쇼핑은 직영과 가맹점이 복합돼 있어 차이가 있었을 뿐”이라며 “인수합병 신청 시점이나 위원회 상정 시기도 비슷하다. 롯데쇼핑의 경우 위원회에 상정하고 의결까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소요돼 발표가 늦어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한상린 한양대 교수(경영학, 한국유통학회장)는 “국내만 놓고 보면 대형유통의 시장은 포화상태라 할 수 있다. 그나마 성장 가능성이 있는 곳이 복합 아울렛이나 SSM이기에 대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하며 “신규 점포를 내는 것은 규제가 많아 쉽지 않고 이미 좋은 자리는 타 업체가 선점한 상태라 인수합병이 효율적인 방법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는 이마트와 롯데슈퍼와는 다른 방법으로 시장 뚫기에 나섰다. ‘변종 SSM’이라 불리는 편의점을 등장시켜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는 것. 유독 홈플러스의 SSM은 그간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때문에 300여 개에 달하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곳곳에서 분쟁을 일으켜 더 이상 사업 확장을 할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꺼낸 카드란 분석도 나왔다.
홈플러스는 지난 12월 ‘365편의점’을 서울 대치동과 서래마을에 열었다. 하지만 시작 단계부터 각종 논란이 일었다. ‘편의점이 편의점답지 못하다’는 것이 쟁점이었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와 유사한 분위기를 풍기는 것은 물론 점포 크기가 130㎡(40여 평)에 달해 편의점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직접 찾아가 본 결과 ‘365 편의점’이 SSM으로 비난받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일반 편의점과 다른 제품 구성과 배치, 특이한 가격표, 저렴한 가격이다. ‘365 편의점’은 채소나 과일뿐 아니라 수산물과 정육, 즉석반찬까지 판매하고 있다. 물론 타 편의점에서도 신선제품을 팔고 있긴 하지만 ‘365 편의점’은 그 규모가 3~4배에 이르렀다.
커다란 가격표도 인상적이다. 대형마트처럼 1원까지 단위가격이 표기돼 있었으며 가격도 인근 편의점과 비교해봤을 때 10% 이상 저렴한 것이 많았다. 서래마을점에서 만난 이 아무개 씨(여·43)는 “대형마트처럼 이벤트 상품이 많아 살 것이 없어도 지나칠 때마다 방문하기도 한다. 골목상권을 장악한다는 비판 때문에 꺼림칙하긴 하지만 막상 가격이 싸다보니 ‘365 편의점’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한동안 주춤했던 만큼 더욱 격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SSM 시장. 편법과 꼼수를 총 동원해서라도 모든 업체가 SSM에 집중하고 있는 만큼 올해 유통시장이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주목된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