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운해서 그랬다” 공사 구분 못한 경영진 도마 위…팬이 목격해 SNS 제보, 해외 팬덤 분노
최근 K-팝 계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데뷔한 지 갓 1년 된 11인조 보이그룹 오메가엑스(재한, 휘찬, 세빈, 한겸, 태동, XEN, 제현, 케빈, 정훈, 혁, 예찬)에 대한 소속사 대표의 갑질 사건이었다. 9월 16일부터 남미 5개 도시 및 미주 11개 도시가 포함된 2022 월드투어 ‘CONNECT: Don't give up’에 나섰던 오메가엑스는 10월 22일(현지시각) 소속사인 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의 강 아무개 대표로부터 폭언과 폭행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의 대표는 표면적으로 황 아무개 씨로 돼 있으나 유일한 소속 가수인 오메가엑스의 대외 활동과 매니지먼트를 아내인 강 씨가 맡고 있어 그 역시 대표 직함으로 불리고 있다.
이 폭로는 당시 투어 공연에 참석했던 한 팬을 통해서 이뤄졌다. 그 팬은 자신의 트위터에 “밖에서 음식 배달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애들(오메가엑스) 회사 대표님이 애들 때리는 걸 봤다”며 음성 파일을 올렸다. 해당 파일에는 대표 강 씨로 추정되는 중년 여성이 “나 이렇게 힘들 때 너희가 나를 케어해 줬냐(돌봐줬냐)”며 따지자 멤버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이 “하지 마세요, 재한이(멤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에요”라고 말렸고, 이에 강 씨가 다시 “하지 마? 야, 네가 뭔데? 난 쓰러졌어”라며 공격적인 말을 이어가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재한이 쓰러지자 강 씨는 “야, 일어나”라며 거칠게 대했고 다른 멤버들의 당황스러운 탄식과 재한의 울음 소리가 이어졌다.
추가로 공개된 다른 영상에서는 강 씨는 멤버들에게 고성과 폭언을 던지며 압박하는 모습이 담겨 충격을 줬다. “너희 같은 XX들이 사랑을 받아야 하는 이유를 얘기해 봐”라는 폭언에 재한이 공황증세를 보이며 쓰러지자 “힘들어 죽겠냐? 어르신, 아이돌 그만 하세요. 맨날 이렇게 힘드신데”라며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다른 멤버들이 만류하자 “너희는 내가 쓰러졌을 때 이렇게 한 적 있냐”며 계속해서 폭언을 이어나갔다.
영상이 찍힌 시점은 오메가엑스의 투어 마지막 행선지였던 LA 공연이 끝난 직후로 알려졌다. 각종 SNS와 유튜브 등으로 유포되며 국내외 K-팝 팬덤을 놀라게 한 이 영상에 대해 소속사 측은 “모든 투어가 끝난 시점에서 다음을 기약하기 위해 서로가 열심히 해온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서운한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고 감정이 격해져 언성이 높아졌던 것”이라며 “식사자리 이후에도 이야기가 이어졌지만 멤버들과 소속사는 계속해서 대화를 나눠 현재는 모든 오해를 풀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명 이후 소속사가 귀국 비행기 표를 취소했다는 사실이 알려져 '억류' 논란이 새로 불거졌고, 결국 멤버들은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사비로 10월 25일 입국해야 했다. 이후 양측 모두 별다른 후속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재한과 함께 보이그룹 스펙트럼으로 활동했던 동규가 강 대표를 저격하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6월 30일 데뷔한 오메가엑스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거나 기존 보이그룹으로 한 차례 데뷔했던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이다. K-팝 무대에 이미 한 번 얼굴을 알린 상태로 두 번째 도약을 간절히 꿈꾸고 있는 그룹인 만큼 이들에 대한 팬덤, 특히 해외 팬덤의 사랑과 지지도 탄탄하다. 그랬기에 이번 논란은 해외 팬덤을 중심으로 더 거세게 불타는 상황이다. 트위터 등 SNS에서 오메가엑스의 국내외 팬덤은 'Protect OMEGA_X'(오메가엑스를 지켜주세요)라는 해시태그를 걸고 소속사인 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사과와 멤버들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설립된 지 고작 2년도 채 되지 않은 소형 연예기획사가 일으킨 이슈에 많은 관심이 모인 것은 이 사태가 4년 만에 또 다시 불거진 '소속사의 갑질·폭력' 의혹이라는 점 때문이다. 앞서 2018년 '영재 밴드'로 유명세를 얻었던 보이그룹 더 이스트라이트가 소속사인 미디어라인 엔터테인먼트 관계자들로부터 '체벌'이라는 이유로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었다.
당시 미성년자 멤버들의 유례없는 기자회견으로 대중을 충격에 빠트렸던 이 사건은 폭행을 주도한 해당 소속사의 문영일 PD와 이를 방관한 김창환 회장이 각각 징역 1년 4개월 및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형이 확정되면서 일단락됐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1990년대를 방불케 하는 폭력적인 문화가 남아있는 중소 기획사들의 소속 가수 처우에 대한 쓴소리가 이어졌다. 가수의 표준전속계약서가 제·개정된 것도 이즈음의 일이다. 무엇보다 소속사가 가수의 '인격권'을 침해할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을 삽입해 그동안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감내해야 했던 가수들의 숨통을 틔워줬다는 게 업계인들의 이야기다.
그럼에도 또 다시 불거진 중소 기획사 대표의 갑질 논란에 업계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진다. 특히 이번 논란은 대표 강 씨가 직접 “나 역시 며칠 동안 밤을 새워서 매우 힘들었는데 멤버들이 제대로 위로도 해주지 않고 케어해주지 않아서 서운해서 그랬다”고 말한 부분이 논란이 됐다. 일반적인 연예 활동 문제가 아니라 공사 구분을 하지 않은 경영진의 미흡한 대처 탓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소속 연예인이 정말 적은 소규모 기획사의 경우 경영진과 현장직의 경계가 애매한 경우가 많은데 이 탓에 경영진이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라며 “비즈니스적으로 소속사는 소속 연예인들의 문제없는 활동을 보장하고 서포트하는 그 선에서 그쳐야 하는데 그것에 대한 감정적인 보상을 공적인 영역에서까지 바라는 게 문제의 시발점”이라고 짚기도 했다.
한편 오메가엑스의 10월 25일 침묵 속에 입국한 뒤 10월 27일 예정돼 있었던 ‘네이버 바이브 파티룸-오메가엑스 편’의 결방 소식을 알렸다. 2022년 6월 15일 정규 1집 ‘낙서(樂서): Story Written in Music’을 낸 뒤 해외투어를 시작으로 활발한 국내외 활동이 예고돼 있던 가운데 불거진 이번 논란으로 향후 활동에도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소형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의 경우 해외 활동이 특히 중요한 만큼, 해외 팬덤의 거센 반발에 부딪친 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가 어떤 입장을 취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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