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전 부지사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는 이는 방 아무개 전 쌍방울 대표이사다. 방 전 대표는 쌍방울이 추진하던 각종 대북사업 관련 핵심 인물로 꼽힌다. 방 전 대표 역시 이 전 부지사 뇌물수수 혐의 관련 구속돼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방 전 대표와 쌍방울 대북사업을 둘러싼 또 다른 뇌관이 부상했다.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와 대북 소식통은 방 전 대표를 둘러싼 대북 사치품 제공 의혹과 관련해 키워드 하나에 눈길을 보냈다. 바로 말안장이었다. 대북 소식통은 “말안장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보통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말안장을 쓰려면 말을 갖고 있어야 한다. 북한에서 말을 자유롭게 탈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당 지도부급 인사 정도는 돼야 말을 탈 엄두나 낼 정도다. 그런데 고가의 말안장을 북한으로 보냈다고 하면, 그 말안장을 말에 설치할 수 있는 인물이 몇이나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럴 사람이 몇 없다. 김정은, 김여정, 리설주 등 ‘백두혈통’ 핵심인물들 정도만 떠오른다.”

강철환 북한전략센터 대표는 “북한엔 미림 승마장이라든지 일반 주민들이 말을 탈 수 있게 만들어진 승마장이 있기는 하다”면서도 “고가 말안장은 특별한 사람들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강 대표는 “말안장이 고가라면 김정은이나 리설주 등을 위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한에서 지도자가 말을 탄다는 것은 ‘백두산 정신’을 상징한다. 김일성이 항일운동을 말을 타고 했다는 상징성이 있다. 지도자가 말 위에 오른 장면 자체를 ‘항일 백두 정신’과 연결시키는 거다. 김정은은 김일성을 오마주해 3대째 우상화 작업에 나서는 데에 말 타는 장면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 다른 전직 정보기관 관계자에게 ‘북한 고위 인사가 말안장 등 고가 사치품을 개인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물었다. 이 관계자는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이런 건의 경우 통상적으로 조선노동당 조직 내 김정은 비자금을 담당하는 인사가 직접 물건을 수령했을 가능성이 있다. 아니면 물건을 수령해 간 사람이 김정은 비자금 담당 인사에게 물건을 전달했을 것이다. 북한에서는 사치품을 갖고 있는 것보다 김정은을 향한 충성경쟁에서 우위를 점하는 게 중요하다. ‘누구를 만나서 무엇을 확보했다’는 보고를 통해 충성경쟁을 한다.”
그는 “북한 고위 인사에 말안장 등 고가 사치품이 전달됐다면, 해당 인사는 무조건 김정은 등 지도부에 해당 내용을 보고하는 것이 통상 절차”라면서 “보고한 물품을 함부로 개인적인 목적으로 빼돌린다면, 북한 내부에선 목숨이 좌우되는 문제일 수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