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소문 난 신사동 가로수길 맛집에서 화장실 몰카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주고 있다. 이곳은 특히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전영기 기자 yk000@ilyo.co.kr |
서울 강남경찰서는 자신의 카페 화장실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하고 손님들의 신체를 훔쳐본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로 카페 업주 이 아무개 씨(43)를 구속했다고 2월 26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이 씨는 화장실에 사람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첨단기능의 몰카로 촬영한 영상들을 자신의 컴퓨터에 보관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몰카 사건은 그동안 낯선 여성을 주 대상으로 삼았던 몰카 범죄와 달리 성별 구분 없이 남녀 손님을 비롯해 종업원과 지인의 ‘은밀한’ 신체 부위와 배변 과정을 몰래 촬영해온 것으로 확인돼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평소 이 씨는 양심적인 음식 제조 및 판매로 유명 포털사이트 파워 블로거들 사이에서 평이 좋았고 유별나게 친절한 성격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씨가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가 높았다는 점에서 그가 몰카 촬영을 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1월 30일, 20~30대 젊은 층이 주로 찾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에 위치한 한 카페 화장실에서 센서가 달린 첨단 몰래카메라가 발견됐다. 몰카를 찾아낸 30대 여성 A 씨는 “볼 일을 보러 바지를 내렸다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변기를 살펴보니 손톱 크기의 카메라가 숨겨져 있었다”며 강남경찰서에 신고했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영상 조회 결과 차마 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의 배변 장면과 남녀 생식기 부위가 적나라하게 촬영돼 있었다”고 귀띔했다. 남녀 손님 가리지 않고 촬영한 ‘엽기적인’ 몰카 영상을 촬영해온 이 씨의 ‘기이함’에 경찰 관계자들도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구체적인 피해자 수도 917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이 씨는 이미 2차례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었다. 하지만 이 씨가 성범죄 전력이 있다는 사실은 카페를 드나들던 손님 중 그 누구도 눈치 채지 못했다. 오히려 이 씨는 평소 여성 손님들에게 인기가 좋았다고 한다. 피해자 A 씨는 “사장 이 씨는 말수도 적고 수줍음을 많이 타는 편이었다. 내성적인 성격임에도 손님에게 매우 친절하게 대해 신뢰가 갔다”며 “부인과도 사이가 좋아 보였고 무엇보다 양심적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 역시 “카페를 여자 손님들이 좋아할 만한 인테리어로 꾸며 놓아서 이 씨가 상당히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고는 생각했다”며 “음식 만들 때도 매번 좋은 재료를 쓰고 손님 대접을 극진히 해줬다. 그 누구도 이 씨가 몰카를 설치할 만한 인물이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업 초반부터 호평일색이었던 이 씨의 카페는 개업 1년 만에 신사동 일대 카페 중 가장 단골손님이 많은 유명카페로 자리매김했다.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 T 사와 C 사가 매년 송년회를 이 카페에서 개최할 정도로 평판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씨의 카페 주변에는 T 사와 같은 유명 코스메틱 브랜드 회사들이 줄줄이 위치해 있다. 따라서 이곳에서 종사하는 20~30대 여성 직장인 중 이 씨의 카페를 자주 찾았던 단골들이 몰카 촬영의 희생양이 됐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T 사에 근무 중이라고 밝힌 C 씨는 “이 씨의 카페는 그동안 주변 여성 직장인들한테 인기가 상당히 높았다. 연말에는 자리가 없어 예약을 했을 정도였다”면서 “이 씨는 평소 주문받을 때 말을 더듬고 수줍어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다. 그래서 순진한 사람인가보다 생각했는데 뒤에서 이런 일을 저질렀다니 너무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C 씨는 “교묘하게 첨단 카메라를 장치해놓은 것을 보니 p2p(person to person 개인과 개인 간 또는 단말기와 단말기 간의 정보·데이터 교환)사이트에 몰카 영상을 판매했을 것 같아 걱정이다”며 추가 피해를 우려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몰카 영상이 성인PC방과 p2p사이트 등에서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 씨 역시 화장실에 첨단 카메라를 설치하고 장기간 은밀한 행위를 촬영해온 배경에는 ‘영상 판매를 통해 큰돈을 만져 보려는 의도’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이 씨가 낮에는 햄버거를 팔고 밤에는 몰카 영상을 촬영해 불법 사이트 등에 팔아넘긴 것이 확실하다”며 “경찰은 이 씨가 영상을 판매해 왔는지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영상이 외부로 유출된 정황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 씨는 현재 검찰에 송치된 걸로 알고 있다”면서 “더 이상 이 사건에 대해 언급하지 않기로 내부적으로 합의가 된 상황”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포그니 기자 patron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