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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그동안 박정희 정권 때 핵개발 의혹이 제기되는 등 우리도 핵과 완전히 관계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최근 또 다시 김대중 정권 때인 지난 2000년 우라늄 농축을 통한 비밀 핵실험이 이뤄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원자력학계 등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비록 이 주장이 지난해 12월 출간된 소설 <모자 씌우기>를 통해 제기돼 그 신빙성에 의문이 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저자는 ‘팩션’(역사적 사실에 허구를 가미한 소설)이라는 형식을 통해 핵개발이라는 일종의 터부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소설 내용을 토대로 한국 핵개발의 실체와 그 신빙성 등을 검증해봤다.
평화방송에서 10년간 시사교양 프로그램을 제작해 온 오동선 PD. 그는 지난 2005년 가을 원자력계 한 과학자로부터 저녁 초대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과학자는 오 PD에게 비보도를 전제로 “2000년 우리 과학자들이 우라늄 고농축에 성공한 적이 있다”는 믿기 힘든 사실을 털어놨다. 이 과학자는 북한에서도 곧 대규모 핵실험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 PD는 과학자의 충격적인 주장을 듣고 ‘국내 핵개발은 박정희 시절의 망상’쯤으로 치부하며 그날의 만남을 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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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마노 유키야(오른쪽에서 두번째)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지난 2010년 4월 20일 한국원자력연구원을 찾았다. 유키야 사무총장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이 자체 기술로 설계, 건조해 운영 중인 연구용 원자로 ‘하나로(HANARO)’를 둘러봤다. 연합뉴스 | ||
하지만 정부 고위관계자의 ‘경고’는 오 PD로 하여금 핵개발 성공 주장 의혹을 오히려 ‘팩트’로 받아들이는 촉매가 됐다. 그는 장고 끝에 소설 형식을 빌려 이 사실을 대중에 알리기로 하고 취재에 들어갔다. 청와대 국정원 통일부 외교부 관계자를 비롯해 원자력계 과학자들을 만나 당시 비밀 핵실험에 관한 세세한 정황을 확보했고 점차 실체에 근접해갔다.
당시 우리 과학자들은 어떻게 미국과 IAEA의 눈을 피해 핵실험을 전개할 수 있었을까. 그 답은 <모자 씌우기>라는 소설 제목에서 찾을 수 있다. ‘모자 씌우기’란 국제 사회의 감시로부터 비밀 실험을 감추기 위해 다른 실험 내용을 덧씌우는 것을 일컫는 말로 2000년 핵실험 당시 원자력 과학자들 사이에 실제 통용했던 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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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팩션 <모자 씌우기>의 저자 오동선 PD. 오 PD는 “국내에서도 핵무장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 ||
그는 국내 핵기술이 오랫동안 핵을 연구해 왔던 북한에 비해 한 단계 뛰어나다는 점도 지적했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통해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었다면 우리가 했던 핵실험은 자체적으로 제작한 레이저 장비(AVLIS)를 이용한 것이다. 당시 국내 과학자들은 세 차례에 걸쳐 90% 수준의 우라늄 고농축 실험에 성공했고 이후 우라늄 농도를 떨어뜨리는 역 실험까지 성공했다”고 밝혔다. 9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은 일본 히로시마에 사용된 핵폭탄과 맞먹는 수준이다.
그런데 이러한 2000년 국내 핵실험 성공 주장에 관한 원자력계 전문가들의 의견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한국원자력학회의 한 연구원은 “국내 우라늄 농축 수준은 평균 10% 정도로 무기 급에 근접한 80~90% 수준의 고농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우리가 우라늄 농축을 통해 핵무기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는 경제적·기술적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NPT에 가입되어 있고 한미 원자력협정에서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며 “당시 핵실험은 정부와 무관하게 과학자들의 좌절감에서 시작된 해프닝이었을 것이다”라고 추측했다.
