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행정처분 행보에 업계 또 긴장…수출용 물량 국내 유통됐다면 후폭풍 불가피
지난 11월 1일 식약처는 위해사범중앙조사단(중조단) 수사 결과 제테마,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등 국내 보톡스 제조업체 세 곳이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수출용 보톡스 제품을 국내에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품목허가 취소 및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국가출하승인은 보건위생상 특별한 주의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의 안전성과 유효성 확보를 위해 국내에 판매하기 전 식약처가 제조·품질관리를 검토하는 제도다. 식약처는 해당 업체들에 제조업무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또 병·의원에 해당 보톡스 제품을 사용하지 말라고도 통보했다.
이번에 품목허가 취소 등의 처분을 받은 업체들은 식약처의 행정처분에 집행 중지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할 방침이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수출용 제품이 국내에 판매됐다며 식약처가 행정처분을 내린 사례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서 식약처는 메디톡스,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에도 같은 이유로 품목허가 취소 처분 등을 내렸다. 이들 업체들 역시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진행 중이다. 아직 1심이 진행되고 있어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 제테마 관계자는 “선행 기업들의 판결이 나오지 않아 본안 소송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품목허가 취소에 대한 법적인 대응은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도매상 수출 '판매' 행위 문제 삼아
소송의 쟁점은 보톡스 제조업체의 국내 도매상(무역업체)을 통한 제품 수출 행위에 대한 적법성 여부다. 기업들은 관례상 국내 도매상에 수출 대금을 지급하고 보톡스를 수출해왔다. 그러나 식약처는 수출 대행업체에 용역 수수료를 주고 의약품만 전달하는 수여 방식의 간접수출은 약사법 위반이 아니지만, 국내 도매상이나 수출 대행업자에 수출용 보톡스를 판매해 수출하는 경우는 약사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판매' 행위를 문제 삼은 것이다.
엄태섭 법무법인 오킴스 변호사는 “수출용이라는 조건을 붙였더라도 국내에서 유상으로 제품을 양도했다면 명백하게 판매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다. 법률적으로는 국내 판매라는 사실이 명확하기 때문에 국가출하승인 대상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약사법 제53조에 따라 백신, 항독소, 혈장분획제제 등 국가관리가 필요한 생물학적 제제는 국내 판매를 위해서 생산 분량(배치)마다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 한다.
기업들은 도매상을 통했더라도 결국 수출이 목적인 의약품이기 때문에 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에 따르면, 생물학적 제제 중 수출이 목적인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 대상 의약품이 아니다. 행정처분 소송에 나선 업체들이 문제가 된 수출용 제품이 전량 수출됐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실제 기업으로부터 수출용 보톡스 제품을 받아 수출을 담당했다는 한 도매상 관계자는 “최근엔 수출용 보톡스를 넘겨받은 국내 도매상이 수출면장을 받고 수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기업들이 수출용 제품의 수출 이력을 검증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내 유통된 물량도 있을까
또 다른 쟁점은 수출용 보톡스가 도매상 외 국내 병·의원 혹은 국내 시장에 유통된 사례가 있는지 여부다. 지금까지 식약처는 기업들에 행정처분을 내릴 때 ‘국내 판매된 사실을 적발했다’는 식으로 뭉뚱그려 이야기해왔다. 국내 판매된 사례가 어떤 경우인지, 유통 경로는 어떠했는지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식약처 바이오의약품품질관리과와 중조단 측은 모두 “수사 관련 내용이라 자세한 내용은 언급이 어렵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만약 수출용 보톡스 일부가 실제 국내 병·의원 등 시중에 유통됐다면 해당 업체들은 약사법 위반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수출용 보톡스를 국내 병·의원 등 국내 시장에 유통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출용 보톡스 제품의 경우 소비자가격 기준으로 국내 판매용 제품 대비 대략 중국은 5배, 미국은 20배 비싸다는 것. 한 피부과 전문의도 “국내 보톡스 경쟁이 치열해 전 세계에서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고 봐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출용 제품의 국내 유통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의 도매상 관계자는 “물품을 받으면 우리가 직접 해외에 제품을 내보낼 때도 있었고, 또 다른 국내 기업(다른 도매상)이나 중국 따이궁(보따리상)에 제품을 넘기는 방식이었다. 수출용 제품이 국내 시중에 유통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아예 없다고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즉 제품이 다른 국내 도매상 혹은 해외 보따리상에 넘겨지는 과정에서 관리 부실로 인해 국내에 유통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보톡스 기업들이 헤쳐 나가야 할 과제는 간접수출 논란뿐만이 아니다. 균주 출처가 모호하다는 논란도 지속하고 있다. 이 모두, 상장을 앞둔 보톡스 관련 기업들에게 영향을 미칠 사안”이라고 전망했다.
김명선 기자 seon@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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