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틀 스폰서’ 동원개발 둘러싸고 소문 무성, 후원 아닌 투자 목적 가능성…동원개발 측 “아는 바 없다”
10월 28일 한 야구계 관계자는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11월 중순 개최 예정인 ‘MLB 월드투어 코리아시리즈 2022’가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회가 무산되는 것이 사실상 시간문제인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튿날 이 관계자 말은 현실이 됐다. 10월 29일 KBO는 보도자료를 통해 MLB 월드투어 취소 사실을 전격 발표했다.
짐 스몰 MLB 인터내셔널 수석 부사장은 “그동안 MLB는 한국 내 이벤트 프로모터와 계약 관련 몇 가지 이슈들을 해결하기 위해 시간을 갖고 노력해 왔다”면서 “안타깝게도 현실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한국 팬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높은 수준의 경기를 마련하기 힘들다고 판단해 예정됐던 투어 일정을 취소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MLB사무국 측은 월드투어 취소 사유로 ‘계약 이행 이슈’를 명시했다. 일요신문 취재에 따르면 MLB사무국은 ‘계약 이행 이슈’ 세부 내용에 대해 “노코멘트” 입장을 고수했다는 후문이다. 계약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해 대회가 취소되는 극단적인 상황까지 이어졌는지 여부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티켓을 판 돈으로 메이저리거를 초청하려 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야구계와 스포츠마케팅 업계 안팎에선 MLB사무국이 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개런티를 지급받지 못하면서 월드투어가 취소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력한 소식통에 따르면 MLB 측은 기존 책정한 개런티 금액을 두 차례에 걸쳐 할인까지 해주면서 대회 개최 의지를 피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개런티 금액은 MLB가 최초 합의했던 금액 대비 절반 이하로 줄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대회 주최 측 개런티 지급이 계속해서 미뤄지면서 MLB는 전격적으로 대회 취소를 결정했다고 한다.
야구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이번 대회를 앞두고 타이틀 스폰서인 동원개발이 50억 원 안팎 금액을 후원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면서 “부산에서 가장 유력한 건설사 중 하나인 동원개발이 수도권 아파트 건설 관련 홍보 효과를 기대하는 차원에서 이번 사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타이틀 스폰서 동원개발이 대회 주최 측에 후원금을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동원개발은 전국 30위권에 드는 중견 건설사다. PK(부산·울산·경남)에선 ‘비스타 동원’이라는 아파트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다. 2021년 기준 시공능력평가 26위에 올랐다. 부산 지역 건설사로 한정하면 1위에 해당하는 순위다. 동원개발은 2021년 착공한 신풍역 청년주택 개발사업을 통해 꿈에 그리던 ‘서울 진출’ 숙원을 풀 전망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동원개발은 보수적이고 지역색이 강한 부산 건설업계 강자”라면서 “서울로 올라와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규모를 자랑하는 건설사”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근엔 오너 일가 승계 이슈가 언급되는 기업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동원개발이 MLB 월드투어 타이틀 스폰서로 뛰어든 이면엔 ‘서울 진출 홍보 효과 극대화’를 위한 포석이 깔려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구계 내부에선 동원개발이 후원하기로 한 금액 규모가 대회 주최 측이 MLB에 지급해야 했던 개런티 가격과 맞아떨어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대회 이전 MLB에 지급해야 할 개런티 규모는 수백만 달러 정도 수준으로 알려져 있었다”면서 “동원개발이 후원하기로 전해진 금액 규모와 거의 맞아 떨어지는 수준이라는 소문에 업계에 돌았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MLB 월드투어 티켓 가격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됐다는 논란과 맞물려 사전 티켓 판매 실적이 부진했다”면서 “티켓 판매량이 예상 이상으로 저조한 상황에서 동원개발이 대회에서 발을 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마케팅 업계 관계자는 “단순한 타이틀 스폰서라면 티켓 판매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사업에서 발을 빼지 않는다”면서 “스폰서는 홍보를 목적으로 후원금을 지급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만약 동원개발이 일반적인 후원업체이고, 후원금을 지급 완료한 상태라면 대회가 취소될 이유가 전혀 없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업계 내부에서 언급되는 MLB 월드투어 로컬 후원금 금액, 중계권료 규모를 종합해보면 대회를 개최하고도 남을 만큼 재원이 마련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지역 신생 업체가 이런 큰 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박’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그런데 대회가 무산됐다.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셈이었다. 만약 타이틀 스폰서인 동원개발 후원금이 투자 목적이었고, 투자에서 발을 뺀 것이라면 납득이 가능한 현상이다.”
관계자는 “후원과 투자는 성격이 다르다”면서 “투자는 흑자인지 적자인지를 따지는 것이 중요하고, 후원은 홍보효과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전반적인 상황을 종합했을 때 동원개발이 후원이 아니라 투자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주장했다.
야구계 내부 사정에 정통한 또 다른 관계자는 “2022년 5월 MLB 관계자들이 부산 동원개발 사옥을 방문해 성공적인 대회 개최 방안을 협의한 적도 있다”면서 “동원개발이 후원이 아니라 투자를 한 것이라면, MLB 월드투어 파행의 직접적인 책임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동원개발 핵심 관계자는 또 다른 MLB 월드투어 공식 일정에 참여했다. 9월 19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개최 공식기자회견엔 박형준 부산시장, 허구연 KBO 총재, 짐 스몰 MLB 인터내셔널 부사장과 더불어 장창익 동원개발 전무가 단상에 오른 바 있다. 동원개발 임원이 공식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미 후원금 지급이 완료된 상황이라고 판단될 만한 정황으로 보기 충분했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KBO 류대환 사무총장은 11월 2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동원개발은 (MLB 월드투어) 후원사였다”고 했다. 송선재 MLB 한국매니저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MLB 월드투어 프로모터 측은 11월 1일 통화에서 “관련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면서 “동원개발은 MLB 월드투어 타이틀 스폰서”라고 했다.
11월 1일 동원개발 측은 “(MLB 월드투어) 협찬을 하고 있긴 하다”면서 “(투자사로 참여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아는 바가 없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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