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관 “가짜뉴스, 면책특권 적용 안 돼” vs 김 의원 “해야 할 일 한 것, 소송 100% 승리”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022년 12월 2일 서울중앙지법에 김의겸 의원과 유튜브 매체 '더탐사' 관계자들, ‘청담동 술자리 의혹’ 최초 제보자 등을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한 장관이 김 의원을 직접 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장관은 이들을 정보통신망법 위반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형사 고소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장관은 2022년 12월 7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라는 것이 가짜뉴스 유튜브와 협업해 (허위 사실을) 뿌리고 그것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는 것까지 허용하는 건 아니다”며 “그동안 국민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등 사회적 소모가 컸다”며 소 제기 취지를 알렸다.
쟁점은 김 의원이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통해 책임을 면할 수 있을지다. 헌법 제45조는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면책특권을 규정하고 있다. 한 장관은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더탐사와의 공모 행위는 국회의원 직무와 연관이 없기 때문에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 장관은 30장이 넘는 고소장에서 김 의원이 사전에 더탐사 측과 사전에 공모했다는 주장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도 면책특권 적용 여부를 놓고 견해가 팽팽한 모습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한 장관 명예를 훼손하려고 했다면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고 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이 더탐사 측 제보 내용을 얼마나 신빙성 있게 받아들였는지 봐야 하는데, 김 의원으로서는 제보 사실을 신뢰했다고 주장하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김 의원이 더탐사와 사전에 모의한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는 직무와 연관이 없기 때문에 면책특권은 인용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김 의원이 불리할 것이라고 점쳤다.
김 의원은 2022년 10월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더탐사 매체와 협업한 건 맞다”고 인정한 바 있다. 이날 김 의원은 한 장관에게 윤석열 대통령, 김앤장 소속 변호사 30여 명과 2022년 7월 19~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고급 주점에서 술자리를 가진 적 있느냐고 질의했다.
제보 출처는 더탐사였다. 당시 김 의원은 국감장에서 더탐사 측이 제공한 제보자 A 씨와 첼리스트 B 씨의 통화 녹음 파일을 틀었다. 통화에서 B 씨는 당시 연인관계였던 A 씨에게 한 장관을 청담동 가게에서 봤다고 주장했다. 이후 논란이 거세지자 B 씨는 “A 씨에게 했던 말은 거짓말이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김 의원 측은 한 장관이 제기한 소송에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김 의원은 2022년 11월 24일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윤석열 대통령 등 관련된 분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면서도 “국정과 관련해 중대한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에서 이를 확인하는 것은 국회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다시 그날로 돌아가도 저는 같은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소송과 관련해서는 1월 7일 ‘SNL코리아 시즌 3’에서 “(한 장관에게) 10억 줄 일 없다. 소송은 100% 이긴다”고 자신했다. 제보를 받고 국정감사장에서 직무를 정당히 이행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김 의원의 면책특권 적용 여부를 두고 정치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 의원을 두고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라며 면책특권이 적용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1월 8일 논평에서 “근거 없는 자신감의 출처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인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역시 “김의겸 의원은 면책특권 때문에 형사적 처벌을 받지 않는다고 판단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착각”이라며 “무엇을 하는 곳인지도 잘 모르는 (유튜브 채널) 더탐사라는 곳과 김의겸 의원이 공작 냄새가 풀풀 나는 협업한 사실을 시인한 이상 더탐사의 범죄행위에 가담한 형사적 처벌 대상이며 면책특권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한 장관을 향해 대립각을 세웠다. 한 의원은 “(김의겸 의원이) 좀 더 신중했으면 좋았겠지만, 제보가 있는 상황에서 당사자에게 직접 질의를 하는 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며 “한 장관이 10억 소송을 건 것 자체가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김 의원 제보와는 별개로 장관이 거액의 소송을 제기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의미였다.
다만 야당에서도 김 의원 질의를 두고 신중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2년 10월 26일 “국회에서 장관이나 국무위원에 대해 질의를 하게 될 때는 정확하게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서, 또 법적 근거를 갖고 질의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정가 일각에서는 의원들이 면책특권에 기대 의혹을 무차별적으로 제기하는 건 잘못됐다는 기류가 있긴 하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일요신문에 “직무와 관련해서 묻는 게 아니었다. 국회의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을 묻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며 “이 사안은 직무상 면책특권이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의겸 의원실 관계자는 “구체적 제보가 있고 녹취도 있는데 당사자한테 물어보는 게 제일 빠르지 않느냐”며 “(면책특권은) 당연해서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공모라는 것도 서로 공유한 게 다일 뿐이고, 같이 뭘 한 건 아니다. 면책특권은 당연한 것이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설상미 기자 sangmi@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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