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풍경도, 맛도 최고의 빛깔로 무르익는다는 만추(晩秋)의 지리산. 장대한 백두대간의 끝자락인 지리산의 너른 품에는 황금빛으로 타오르는 다랑이논과 주황빛 곱게 물든 감 그리고 궁극의 고소함을 품고 나타난다는 참게까지 1년 중 딱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풍성함이 넘쳐흐른다.
울긋불긋 맛있게 물든 지리산의 가을걷이 밥상을 찾아 만추의 여정을 떠난다.
황금빛 물결이 일렁이는 지리산 산비탈 층층의 다랑이논으로 향한다. 함양 도마마을의 첫 나락 베는 날. 벼를 척척 베어내는 농기계 뒤에 낫을 들고 동분서주 쫓아다니는 농부들이 눈에 띈다. 대체 뭘 하는 걸까.
반듯한 평지의 논들과 달리, 울퉁불퉁 가파른 산세를 살려 맨손으로 일궈낸 계단식 논. 가장자리를 하나하나 손으로 베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 다랑이논 농사를 지어온 김오묵 어르신에게는 쏟아붓는 정성만큼이나 추수의 보람도 크다. 피땀 흘려 지은 1년 농사의 결실을 마치 쏟아지는 황금처럼 귀하게 받아내는 지리산의 농부들이다.
첫 수확의 기쁨은 으레 잔칫상으로 이어진다. 일교차 큰 해발 500미터의 산자락에서 키워낸 무와 배추는 맛도 옹골차다. 매콤하고 뚝딱 버무려낸 알타리 무김치. 산비탈을 오르내리며 추수 새참을 챙겼던 지리산 농부들의 고단함도 사르르 녹여주는 시원한 맛이다.
오늘의 주인공인 햅쌀에는 고기만큼 귀하고 쫄깃쫄깃하다는 꽃버섯을 더해 풍성하게 지어낸다. 가을볕과 지리산 바람이 바삭하게 맛을 낸 김부각과 고추부각은 추수 때 빠질 수 없는 새참. 배고픈 시절에 만추의 지리산이 내어줬던 선물 상수리나무의 열매로는 탱글탱글한 묵을 쑨다.
그 옛날 지리산 어머니들의 정성과 인내가 다랑이논처럼 층층이 쌓인 푸근한 맛이다. 잔칫상의 화룡점정, 소고기 버섯전골까지 가을걷이의 벅찬 감동이 가득 담긴 지리산 농부들의 황금빛 밥상을 만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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