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열망이 강렬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인구 수는 지난해 기준 약 5200만 명으로 세계 29위지만, 같은 해 국내 명품시장 규모는 125억 420만 달러(한화 약 14조 8000억 원)로 세계 7위다. 인구 대비 명품시장 규모가 크다. 특히 2030세대의 명품 구매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를 방증하듯 매일 오전 국내 백화점 앞에는 영업시간 전부터 명품을 구매하기 위한 ‘오픈런’(개점 전부터 형성되는 대기줄)이 시작된다. 국내 소비자들, 2030세대는 왜 오프런까지 하며 명품 구매에 열을 올릴까.

명품 언박싱(구매한 상품의 상자를 개봉하는 과정) 콘텐츠를 운영 중인 유튜버 A 씨는 “명품관을 둘러보면 오픈런은 여전하다”며 “명품 되팔아서 20만~30만 원이라도 벌겠다는 사람도 마찬가지(로 여전하다)”고 말했다. 백화점업계 한 관계자는 “경기 불황에도 명품시장은 계속 성장했다”며 “코로나19에도 명품업계가 백화점 매출의 중심이 됐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3대 명품 브랜드인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 입점 점포가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진 신세계백화점은 명품 덕에 매출이 고공행진 중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증축 공사를 통해 1층 명품 화장품관, 2층 여성 명품관 등으로 배치해 명품 경쟁력 강화에 힘쓴 결과 지난해 매출 2조 8400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2조 5000억 원) 대비 약 14% 증가한 것이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코로나19로 소비침체가 왔던 2020~2021년에도 2조 원대 매출을 꾸준히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의 전체 매출 중 명품 비중은 2019년 16% 수준에서 지난해 26%까지 커진 것으로 집계됐다.
명품시장에서 특이할 만한 점은 명품시장 '큰손'으로 2030세대가 등장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이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화한 경제고통지수를 세대별로 산출한 결과 지난해 상반기 기준 청년들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5.1을 기록했다. 체감경제고통지수는 각 연령대별 체감실업률과 연령대별 물가상승률을 합산한 수치다. 전경련 측은 “코로나19 확산 이전(2019년 상반기 23.4)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물가가 많이 올라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청년들이나 소득이 적은 사회 초년생들이 생활비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30세대가 느끼는 체감경제고통지수가 높은데 이들의 명품 구매는 활발해졌다. 백화점업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백화점별 2030세대 명품 매출 비율은 신세계백화점 50.5%, 현대백화점 48.7%, 롯데백화점 45.4%를 기록했다. 지난해 2월 롯데멤버스가 발간한 ‘라임 명품 소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2020~2021년 명품 판매량은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8~2019년 대비 23%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20대 명품 구매 증가율이 70%로 가장 많이 늘었다.
백화점업계는 2030세대 VIP 고객을 따로 관리하기도 한다. 현대백화점은 2030 전용 VIP프로그램 ‘클럽 YP’를 만들었다. 나이 기준에 해당하는 소비자 중 현대백화점카드 3000만 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나 기부 우수자, 봉사활동 우수자 등만 가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30세대의 명품 구매가 내적 불안함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한다. 타인에게 명품으로 치장된 자신을 과시하면서 경제적 불안감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경제·사회적 불안함을 명품으로 치장하고 명품 구매 과정에서도 (스스로에게) 보상해준다는 심리가 작용하는 것 같다”며 “경제적 불안함을 자신을 과시함으로써 해소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30세대의 '리셀 재테크'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명품을 사고 팔아 이익을 취하는 것이다. 명품 리셀은 부동산·주식 등에 비해 단기간에 수익을 낼 수 있고,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하지 않아 2030세대가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차례 가격을 인상했던 샤넬의 인기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미디움’은 2019년 11월 715만 원에서 지난해 11월 1316만 원으로 2년 사이 601만 원이 올랐다. 2년 전 해당 제품을 구매해 거의 쓰지 않고 올해 되팔았다면 큰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이다.
매년 명품업계가 명품의 가격을 인상하는 것에 국내 소비자들이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샤넬은 오늘이 제일 싸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명품 가격 인상이 오픈런과 리셀 재테크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명품업계 한 관계자는 “명품 가격이 계속 오를수록 리셀 재테크 열풍은 더 거세질 것”이라며 “국내 명품업체들만 배부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