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언론은 여전히 김만배 씨의 입을 주목하고 있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 모두 “천화동인 1호의 지분 중 일부는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실의 것”이라는 취지로 법원과 검찰에서 진술을 하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몫은 없었다. 천화동인 1호는 나의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는 김만배 씨의 진술을 반드시 넘어서야만 한다. 김 씨도 검찰 앞에서 진술을 바꿀 것인지 주목하는 대목이다.
11월 24일 새벽 0시 4분 즈음, 김 씨는 검은색 코트 차림으로 서울 구치소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는 취재진에게 “소란을 일으켜 여러모로 송구스럽다. 법률적 판단을 떠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향후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고개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떠났다.
먼저 출소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측을 향해 폭로를 이어간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와 달리 김 씨는 “외부에 입을 열지 않겠다”며 일찌감치 선언했다. 출소 전 언론에 이런 의사를 전달하며 “거주지는 가족뿐만 아니라 주민들이 있으니 피해가 가지 않도록 취재를 자제해 주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몇몇 언론은 김만배 씨에게 접촉했지만 김 씨가 연락을 피했다고 한다.
김만배 씨의 존재가 중요한 이유는 유동규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의 진술과 배치되는 내용을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만배 씨는 수사 초기부터 “천화동인 1호의 실제 소유주는 본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녹취록 등에 “천화동인 1호는 그분의 것”이라고 발언한 지점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고, “700억 원을 유 전 본부장 측에게 주기로 한 것은 ‘달래기 차원’에서 한 말일 뿐 실제로 할 생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검찰 입장에서 김 씨가 ‘넘어야 할 산’이 되어버린 이유다. 익명의 검찰 관계자는 “최근 수사 흐름과 배치되는 진술을 한 게 김만배 씨이기 때문에 이재명 대표가 향후 기소됐을 때 증인으로 부르려 할 게 당연하다”며 “그런 지점까지 고려해 검찰은 김만배 씨의 진술은 사실이 아니고,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의 말이 사실이라고 주장할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고 내다봤다.
#남욱 조사해 ‘김만배’ 논리 깨나
이에 검찰은 남욱 변호사 등을 다시 소환해 조사하며, 사실관계를 단단하게 확인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는 김 씨가 풀려난 24일 오전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는데, 검찰은 남욱 변호사를 상대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측근들을 통해 대장동 사업자들의 자금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까지 올라갔는지 과정 등을 집중 추궁했다고 한다.
아직 남 변호사와 김만배 씨의 대질신문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함께 대장동 사업을 진행했던 남 변호사와 김만배 씨는 동업자이자, 뇌물의 공여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들을 대질토록 해 서로 주장이 다른 부분들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수사팀 관계자는 “앞으로 남욱 변호사와 김만배 씨 모두 수차례 더 불러서 조사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대질신문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만배 진술 바꿀 가능성도
아직까지는 김 씨가 ‘진술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언론에 말을 아끼고 있고, 검찰에서도 유동규 전 본부장이나 남욱 변호사처럼 적극적으로 진술을 하고 있지도 않은 상황이라는 전언이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김만배 씨가 진술을 바꿀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대질신문 과정에서 유 전 본부장이나 남욱 변호사가 구체적인 상황을 얘기하며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대표의 몫이 있었다’고 얘기할 경우, 김만배 씨가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김만배 씨는 “법정에서 얘기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김 씨가 검찰 수사 등이 아닌 법정에서 이재명 대표를 향한 폭로를 할 가능성도 높다. 별다른 근거 없이 기존의 입장을 그대로 고수하기만 하면 검찰이 김 씨를 위증이나 추가 혐의점 수사, 혹은 범죄 수익 환수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도 있다. 김만배 씨 역시 아무 근거 없이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라고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김만배 씨가 유 전 본부장, 남욱 변호사와 같은 궤로 진술을 할 경우 이재명 대표에게는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이어진다. 대장동 사업의 큰 축이었던 김만배 씨와 남욱 변호사에게 같은 진술이 일관되게 나온다면 ‘사업 특혜를 줬고(배임), 이에 대한 대가로 정치자금을 받았다(뇌물, 부패방지법 위반)’는 검찰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핵심 근거가 된다.
수사팀 관계자는 “진술만 가지고 하는 수사가 아니”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는데, 이를 토대로 김만배 씨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점쳐진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정진상이나 김용과 다르게, 이재명 대표를 소환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게 접근하고 이를 위해 확인해야 할 것들은 모두 수사해 사실관계를 확정짓고 난 뒤 부를 것”이라며 “수사팀이라면 김만배 씨를 어떻게 설득해 수사 협조를 받아낼지, 유동규 전 본부장과 남욱 변호사의 진술과 다르지 않은 말을 하도록 설득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