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권개발 계획이 발표돼 시세가 치솟고 있는 오류동 동부제강 폐공장부지. 현재는 여러 업체에 창고로 임대되고 있다. 임준선 기자kjlim@ilyo.co.kr | ||
이는 상상속의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김준기 회장의 동부그룹이 서울 구로구 오류동 소재 2만5천평 부지를 통해 돈벼락을 맞게 됐다. 서울시내에 그 넓은 땅을 갖고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불과 6개월 만에 여기서 평가차익 1천2백억원을 냈으니 좋아서 웃음이 절로 나올 법한 일이다.
동부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오류동 부지는 원래 동부제강 소유의 공장부지였다. 이곳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평당시세 3백만원선에 머물던 그저그런 땅이었다.
오류동 부지는 동부화재가 계열사인 동부제강으로부터 지난 2001년 6월에 사들여 현재까지 동부화재 명의로 돼 있다. 당시 동부화재가 동부제강에 지불한 가격은 약 8백80억원이다. 총 2만5천여평임을 감안하면 평당시세 3백40만~3백50만원 정도를 쳐준 셈이다. 현지 부동산업자들도 2001년 당시 그 일대 평당시세를 3백만원선으로 기억하고 있다. 한 부동산업자는 “(동부그룹 소유 부지 일대가) 워낙 서울 외곽 지역이고 낙후돼 있어 땅값이 낮았던 데다 좀처럼 오르지도 않았다”고 전한다.
이곳엔 동부제강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당시 동부제강은 충남 당진에 새 공장을 짓고 이전을 하게 되는데 오류동 부지에 있던 시설이 워낙 낙후돼 처리방안을 모색했지만 이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나 업체가 선뜻 나오지 않았다. 게다가 당시 동부제강은 자금면에서도 어려웠다. 이때 총대를 멘 게 모회사인 동부화재였다. 동부화재는 당시 보험업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던 실버타운 건립 계획을 갖고 있었다. 계열사 부지를 사들여 실버타운 사업을 포함한 여러 사업을 계획하게 된 것이다.
당시 이 부지는 준공업단지 형태로 제한돼 동부그룹이 원하는 식의 개발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인근 부동산업자들과 상인들은 그 지역이 당시부터 개발될 것이란 소문을 접하고 있었다. ‘인근 천왕역 일대가 공원화 된다’ ‘인근 항동에 수목원이 조성된다’와 같은 소문부터 ‘근거리에 있는 고척동 소재 영등포교도소가 타 지역으로 이전한다’ ‘과기부가 궁동 온수동 일대 부지에 들어선다’ 등의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나돌았다. 해당지역을 지역구로 하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내건 공약이기도 했으며 해당관청의 개발허가만 떨어지면 모든 것이 현실화될 것으로 보였다. 동부화재가 당장 개발을 하지 못해도 이 땅을 손에 꼭 움켜쥐게끔 만든 요인으로 보인다.
이후 실버타운 건립 계획에 관한 소문은 사라지고 동부그룹이 오류동 일대에 대규모 상업단지를 조성할 것이란 소문이 재계에 나돌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류동 개발에 관한 소문이 무성했던 반면 해당관청은 이 땅에 대한 개발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고 부동산 가치도 평당시세 3백만원선에 머무른 채 4년여가 지나게 됐다. 그동안 동부그룹은 이 공장건물을 창고형태로 여러 업자들에게 임대해왔다. 서울시내에 갖고 있는 2만5천평 부지가 창고로만 쓰인 것이다.
동부그룹의 ‘앓던 이’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6월 무렵이다. 해당관청인 구로구청이 이 일대에 대한 지구단위 계획 결정 공고를 낸 것이다. 구로구청 개발계획안의 골자는 이 지역에 주거시설과 더불어 호텔 할인점 백화점 같은 복합시설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구로구 일대 새 중심상권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구로구청의 결정 공고가 난 이후 이 일대 땅값이 치솟기 시작했다. 부동산업자들에 따르면 현재 평당시세 1천2백만~1천5백만원선에 이른다고 한다. 불과 6개월 만에 땅값이 네 배 이상 오른 것이다. 이 땅을 개발하지도 못하고 낮은 땅값을 푸념했을 법한 동부그룹이 갑작스레 엄청난 평가차익을 거둔 셈이다.
공업단지에 대한 개발제한이 풀릴 경우 해당 부동산 주인은 개발허가권자인 서울시에 해당부지의 일정 부분을 기부해야 한다. 구로구청 관계자는 “개발조치 이후 땅주인이 거둬들일 막대한 이익을 감안해 해당 부동산의 일부를 서울시에 기부하게끔 돼 있다. 서울시가 기증받은 땅은 도로 등 공공목적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부 비율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동부그룹 부동산의 경우 약 30% 정도를 서울시에 내줘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부그룹이 소유한 2만5천평 중 30%인 7만5천평을 서울시에 기부한다고 치면 남는 땅은 1만7천5백평이 된다. 이를 최근 평당시세 1천2백만원으로만 환산해도 2천1백억원이 된다. 동부화재가 동부제강에 지불한 8백80억원을 이 땅의 종전 가치로 놓고 보면 동부그룹은 불과 6개월 만에 1천2백억원 이상의 평가차익을 얻게 된 셈이다.
현재 구로구청은 지난해 6월 개발계획 결정 공고 이후부터 이 일대에 대한 개발계획을 수립해 왔으며 곧 지구단위 개발계획이 확정된다고 한다. 확정발표가 나면 개발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를 위해 땅주인인 동부그룹측과 구로구청이 협의중이라고 한다. 개발에 들어가면 땅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으로 보인다. 해당관청과 부동산업자들은 앞서 거론한 교도소 이전이나 역세권 개발, 수목원·공원 조성, 정부부처 이전 등이 곧 현실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 연말이면 평당시세 2천만~3천만원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폐공장부지가 갑자기 노른자위로 변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동부그룹에 안겨주게 되자 일각에선 관청이나 정치권에 대한 로비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 그동안 해당관청과 오류동 부지에 대한 논의를 나눠온 점이나 서울시내 2만5천평의 넓은 땅을 놀리다시피하면서 창고 임대용으로만 활용했다는 점 등으로 볼 때 구로구 일대에 대한 개발정보를 동부그룹이 미리부터 파악하고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천덕꾸러기나 다름없던 폐공장부지가 졸지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모된 탓이다.
그러나 동부화재 관계자는 “(김준기) 회장님이 원래 한번 취득한 부동산은 잘 팔지 않는 성격”이라며 로비설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어차피 땅을 팔 게 아니라 개발할 것이므로 땅값 덕분에 막대한 이익을 취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