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입 수학능력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관련 없음.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최근 유명 수험생커뮤니티에서 다문화가정자녀라고 밝힌 한 수험생이 “이 나라는 다문화가정을 사회적 문제로 보면서도 (혜택성) 전형을 만들어 놓은 대학들이 별로 없다. 연·고대에도 전형이 없다”며 현 다문화정책을 비난하는 글을 올려 논란에 불을 지폈다. 하지만 이 글을 접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황당한 주장이다. 연·고대에 입학하고 싶으면 수능을 봐라” “다문화가정도 한국인이다. 차별하지 말라면서 혜택은 왜 바라는지 모르겠다”고 혹평했다.
현재 국내 대학에서 진행 중인 다문화가정 특별전형 실태 및 그 허와 실을 들여다봤다.
다문화가정 자녀를 특별전형을 통해 선발하려는 국내 대학이 늘기 시작한 것은 결혼이민자, 이주노동자들이 급속히 증가하면서부터다. 지난해 4월 교육과학기술부 집계에 따르면 국내 다문화가정 출신 학생수는 약 3만 8890명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는 초등학생이 2만 8748명으로 가장 많았고, 중학생 7735명, 고등학생 2407명 순이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국내 대학들은 다문화가정 배려 차원에서 다문화 특별전형을 신설하기에 이르렀다. 동국대학교가 2010학년도 수시모집 때 다문화가정 자녀 특별전형을 신설해 본격 운영에 들어간 데 이어 2011년도에는 한국외국어대와, 경기대학교가 별도의 다문화가정 전형을 신설해 주목을 받았다. 부산대도 같은 해 수시모집 때 사회적 배려 대상자 특별전형의 지원조건에 다문화가정 자녀를 포함시켰다.
이처럼 입학과정에서 다문화가정 자녀를 배려하는 대학들의 움직임이 점차 확대됐다. 2012년 입시에서는 고려대, 서강대, 이화여대를 비롯해 동국대, 경희대, 건국대, 한양대(안산 캠퍼스) 등 전국 15곳 대학에서 사회배려자 전형자격에 다문화가정 출신도 지원할 수 있게끔 지원자격 범위를 확대했다. 이 중 한양대와 상명대, 단 2곳을 제외한 나머지 대학은 별도의 시험 및 수능 성적 없이 오로지 서류와 면접 위주로 다문화가정 자녀를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험생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서울권 유명 대학들은 다문화 출신 수험생들에게 보다 많은 혜택을 부여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실제로 고려대, 이화여대, 서강대 등 소위 명문사립대를 포함한 서울권 다수의 대학들은 올해 혹은 내년도부터 다문화가정 출신 수험생들에게 그동안 군인, 경찰, 소방관 자녀와 국가유공자 자녀들에게만 주어졌던 혜택을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국가유공자 자녀가 지원하는 대입 전형은 각 대학에서 ‘사회기여 및 배려자 전형’ ‘사회기여자 전형’ ‘사회공헌자 전형’ 등의 명칭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권 상당수 대학들은 국가유공자 자녀 및 차상위 계층 자녀들만 지원할 수 있었던 이들 전형에 올해부터 다문화가정 자녀에게도 지원 자격을 부여했다. 따라서 일반 수험생 및 학부모들과의 논의 과정 등 그 어떤 사회적 합의도 거치지 않은 상황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학 측의 일방적 다문화가정 특별전형을 놓고 논란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실제로 한국외대의 경우 비슷한 의도에서 2011년도 ‘다문화가정 자녀 특별전형’을 신설했으나 1년 만에 폐지한 바 있다. 한국외대 입학처 관계자는 2월 22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다문화가정 출신만을 위한 전형을 운영해봤으나 ‘역경을 극복한 사례’ 등 다문화가정 출신에게 기대하는 특성 내지 우수성을 발견하기 힘들었다. 오히려 일반학생과 별 차이가 없어 다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단체는 다문화가정 특별전형을 운영 중인 대학들을 상대로 민원을 제기하는 등 논란을 확산시키고 있다. 시민단체로부터 민원을 접수한 고신대의 경우 지난해 초 “2012년 수시모집에서 다문화가정 자녀의 지원 자격을 삭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다문화가정 특별전형을 반대하고 있는 시민단체 측은 앞으로도 다각적인 방법을 통해 관련 대학 측에 본 전형에 대한 대대적인 보완 내지는 철폐를 요구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다문화가정이 아직까진 사회적으로 약자에 준하는 위치에 속해있을뿐더러 해당 자녀들이 글로벌 잠재력을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이를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다문화가정 자녀 특별전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열쇠를 쥔 각 대학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