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한 안우진은 키움뿐만 아니라 KBO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인정받았다. 2022년 30경기에 등판해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그해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품었다. 이후 두 차례의 수술과 재활을 거쳐 마침내 복귀전을 앞둔 안우진을 9일 고양 국가대표 훈련장에서 만났다.
4월 9일,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는 이례적으로 많은 미디어가 몰려들었다. 키움의 퓨처스리그 경기장으로도 활용되는 이곳에 방송사들과 취재진이 모인 건 경기 취재보다는 단 한 명의 선수를 보기 위함이었다. 이날은 키움의 안우진이 1군 복귀를 앞두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선발 등판해 1이닝을 소화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기를 앞두고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경기는 취소됐고, 안우진은 불펜피칭으로 예정된 투구수를 소화했다. 이날 안우진은 25개의 공을 던졌고, 직구 13개, 슬라이더 4개, 커브 4개, 체인지업 4개 등 다양한 구종을 점검했다.
12일 롯데전을 통해 955일 만의 1군 마운드에 오르는 안우진. 2년 넘게 수술과 재활을 겪은 그로선 만감이 교차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많은 미디어가 모인 자리에 인터뷰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안우진은 복귀전을 앞두고 던진 이날 불펜피칭 관련해 다음과 같은 소감을 전한다.
“오늘 피칭 강도가 괜찮았고, 원하는 곳에 잘 들어갔다. 집중해서 낮은 곳으로 향하는 공도 던졌고, 유인구도 던지는 등 의도한 대로 잘 들어가서 준비를 잘 마칠 수 있었다. 오늘 비가 내려 습했는데 덕분에 공의 회전이 좋았다. 직구, 커브 다 괜찮았던 것 같다.”
불펜피칭, 라이브 피칭과 실전 등판은 큰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다. 안우진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긴 공백기가 있었지만 머릿속으로 타자를 상대할 때의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그런 이미지 트레이닝은 팔꿈치 수술 후 군 복무할 때도 그랬고, 처음 라이브 피칭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인지 마운드에 올랐을 때 어색함이 크게 느껴지진 않는다.”

“먼저 타자들에게 많이 물어봤다. 타자들은 높낮이를 많이 활용하라고 말하더라. 투수들은 사이드보다는 위아래가 넓으니까 그렇게 준비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ABS는 공을 던지면서 직접 느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리그 최고의 에이스로 평가 받았고,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투수가 부상으로 마운드를 떠나 있었던 시간들과 선수가 감당한 어려움은 한 마디로 설명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무엇보다 팔꿈치 수술 후 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다시 어깨를 다쳤던 건 어떤 위로와 조언도 통하지 않았을 아픔이었다. 안우진에게 그 상황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물었다.
“(어깨 수술 후) 의사 선생님은 괜찮은 부위라고 말씀하셨지만 투수에게 민감한 어깨 부위라 불안한 마음이 컸다. 수술했을 때는 많이 힘들었다. 팔꿈치 수술 후 재활 잘해서 복귀 준비를 했다가 다시 어깨 수술로 재활을 해야 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의욕이 생겼고, 야구장 나와서 훈련하다 보니 동기 부여도 생기고, 빨리 뛰고 싶다는 생각, 전처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욕심, 그리고 팬들이 기다리고 있고, 기대한다는 걸 느끼면서 좋은 자극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수술과 재활을 거쳐 복귀하는 투수들은 대부분 타자를 세워두고 던지는 라이브 피칭을 거쳐 2군 등판에서 투구 수를 단계적으로 끌어 올린 다음 몸 상태가 완벽해졌다는 게 확인되면 1군 마운드에 오른다. 그러나 안우진은 일반적인 과정을 밟는 대신 1군에서 1이닝씩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키움의 설종진 감독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트레이너 파트, 분석팀, 코치진과 상의한 끝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2군에서의 경기를 건너 뛰고 1군 마운드에 오르는 것과 관련해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지난번(4월 3일) 라이브 피칭 마치고 상태가 괜찮아서(투구수 30개, 최고 구속 157km/h) 이닝 빌드업을 어떻게 하느냐가 고민이었는데 1군에서 던질 기회를 주셔서 앞으로 대여섯 경기 정도 더 던지면 4이닝, 5이닝은 넘어갈 거라고 생각하고, 그 정도면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걸리는 터라 잘 준비하면 괜찮을 것 같다.”
안우진은 복귀를 준비하면서 디테일한 부분에 더 신경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즉 구속보다는 공의 완성도를 위해 더 많이 노력했다는 내용이었다.
“매년 업그레이드하려고 노력했지만 이전에는 (그 결과를) 잘 몰랐다. 이번에 라이브 피칭할 때 디테일에 집중했고, 2023년과 비교했을 때 달라진 걸 느껴서 개인적으로 많이 좋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팔이 올라가는 탑 위치나 던지기 전에 어깨가 열리는 부분, 던지고 나서 몸이 빠지는 동작 등이 예전보다 더 나아졌다. 고척스카이돔에서 던졌던 2022년, 2023년 때랑 이번에 라이브 피칭할 때랑 똑같은 구도로 영상을 찍어서 비교해봤는데 내가 신경 쓴 점들이 많이 나아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시즌 중에는 수정하기가 어렵다. 재활 기간이 길어지면서 수정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 노력들이 눈으로 확인된 것 같다.”
