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 | ||
분가를 암시하는 신 부회장의 행보로 인해 신영자 부사장도 주목을 받게 됐다. 신격호 회장의 맏딸인 신 부사장은 동생들인 신동주-신동빈 형제보다 ‘손 위’지만 후계구도 논의의 중심에선 늘 빠져있었다. 신 부사장은 롯데쇼핑 경영능력을 인정받아 ‘롯데쇼핑의 실세’라는 일부 언론의 극찬까지 들었지만 ‘딸’이라는 한계가 작용해온 셈이다.
최근 재계에선 현대의 현정은 회장을 비롯해 임창욱 대상 명예회장 부인 박현주 부회장 등 그룹경영 전면에 나선 여성CEO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때문에 그의 작은아버지인 신준호 부회장의 독립 움직임이나 동생인 신동빈 부회장의 지분 확보과정을 지켜보며 신 부사장이 자신의 현 상황에 만족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게 된다. 게다가 최근 명품관 애비뉴엘 개설 등 롯데쇼핑 경영 전면에 신영자 부사장 모녀가 나선 것처럼 보이는 부분과 향후 분가 구도의 연관성에 주목이 쏠리고 있다.
신 부사장은 신준호 부회장과 달리 분가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신 부사장은 롯데쇼핑 지분 1.13%를 갖고 있다. 동생인 신동주(21.18%)-신동빈(21.19%) 형제의 지분과 큰 차이를 보이며 아버지인 신격호 회장(1.77%) 지분에도 못 미친다.
그러나 재계 인사들은 삼성가의 이병철-이명희 부녀를 예로 들면서 신 부사장의 독립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한다. ‘이병철 명예회장이 가장 아꼈던 딸(이명희 신세계 회장)에게 유통업을 물려준 것과 마찬가지로 신격호 회장의 애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큰딸 신영자 부사장에게 유통업을 물려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마저 흘러나온다. 그러나 유통업이 그룹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놓고 볼 때 삼성과 롯데엔 분명 차이가 있다. 유통업이 그룹핵심인 롯데의 현실에서 신 부사장의 유통업 승계는 불가능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신 부사장 둘째 딸인 장선윤 이사의 최근 행보를 보면 속단을 할 수만도 없다. 하버드대 출신으로 97년 롯데면세점에 입사해 98년부터 롯데쇼핑 해외명품 담당 분야에서만 일해온 장 이사는 어머니인 신 부사장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인정을 받는다. 언론 노출을 꺼리던 것을 벗어나 독자적으로 기자간담회를 열어 에비뉴엘 홍보에 앞장서는 모습도 보인다. 이를 두고 ‘현대의 현정은-정지이 모녀를 연상시킨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