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폭 출신→쌍방울 부회장→최연소 부관장 취임, 신분세탁 의혹도…성균관 측 “현재로선 드릴 말씀 없다”
화천대유 이사 최우향 씨가 12월 16일 구속됐다. 최 씨는 2021년 10월 15일 새벽 구속 만료로 서울구치소를 나온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배웅하러 나왔다. 헬멧을 쓰고 김 씨를 데려간 그에겐 ‘헬멧맨’이란 별명이 생겼다.
최 씨는 목포 지역의 한 폭력조직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인생은 21세기에 접어들어 완전히 바뀌었다. 2000년대 후반 다국적기업 K 사 한국지사장을 맡은 최 씨는 2011년 쌍방울에 합류했다. 해외사업본부를 총괄하는 중책을 맡았다. 2013년 8월 쌍방울 대표이사로 선임된 최 씨는 2개월 만에 쌍방울그룹 국제총괄 부회장으로 영전했다.
이후 쌍방울을 나온 최 씨는 새로운 간판을 달았다. 2017년 한국 유림 총본산인 성균관에서 ‘최연소 부관장’으로 취임했다. 최 씨는 2017년 9월 유교신문 인터뷰에서 “쌍방울그룹에서 기업경영과 기업문화를 바꾸는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면서 “성균관에서도 그런 경험을 살려보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선 최 씨가 신분세탁을 위해 성균관 부관장 직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조폭 출신으로 쌍방울 임원 스펙을 쌓은 최 씨가 다음 스텝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성균관 부관장으로 이력을 세탁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2020년경 최 씨가 한 기업인수전문회사를 창립했는데, 아마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처럼 ‘기업 사냥꾼’이 되고자 했던 것 아닌가 하는 말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최 씨가 최연소 부관장으로 취임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성균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성균관엔 부관장이 상당히 많다. 총 35명까지 임명할 수 있다”며 “성균관 1년 예산이 10억 원대 규모다. 부관장직은 부족한 예산 규모를 메우기 위해 돈을 받고 주는 명예직이라는 소문이 자자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최 씨 역시 헌성금 명목으로 성균관에 돈을 냈을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성균관에서 유학을 공부한 원로 언론인도 “부관장 자리는 성균관 내에서 명예직으로, 성균관 부관장이 되려면 한 3000만 원 정도 헌성금을 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밖에 나가서 본인을 ‘성균관 부관장’이라고 소개하면 사람들이 훌륭하다고 평가하지 않겠나. 조선 왕조 시절엔 통치 강령의 요람이었던 성균관이 지금은 이름뿐인 기관이 된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라고 덧붙였다.
정치권 일각에선 최우향 씨가 성균관에서 동양철학을 배우고 부관장 직까지 오른 데에 김만배 씨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김 씨가 성균관대 동양철학과 출신이며 주역에 관심이 많았고, 최 씨와는 2002년부터 각별한 사이로 지낸 것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김만배 씨와 최우향 씨는 사실상 운명공동체 같은 모양새로 보인다”면서 “최 씨는 지난 5월에 화천대유 이사로 취임했다. 대장동 의혹으로 한창 시끄럽던 이 시기에 화천대유 임원으로 등기를 했다는 것은 의리가 없다면 행동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최 씨의 의리가 추후 이재명 대표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서 엄청난 나비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최 씨는 쌍방울과 화천대유를 오간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양대 리스크 모두에 깊숙이 관여돼 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자금 은닉 혐의로 구속됐다. 정치권 일각에선 ‘사법 리스크’의 뿌리가 된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키맨이 최 씨라는 이야기도 있다. 최 씨가 쌍방울에서 화천대유로 넘어가기 전 잠시 머물렀던 자리는 성균관이었다. 주역 점괘를 사명으로 쓴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창립된 시기와 맞물리기도 한다.”
그는 “최 씨가 성균관 부관장 ‘스펙’을 계기로 더 큰 도약을 꿈꿨지만,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최 씨는 2020년 기업인수전문회사를 설립한 뒤 비상장사 인수 작업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과정에서 천화동인 1호의 ‘대장동 수익금’이 최 씨에게 흘러들어갔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2월 23일 성균관 측은 일요신문에 “현재로선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했다. 헌성금을 내야 부관장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성균관 측은 “다른 기관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면서 “(최우향 씨 관련된 사안에 대해선) 그 일을 잘 모르며 답변 드리기 힘든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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