157km/h를 상회하는 강속구와 정교한 메커니즘이 더해진 안우진은 복귀 무대에서 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천천히 몸 상태를 확인하면서 앞만 보고 걸어갈 예정이다.
“복귀가 알려지자 나보다 주변에서 더 많이 걱정해주신다. 선수들도 내게 “괜찮냐”고 정말 많이 물어본다. 얼마 전 한화 원정을 갔을 때 류현진 선배님이 걱정을 담아 괜찮냐고 물어보시더라. 마음 같아서는 항상 100개 이상의 공을 던지고 싶지만 내 마음대로 해선 안 되기 때문에 올해는 개인 성적보다 팀에 최대한 도움되는 피칭을 해서 안 아프고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오랫동안 부상과 통증으로 고생했던 투수가 그런 장애물을 제거하고 마운드에 오를 때 어떤 기분이 들지 궁금했다. 안우진은 이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그날의 희로애락이 결정됐다고 한다.
“어깨랑 팔꿈치의 통증을 느끼면서 캐치볼을 했을 때는 그날 하루 내내 우울하고 기분도 다운되는 반면에 캐치볼하면서 괜찮다고 생각되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정도로 안 아픈 몸 상태로 던지는 게 감사한 일이라 이걸 잘 유지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안우진은 인터뷰 말미에 2023년을 떠올렸다. 당시 자신의 성적은 항상 에릭 페디(NC 다이노스에서 MVP 수상후 2024년 메이저리그로 복귀) 다음이었다는 내용이다. 그때는 에릭 페디를 따라잡으려고 힘든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와의 경쟁보다 자신의 할 일에 집중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안우진은 12일 고척스카이돔에서 홈 팬들의 환호성을 받으며 마운드에 오를 것이다. 그 장면을 상상하면 슬며시 입가에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떨리는 것보다는 설렘이 더 크다. 팬들이 환호를 많이 해주시면 더 그런 마음이 생길 것 같다. 팬들이 정말 오래 기다려줬다. 건강한 모습으로 팀에 도움되는 피칭을 하면서 승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김상진 코치가 바라보는 김진욱의 부활 "더 업그레이드 가능"
4월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정규시즌 kt wiz와의 홈 경기에서 롯데 자이언츠는 6-1 승리로 7연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개막 2연전에서 모두 승리한 뒤 7연패에 빠졌던 롯데는 이날 승리로 연패에서 탈출했다는 사실도 기뻤지만 선발로 마운드에 오른 김진욱이 8이닝 100구 3피안타(1홈런) 6탈삼진 1실점을 기록해 데뷔 후 가장 뛰어난 피칭을 선보였다는 점에 시선을 둘 수밖에 없었다.
김진욱의 8이닝 1실점은 개인 한 경기 최다 이닝 투구이자, 올 시즌 롯데 선발진에서 개막 10경기 만에 나온 첫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내)였다. 토종 선발이 8이닝을 소화한 건 2024년 5월 박세웅 이후 약 2년 만이며, 좌완 투수 기준으로는 2011년 장원준 이후 15년 만이다.
김진욱은 그동안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의 투 피치에 가까운 구종을 선보였다. 그런데 올해부터는 체인지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더욱이 직구 평균 구속이 지난해 146.4km/h보다 3km/h 가량 상승했다.
김진욱은 2021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1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되면서 롯데 마운드의 미래를 이끌어나갈 유망주로 관심을 모았지만 프로 무대는 김진욱에게 높은 장벽으로 다가왔다. 데뷔 시즌 45.2이닝 평균자책점 6.31을 시작으로 3년 연속 6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고 2025시즌에는 27이닝 평균자책점 10.00으로 좀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그런 김진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철저한 자기 반성과 함께 투수로서의 모든 걸 재정립했다. 지난해 11월 대만 윈터리그에 참가했고, 이후에는 일본 지바현 넥스트 베이스 애슬레틱 랩에서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올 시즌 1선발급 퍼포먼스를 보이고 있는 김진욱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쏟아지는 가운데 롯데 김상진 투수코치에게 김진욱이 변화를 이뤄낸 배경을 물었다. 김 코치는 “조금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한다.
“선수가 공을 던지려고 힘을 쓰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연습할 때 보다 실전 등판했을 때 더 힘이 들어가기 마련이다. 그 힘을 쓸 때 조금 더 절제돼 있는 동작들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지금 익숙해진 듯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리고 이전에는 팔을 사용할 때 공간이 부족했는데 지금은 그 공간을 여유있게 만들었다.”
김진욱이 올 시즌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린 것과 관련해 김 코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전력분석팀에서 영상을 통해 체인지업 그립을 수정했는데 그게 선수한테 잘 맞았고, 팔의 공간이 편해지면서 체인지업이 잘 만들어진 것 같다. 무엇보다 직구를 던질 때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났던 점을 잘 잡아준 게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김 코치는 김진욱이 비시즌 동안 정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한다. 자신의 투구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니 마운드에서 공격적인 피칭을 하는 게 눈에 띈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무적인 건 김진욱이 지금보다 더 업그레이드 될 수 있다는 것과 그렇게 되면 더욱 안정적으로 마운드 운영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김진욱의 8이닝 1실점이 우연이 아닌 눈물 어린 노력의 결실이라는 걸 김 코치는 거듭 강조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