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국내 거래소 시세차익만 최소 1400억대 판단…루나 증권성과 결제사업 불가 사전 인지 여부 변수
검찰은 테라·루나 폭락사태와 관련해 신 대표 등 핵심 피의자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및 배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조만간 기소할 전망이다. 검찰은 신 대표를 포함해 핵심 피의자 8명에 대한 재산 추징보전 절차를 최근 마쳤다. 지난 11월 15일엔 신 대표, 지난 14일엔 나머지 7명 재산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인용 결정을 받았다. 추징보전은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것으로 의심되는 수익을 재판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임의로 처분하지 못하게 하는 조치다.
신 대표 등 핵심 피의자 8명에 대한 추징보전액은 총 3200억 원을 웃돈다. 검찰은 이들이 사전발행 등을 통해 낮은 단가에 취득한 루나로 시세차익을 거둔 것이 부당이익이라고 보고 있다. 테라·루나 설계에 결함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시킨 뒤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겼다는 논리다.
검찰은 신 대표의 부당이익이 최소 1400억 원대라고 판단했다. 검찰이 '최소'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신 대표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루나를 현금화해 챙긴 시세차익만 추산해서다. 검찰은 신 대표가 보유한 루나를 해외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서도 현금화했다면 조 단위 시세차익을 거뒀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은 신 대표 재산에 대한 추징보전을 청구할 땐 1400억 원대의 시세차익만 반영했다.
조 단위 시세차익 가능성에 대해 신 대표 변호인은 "전혀 근거 없는 숫자"라며 "구속영장에도 담기지 않는 내용"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지난 11월 29일 신 대표 등 8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이를 지난 3일 기각했다. "죄질이 매우 무겁지만 구속할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신 대표 등 테라·루나 프로젝트 초기 투자자와 기술개발 핵심인력들이 사전발행한 코인 10억 개 중 1억여 개를 배정받는 등 방식으로 상당량의 루나를 낮은 단가에 취득했다고 보고 있다. 초기 투자자들의 루나 취득 단가는 0.49원 수준으로 매우 낮아 천문학적인 시세차익이 발생했다. 루나는 지난 5월 초 99% 대폭락이 발생하기 전엔 10만 원대에 거래됐다.
검찰은 신 대표가 2021년 2월부터 지난 5월까지 루나 551만 개를 매도해 1404억 원의 시세차익을 챙겼다고 보고 있다. 신 대표와 함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된 인물 7명이 거둔 시세차익은 각 791억 원, 409억 원, 283억 원, 116억 원, 48억 원, 33억 원, 10억 원이다. 검찰은 아직 신병을 확보하지 못한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의 부당이익은 914억 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검찰은 신 대표가 2020년 7월경 루나 2030만 개를 지급받은 점에 주목하고 있다. "2020년 3월 권도형 대표와 결별한 후 테라폼랩스 경영에 관여한 바가 전혀 없다"는 신 대표 측 입장에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신 대표 변호인은 "신 대표가 배정받은 루나를 한 번에 받지 않고, 월별로 나눠서 받았다"며 "신 대표가 테라폼랩스코리아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건 2020년 3월이지만, 지분 정리에 시간이 걸렸다"고 해명했다. 이어 "권도형 대표가 신 대표에게 배정받은 루나를 모두 내놓으라고 요구해서 결국 신 대표는 배정받은 루나 중 60%를 권 대표에게 주고 나왔다"며 "검찰이 제시한 2030만 개라는 숫자엔 근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테라·루나 폭락사태 재판에서 최대 쟁점은 루나의 증권성 여부가 될 전망이다. 증권성 여부에 따라 피의자들의 처벌 수위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원이 암호화폐의 증권성을 인정한 전례가 없기 때문에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
만약 루나가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는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형법상 사기죄가 적용되더라도 특정경제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은 이뤄지지 않는다. 형법상 사기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되지만,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는 이득액이 50억 원 이상일 때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이득액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으로 처벌된다.
앞서 검찰은 신 대표 등 핵심 피의자의 재산 추징보전을 법원에 신청하면서 루나가 일명 '테라 프로젝트' 수익을 귀속받으므로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우연적인 가격 변동을 기대하는 비트코인 등과 달리 루나 가격엔 테라가 결제사업에 사용되는 테라 프로젝트의 성과가 반영됐다는 논리다.
반면 신 대표 변호인은 "루나를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론 보상이 제공되지 않으므로 루나 투자자들이 사업 손익을 귀속받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금융당국도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암호화폐를 금융상품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다"며 "입법이나 명확한 기준 제시, 시장에 대한 충분한 고지 없이 수사당국에서 증권이라고 처벌한다면 시장에 큰 혼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검찰은 온라인쇼핑업체 티몬을 창업했던 신현성 대표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전자결제로 결제수수료를 낮추고자 테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권도형 대표가 발명한 암호화폐 테라·루나는 전자결제사업에 사용되는 등 실수요가 없으면 가치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 검찰 측 시각이다.
또 검찰은 테라 프로젝트 주요 임원이 2018년 9월 금융당국에 문의해 암호화폐로 결제사업을 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테라를 결제사업에 활용할 수 없었으므로 이는 테라·루나 설계의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대표 변호인은 "금융당국이 블록체인이나 가상자산을 활용한 결제사업이 불가능하다거나 불법이라는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테라·루나는 전문가나 국내외 투자자들의 검증을 거친 후 출시됐다"며 "모든 의무를 준수하면서도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활용해 결제수수료를 낮추려 한 시도를 두고 범죄시하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남경식 기자 ngs@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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