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검은 빼달라” 하루 만에 제동…친윤계 중심 불만 기류, 첫 회의 파행
“용산의 의중이 보인다.”
10·29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가 우여곡절 끝에 11월 24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254명 중 찬성 220명, 반대 13명, 기권 21명이었다.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윤한홍 이용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김기현 김희국 박대수 박성중 서병수 이주환 조경태 한기호 황보승희 의원 및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등도 국정조사를 반대했다.
국정조사 기간은 내년 1월 7일까지 총 45일이다. 예산안 처리(법정시한 12월 2일) 후 기관 보고, 현장조사, 청문회 등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한다. 이태원 참사 직·간접 원인 및 책임소재 규명,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사전 안전대책 수립 및 집행 실태, 참사 발생 전후 경찰 소방 행정 보건 의료 등 인력 배치, 운용 적정성 등을 따질 예정이다.
국정조사 대상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 △국가안보실 국가위기 관리센터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대검찰청 △경찰청 △소방청 △서울특별시 △용산구 △ 서울경찰청 △용산경찰서 △서울종합방재센터 △서울소방재난본부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등이다.
특위는 총 18명(민주당 9명, 국민의힘 7명, 정의당 1명, 기본소득당 1명)으로 구성됐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위원장을 맡았으며, 여야 간사는 각각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과 김교흥 민주당 의원이다.
앞서 23일 여야 원내지도부가 국정조사 실시 협상을 전격 타결하면서 국정조사가 쉽게 진행되는 듯했지만, 시작부터 삐거덕거렸다.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로 조사 대상을 특정했으나, 하루 만에 여당에서 대검찰청을 제외해 달라고 요구했기 때문. 김도읍 법제사법위원장은 “대검찰청과 경찰 마약수사 인력운용은 전혀 관계가 없다”며 “국정조사 목적과 범위에 관계없다는 게 확인됐으면 수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입장차에 난맥상을 겪으면서 특별조사위원회 첫 회의는 여당의 불참 속에 파행을 겪었다.
결국 대검찰청은 마약 수사 관련된 부서만 국정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쟁점이었던 대통령 경호처·법무부 역시 제외됐다.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법인·개인 등은 수사와 재판을 이유로 예비조사를 포함한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는 내용은 여당이 배제를 요구했지만 최종적으로 포함됐다.
당초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 후 국정조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국정조사를 찬성하는 여론이 높은 가운데, 여당을 향해 진상 규명을 회피하느냐는 지적이 일자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1월 8일부터 이틀간 실시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 차원의 국정조사 실시 및 특검 도입’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체 답변자의 56.4%가 찬성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또한 민주당이 과반 의석으로 국민의힘이 빠진 야 3당만 참여하는 국정조사를 강행할 경우 조사대상과 기간 등을 마음대로 정할 수 있어, 오히려 여당에 불리할 수 있다는 계산도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국민의힘도 국정조사에 참여하면서 협상을 통해 국정조사 대상, 기간 등에는 여당의 입장을 담을 수 있었다.
이를 위해 원내 지도부는 용산 대통령실과 국정조사 합의 전 사전 물밑 조율을 거쳤다고 전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11월 23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정부 측과의 조율을 거쳤다”며 사전 교감을 암시했다.
당 지도부 역시 주 원내대표의 결정에 힘을 실어줬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예산 국회 막바지에 접어들어서 내년도 예산, 국민 삶의 문제보다 중요한 게 어딨나”라며 “예산 정국이 여야 간 대화와 타협으로 원만하게 마무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봤다. 주 원내대표의 협상 방향이 옳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용산 대통령실은 물론, 여권 안팎에서는 국정조사에 대한 불만 기류가 계속되고 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24일 당 지도부 회동 뒤 이번 조사 대상에서 대통령실이 많이 빠졌다는 질문에 “대통령실 많이 빠진 거 뭐가 있나. 경호실 하나 빠졌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이 수석은 이번 여야 간 합의에 대해서도 사전에 구체적인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당내에서도 불만이 나오고 있다. 실제 친윤계 의원들은 11월 23일 의총에 대거 불참했다. 원내 지도부가 합의를 했음에도 다음날 본회의 국정조사 계획서 안건 표결 당시 윤핵관 의원들은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 사실상 대통령실과 원내 지도부의 ‘원팀’ 체제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태원 참사를 이용해서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피하려고 하는 의도로 보인다”며 “이렇게 국정조사를 빨리 협상할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반면 협상과 관련해 지도부를 비판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조사 협상한 내용을 하루 만에 깨는 건 우리로서도 부담”이라며 “주 원내대표의 협상은 옳았고, 이 정도면 잘한 협상이라고 본다. 현 시점에서 지도부를 안에서 계속 비판해봤자 좋을 게 하나도 없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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