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시행령을 고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법정 하한인 60%로 내려 9조 원대가 될 뻔한 종부세를 4조 원대로 줄였다. 일시적 2주택과 상속주택, 지방 저가주택을 주택 수에서 제외해 3만 7000명의 세 부담도 낮췄다. 그럼에도 과세 기준일이 집값 하락이 본격화되기 전이어서 납세자들이 느끼는 체감 부담은 지난해 이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세법개정안에 담았던 1세대 1주택자 특별공제 3억 원 도입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했다. 세법개정안이 통과됐다면 종부세 과세 인원은 약 10만 명 줄고 1세대 1주택자 세액은 600억 원가량 감소했을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그런데 세법 개정에는 3주택 이상이거나 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일 경우 1.2∼6.0%, 2주택 이하인 경우 0.6∼3.0%인 종부세 다주택 중과를 폐지하고 기본세율도 0.5∼2.7%로 낮추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른바 부자감세다.
정부의 세법개정안이 공개된 직후 다수 중산층·서민이 얻는 혜택보다 다주택을 가진 부자들의 절세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 정부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세 체계를 만들었던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내용이다. 정부 여당의 세법개정안은 국회에서도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설령 올해 통과되더라도 내년부터 시행되기는 어렵다.
금융투자소득세도 비슷하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일정 금액(주식 5000만 원·기타 250만 원)이 넘는 소득을 올리면 20%(3억 원 초과분은 25%)의 세금을 내야 하는 제도다. 지난 정부에서 여야 합의로 해당 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대신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내년이던 도입 시점을 2025년으로 연기한다는 공약을 냈고 이후 정부가 이를 법안으로 제출했다. 이 법 개정안에도 부자에 더 큰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겼다. 기존에는 10억 원 이상 주식을 가진 이들에 과세를 했지만 개정안은 기준을 100억 원 이상으로 높였다. 본인과 특수관계인을 합산하던 방식도 별도기준으로 바꿨다. 민주당은 금융투자로 5000만 원 이상 소득을 얻는 이가 많지 않은 만큼 증권거래세 폐지로 인한 다수 투자자들의 혜택이 더 크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올해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식으로 손실을 본 이들이 많자 야당에서도 유예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예가 이뤄지지 않으면 주가 상승 시 손실 회복 분이 소득으로 인지돼 과세대상이 될 수 있어서다. 여당 안대로 유예가 되면 수백억대 주식 부자들도 중산층 서민처럼 2년간 금융투자소득을 거둬도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연내 법 통과가 되지 않으면 기존 법대로 시행이 된다.
최열희 언론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