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PC방에 도박 게임물 유통 ‘총판’ 역할, 징역 8월에 집유 2년…당시 공범들 쌍방울 관계사 중역 맡아
김 전 회장의 도박 PC방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불법 사행성 게임 집중단속이 이뤄지면서 덜미가 잡혔다. 당시 도박 PC방과 오락실 등 사행성 게임장 상당수는 조직폭력배들이 장악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판결문에 따르면 2006년 12월 춘천지방법원은 도박개장과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김 전 회장은 공범들과 함께 '바둑이' '포커' 등 도박 게임물을 13개 PC방에 유통하고 게임머니 판매 수수료를 챙겼다. 김 전 회장은 판결 전 17일간 구금되기도 했다.
재판부는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게임머니를 이용하여 사행성 게임을 하게 하는 영업 형태의 PC방은 결국 일반인들로 하여금 손쉽게 도박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적지 않은 사회적 병폐를 야기하고 있다"며 "더욱이 피고인들은 가맹점을 모집하는 이른바 '총판'의 역할까지 담당하였는바, 이러한 행위는 그 사회적 영향이나 거래의 규모가 개별적인 PC방의 그것을 초과하는 것으로서 불법의 정도 또한 더욱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 전 회장은 2006년 5월경 도박 PC방 직영점 2곳을 설치했다. 이후 2006년 7월 가맹점 11곳을 유치했다. 직영점은 경기 구리시 전통시장 안에 위치한 '구리점'과 서울 서초구 서초동 한 건물에 있는 '서초점'이었다. 가맹점 11곳은 강원 홍천군 1곳을 제외하면 모두 호남 지역이었다. 전북 전주, 익산, 군산 등지였다. 전북 남원 출신인 김 전 회장은 서울에 오기 전엔 전주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이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한 뒤 계열사 임원을 맡긴 측근도 도박 PC방 사업 공범이었다. 김 전 회장과 같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A 씨는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쌍방울 계열사 '광림' 사내이사를 지낸 인물. A 씨는 항소해 2007년 2월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최종적으로 징역형을 피했다.
김 전 회장의 인척도 공범이었다. 김 전 회장의 매제 B 씨는 도박 PC방 사업에 가담한 혐의로 2006년 11월 약식기소됐다. B 씨는 김 전 회장이 실질적으로 운영한 '레드티그리스' 직원으로 일한 인물. 레드티그리스가 2010년 쌍방울을 인수한 뒤 B 씨는 쌍방울 영업이사도 맡았다.
B 씨는 김 전 회장과 주가조작도 함께했다. B 씨는 김 전 회장 등과 함께 2011년 코스닥 상장사 '유비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17년 2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B 씨는 김 전 회장 지시에 따라 차명계좌를 통해 시세조종성 주문을 했다. 또 다른 공범에게 시세조종을 지시하기도 했다. B 씨는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김 전 회장의 도박개장 혐의 판결문엔 김 전 회장이 운영했던 N 사 이름이 등장한다. 김 전 회장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N 사 사무실을 거점으로 도박 PC방 가맹점주를 모집했다.
N 사 법인등기부에 따르면 N 사는 자본금 3억 원으로 2006년 1월 설립, 2011년 12월 해산간주됐다. 대표이사는 김 전 회장이었다. 사업목적은 주택건설업, 부동산 광고 및 분양대행업, 부동산 관리·용역업, 부동산 임대업이었다. 이 때문인지 판결문에서 김 전 회장은 ‘부동산개발업에 종사하는 자’로 적시됐다. 김 전 회장은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대표이사 등 등기이사를 쌍방울 계열사에선 단 한 차례도 맡은 바 없다.
N 사 사내이사였던 C 씨 역시 김 전 회장의 측근이다. C 씨는 지난 11월 현재 쌍방울 계열사 '광림'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2012년~2013년엔 광림 대표이사를 지냈다. C 씨는 전북 전주 출신으로 김 전 회장 친동생의 소개로 김 전 회장과 어울리게 됐다. 김 전 회장의 친동생은 C 씨가 1998년경 운영했던 술집에서 웨이터로 일하기도 했다. C 씨 역시 2010년 쌍방울 주가조작에 가담해 2018년 2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일요신문은 지난 14일 N 사 사무실이 있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물을 찾았다. 하지만 N 사를 기억하는 사람은 없었다. 건물 관리인은 "이곳에서 오래 일하긴 했지만, 2006년엔 없었다"며 "워낙 옛날 일이라 들은 이야기가 없다"고 말했다. 김 전 회장이 운영했던 도박 PC방 직영점이 있었던 서울 서초구 서초동 건물은 2012년 철거돼 현재는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이 도박개장 혐의로 재판을 받은 2006년엔 도박 PC방과 오락실 등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검경의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졌다. '바다이야기'와 '황금성' 등 사행성 게임장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개인파산자가 양산되는 등 사회적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2006년 8월 검사 18명과 수사관 50명 등 100여 명으로 구성된 특별수사팀은 6개월여의 수사기간 동안 국회의원과 보좌관, 게임업자, 조직폭력배 등 총 153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 중 한 명이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었던 것으로 뒤늦게 확인된 셈이다.
김 전 회장은 2022년 현재도 각종 범죄 의혹으로 수사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쌍방울그룹 횡령·배임 및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변호사비 대납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 지난 5월 말 해외로 도피했다. 수사 과정에서 대북 사업을 소재로 한 쌍방울 계열사 나노스(현 SBW생명과학) 주가조작 의혹, 대북 송금 등 새로운 의혹도 불거졌다.
김 전 회장은 주가조작과 불법 대부업 전과도 있다. 두 전과는 이미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김 전 회장은 2010~2011년 쌍방울과 유비컴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17년 2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사회봉사 400시간을 선고받았다. 2심과 대법원은 김 전 회장에 대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앞서 김 전 회장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대부업 등록을 하지 않은 채로 50회에 걸쳐 318억 700만 원 상당을 대부한 혐의로 2017년 1월 벌금 15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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