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씨 빗썸 투자회사들에 영향력 행사 주목…‘허위 매각설’ 통한 주가조작 수사 가능성
하지만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이미 수사기관이 2021년부터 강종현 씨 관련 수상한 흐름을 포착해 살펴보고 있었고 이 와중에 열애설 보도가 나왔다는 게 중론이다. 실제로 빗썸 핵심 투자자들 사이에서 “강 씨가 시세조종 행위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강 씨를 필두로, 강 씨에게 전환사채(CB) 투자를 가능토록 한 원영식 초록뱀미디어 회장 등도 검찰 수사를 받을 가능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강종현 씨가 법인카드 들고 다녀”
“박민영의 남자친구인 강종현은 빗썸의 실질 회장이 아니다.”
열애설 보도 이후 나온 빗썸에 투자한 적이 있는 한 투자업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강종현 씨도 열애설 보도 직후 “본인은 (빗썸) 회장이 아니”라며 “밤에 잠깐 휴대폰을 판다. 많이 팔면 하루에 몇 백 대도 팔고 그럼 몇 천만 원도 번다”고 본인의 직업을 해명했다.
하지만 강 씨를 잘 아는 투자업계 관계자 A 씨는 이 해명을 단칼에 부인했다. 그는 “폰을 팔아 돈을 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강 씨는 인바이오젠 등 빗썸의 복잡한 투자구조에 얽혀 있는 기업들의 법인카드를 본인이 들고 다니며 결제를 했다. 아무 직함도 없는 ‘휴대폰 판매업자’ 강 씨가 법인카드를 쓰고 다녔다면 횡령이나 배임에 해당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빗썸의 구조부터 살펴보자. 가상화폐 시장이 태동하던 시절, 빗썸에는 다수의 투자자들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을 투자하는 구조였다. 이마저도 조합 혹은 상장사들이 서로 최대주주로 이어져 ‘실질 오너’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구조였다. 빗썸코리아는 빗썸홀딩스가, 빗썸홀딩스는 비덴트가, 비덴트는 인바이오젠이, 인바이오젠은 버킷스튜디오가, 버킷스튜디오는 이니셜1호투자조합이 각각 최대주주인데 각 회사들마다 투자자들이 들어가 있다.
복잡한 투자자들 관계로 인해 갈등이 이어졌고, 결국 한 차례 경영권 정리는 이뤄졌다. 실제로 김재욱 전 대표와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의 경영권 갈등에서 이정훈 전 의장이 사실상 승리한 것. 현재 빗썸은 ‘이정훈 체제’가 자리 잡았다고 평가를 받는다. 앞선 투자업계 관계자 A 씨는 “현재는 경영권도, 실질적인 오너십도 이정훈 전 의장이 가지고 있다”며 “강종현 씨는 과거에 투자해 비덴트 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이 있는 인물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빗썸은 강 씨에 대한 의혹이 불거진 이후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설립 이래 ‘회장’이라는 직함을 둔 적 없다”며 “강 씨는 당사에 임직원 등으로 재직하거나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1세대 기업사냥꾼 원영식 회장
다만 강 씨는 빗썸이 아닌, 빗썸 투자회사들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한다. 그리고 강 씨 뒤에 있는, 빗썸의 주요 투자자 중 하나인 원영식 초록뱀미디어 회장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원영식 회장은 수년 동안 비덴트와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 등 빗썸의 지배구조 속 등장 기업들에 자금을 투자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강 씨도 지분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한편 “강종현 씨와 헤어졌다”고 해명한 배우 박민영 씨가 속한 후크엔터테인먼트가 초록뱀그룹 자회사이기도 하다.
원영식 회장은 기업사냥꾼 1세대 격에 해당하는 인물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물론이고 상장사 투자 및 M&A(인수합병)로 부를 불려온 인물이다. 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회사의 주식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투자해 왔다.
원 회장은 “황우석 박사가 투자했다”는 허위 사실로 주가를 띄웠다는 코스닥 상장사 홈캐스트 주가조작 사건으로 기소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원 회장이 CB 등으로 확보한 지분을 털어내는 과정에서 200억 원이 넘는 차익을 실현했다”며 원 회장을 기소했다. 그렇지만 원 회장은 2019년 항소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원 회장은 2019년 즈음부터 공시를 통해 ‘빗썸 투자자’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는 2019년 10월과 11월, 두 달간 세 차례에 걸쳐 자신이 최대주주로 있는 오션인더블유 산하 엔터테인먼트기업 아이오케이와 각종 투자조합을 통해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 비덴트의 전환사채를 사들인 것. 이 밖에도 원영식 회장이 이끄는 초록뱀그룹은 초록뱀인베스트먼트, 초록뱀미디어 및 계열사 산하 조합들을 통해 비덴트, 인바이오젠, 버킷스튜디오와 1000억 원이 넘는 자금을 주고받았다.
#검찰 수사 방향은 어디로?
검찰 수사도 강 씨와 원 회장을 겨누고 있다. 열애설 보도 10일여 만인 10월 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채희만 부장검사)는 인바이오젠 및 비덴트, 버킷스튜디오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회계 관련 장부와 자료 등을 확보했다. 가상자산거래소 빗썸 최대주주 및 경영진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 유의미한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압수수색이었다. 실제로 빗썸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됐는데, 빗썸의 투자회사들만 압수수색한 것은 ‘빗썸’이 아니라 ‘투자자’들의 자본시장 교란행위를 처벌하기 위함이라는 전망이다.
압수수색이 이뤄진 비덴트는 코스닥 상장사로 빗썸홀딩스의 지분 34.22%를 보유하고 있는 빗썸의 단일 최대 주주다. 비덴트의 최대주주는 인바이오젠, 인바이오젠의 최대 주주는 버킷스튜디오인데 인바이오젠과 버킷스튜디오 모두 강종현 씨의 동생 강지연 씨가 대표이사로 돼 있다. 강 씨와 열애설이 났던 배우 박민영 씨의 친언니 역시 인바이오젠에 사외이사로 등재된 바 있다.
강 씨는 물론 원영식 회장까지 수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지는 대목이다. 앞선 A 씨는 “강 씨가 본인 동생 이름 등을 활용해서 빗썸 투자회사들의 지분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원영식 회장의 CB에 탑승할 수 있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빗썸 매각설을 통한 시장 교란행위도 수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7월 외신을 통해 빗썸 매각설이 제기됐는데 보도 전후로 비덴트와 인바이오젠의 주가는 급등했다. 비덴트는 8000원대에서 1만 4000원대까지, 인바이오젠은 1600원 수준에서 2650원까지 거래됐다.
하지만 빗썸의 매각설은 ‘소멸된 뉴스였다’는 게 공론이다. 빗썸 주요 투자자 중 한 명인 B 씨는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FTX가 빗썸 인수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는 사실무근이었다”며 “내부 정보자 발로 기사가 나왔는데 이미 매각은 몇 년 전에 무산됐고 매각을 진행 중인 것도 없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투자자들이 수익을 내는 유일한 방법은 지분을 시장에서 처분해 차익을 내는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이들에 대해 금융당국이 살펴본 점을 고려할 때 수사의 흐름은 결국 횡령과 시장교란행위(주가조작)로 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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