그런데 국민의 정부 시절 실제로 핵실험이 있었던 것은 사실인 것 같다. 한국은 지난 2004년 IAEA로부터 4차례 걸쳐 비밀 사찰을 받은 바 있다. 그 원인을 두고 주장이 엇갈리는데 오 PD는 “일부 과학자들의 비밀 우라늄 농축 핵실험이 발각된 것이 IAEA 사찰까지 불렀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부 측 입장은 다르다. 당시 우리 정부 측은 “우라늄 농축이 아닌 가돌리늄, 탈륨, 사마륨을 분리하는 실험이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원자력연구원 과학자들이 흥미와 호기심이 발동해 우라늄 추출 실험을 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오 PD는 위에서 언급한 실험들이 바로 ‘모자 씌우기 실험’이라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런 엇갈린 주장에 대해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과학자들의 호기심이 대한민국을 심각한 위기로 몰아갔다”고 회상하며 “당시 국내 핵실험 문제는 유엔 안보리 회부 직전까지 갔지만 정부의 전방위적 외교로 무산시킬 수 있었다. 참여정부의 주요 업적 가운데 중 하나”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오 PD가 단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있는 국내 핵실험을 수년간 파헤치며 ‘팩션’이라는 형식으로 강하게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그는 “국내에서도 ‘핵무장’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북한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국내 핵보유를 통해 그 ‘유용성’을 낮추는 길밖에 없다”고 전했다.
오 PD는 미국의 군사력 약화도 핵무장론이 탄력받을 수 있는 이유로 꼽았다. 실제 지난 2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전 백안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자신의 자서전 <미국, 그리고 글로벌 파워의 위기>을 통해 한국의 핵 무장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 책에서 그는 “머지않아 한국은 새로운 핵우산에 들어가거나 자체적으로 핵무기를 만들어야 하는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고 밝혔다. 미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매년 국방비를 삭감하면서 ‘세계의 경찰’ 역할을 지속하기 어렵게 됐기 때문에 한국이 자체적으로 그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앞서의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브레진스키의 자서전을 통해 대두된 미국 쇠퇴론은 언론에서 일부 내용을 부풀리고 자의적으로 해석한 측면이 있다. ‘미국이 쇠퇴한다면’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 현재 미국 군사력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오 PD는 “한국은 군사적으로만 따졌을 때 미국의 식민지”라며 “지금 당장 하늘이 맑다고 해서 앞으로 닥쳐올 먹구름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핵기술을 부정적으로만 보는 시선이 깨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원자력학회의 한 연구원은 “핵기술 보유 문제는 보수 진보 프레임을 떠나 국가안보라는 거시적인 안목으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며 “정치권에서도 오는 3월 26일 서울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와 4·11 총선이 맞물리며 주요 이슈로 부상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우라늄 농축 실험이란…
우라늄 광석에 함유된 우라늄 235의 동위원소 비율을 높이는 작업으로 저농축 우라늄과 고농축 우라늄으로 나뉜다. 10% 미만의 저농축 우라늄의 경우 주로 원자력 발전에 사용되며 20%는 핵잠수함, 8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은 핵무기의 원료로 쓰인다. 오 PD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 과학자들은 2000년 핵실험 당시 3회 이상의 90% 우라늄 고농축에 성공했고 이후 우라늄 238을 섞어 농도를 떨어뜨리는 역 실험에도 성공했다는 것이다.
역대 대통령과 핵개발
박정희 이후 ‘절레절레’
국내에서 핵개발이 진지하게 거론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박 대통령은 1968년 1·12 사태와 이듬해 미국이 아시아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닉슨 독트린’ 선언을 연이어 겪은 후 ‘평양을 때릴 수 있는 미사일’을 통해 자주국방을 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야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막을 내리고 5공화국이 들어선 후 친미정책이 주류가 되면서 한반도에서 핵을 만드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정적인 것은 노태우 정권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었다. 1991년 12월에 채택된 이 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농축시설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한국은 핵 주권을 포기해야 했다.
노태우 정권을 지나 진보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핵개발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원자력학계의 주장이다. 실제 핵실험이 있었던 국민의 정부와 IAEA 사찰을 받았던 참여정부 동안 원자력계 과학자들과 ‘정부’의 교류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동선 PD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 번도 원자력연구소를 찾아 과학자들을 격려하지 않았다. 당시 과학자들이 이런 태도에 불쾌감을 느껴 나에게 제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추측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창기부터 ‘친 원전’을 표방했지만 핵개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오 PD는 “정권이 바뀔 당시 발간된 외교 백서를 보면 비밀 핵실험 내용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아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그 사실을 정확히 인수인계됐다고 보기 어렵다. 2000년 핵실험 자체를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MB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박노벽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담 대사는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청정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핵폭탄, 핵미사일의 원료로 쓰이는 양날의 검이다. 미국이 개정에 까다롭게 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대사는 또한 “현재 한국은 4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21개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하지만 연료로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고 사용 후 폐연료봉은 발전소 내 저장량을 넘어서고 있다. 재처리 기술을 통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협상팀은 미국 측과 핵연료 재처리 기술에 관해서는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상태지만 우라늄 농축에 관한 부분은 별도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 박 대사는 “우라늄 농축 기술의 경우에는 인접 국가에 위탁 업체들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일본이 핵기술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무리하지 않고 미국과 끈질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지, 우리나라와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991년 비핵화 선언 당시 ‘평화적 핵주권론’을 역설했던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오는 2014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 협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장은 “핵기술을 가지는 것과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구분되어야할 문제다. 미국과 IAEA는 우라늄 농축 기술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핵연료 재처리 기술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상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가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축과 재처리 기술 자체가 불법이거나 NPT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역시 두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없이 외치는 자주국방은 ‘자궁이 없는 여자에게 아들을 낳아달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수]
박정희 이후 ‘절레절레’
국내에서 핵개발이 진지하게 거론된 것은 박정희 정권 때다. 박 대통령은 1968년 1·12 사태와 이듬해 미국이 아시아 전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닉슨 독트린’ 선언을 연이어 겪은 후 ‘평양을 때릴 수 있는 미사일’을 통해 자주국방을 꾀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야망은 오래가지 못했다. 10·26 사건으로 유신체제가 막을 내리고 5공화국이 들어선 후 친미정책이 주류가 되면서 한반도에서 핵을 만드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결정적인 것은 노태우 정권의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었다. 1991년 12월에 채택된 이 선언문에는 ‘남과 북은 핵재처리시설과 농축시설을 가지지 아니한다’고 명시되어 있어 한국은 핵 주권을 포기해야 했다.
노태우 정권을 지나 진보정권인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또한 핵개발에 소극적이었다는 게 원자력학계의 주장이다. 실제 핵실험이 있었던 국민의 정부와 IAEA 사찰을 받았던 참여정부 동안 원자력계 과학자들과 ‘정부’의 교류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오동선 PD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 번도 원자력연구소를 찾아 과학자들을 격려하지 않았다. 당시 과학자들이 이런 태도에 불쾌감을 느껴 나에게 제보를 한 것일지도 모른다”라고 추측했다.
이명박 정부는 취임 초창기부터 ‘친 원전’을 표방했지만 핵개발에 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오 PD는 “정권이 바뀔 당시 발간된 외교 백서를 보면 비밀 핵실험 내용이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아 참여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그 사실을 정확히 인수인계됐다고 보기 어렵다. 2000년 핵실험 자체를 모르고 있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와 별도로 MB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다. 박노벽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담 대사는 “원자력은 이산화탄소를 거의 배출하지 않는 청정한 에너지원인 동시에 핵폭탄, 핵미사일의 원료로 쓰이는 양날의 검이다. 미국이 개정에 까다롭게 구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박 대사는 또한 “현재 한국은 4곳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21개의 원자로를 가동 중인, 세계 5위의 원자력 강국이다. 하지만 연료로 쓰이는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수입하고 있고 사용 후 폐연료봉은 발전소 내 저장량을 넘어서고 있다. 재처리 기술을 통해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협상팀은 미국 측과 핵연료 재처리 기술에 관해서는 상당 부분 이견을 좁힌 상태지만 우라늄 농축에 관한 부분은 별도로 논의하고 있지 않다. 박 대사는 “우라늄 농축 기술의 경우에는 인접 국가에 위탁 업체들이 충분히 존재하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도입할 필요가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일본이 핵기술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무리하지 않고 미국과 끈질긴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왔기 때문이지, 우리나라와 이중 잣대를 들이댄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1991년 비핵화 선언 당시 ‘평화적 핵주권론’을 역설했던 김태우 통일연구원장은 오는 2014년에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 협정은 반드시 개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원장은 “핵기술을 가지는 것과 핵무기를 만드는 것은 구분되어야할 문제다. 미국과 IAEA는 우라늄 농축 기술에서 고농축 우라늄을, 핵연료 재처리 기술에서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실상 핵무기 제조 기술을 가지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농축과 재처리 기술 자체가 불법이거나 NPT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다. 일본 역시 두 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지 않은가”라며 “한미 원자력 협정 개정 없이 외치는 자주국방은 ‘자궁이 없는 여자에게 아들을 낳아달라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