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르메스도 지난달 가방, 신발, 의류 등 제품 가격을 5∼10% 올렸다. 에르메스의 가방 ‘가든파티36’는 498만 원에서 537만 원으로, 린디26은 1023만 원에서 1100만 원으로 인상됐다. 여름 슬리퍼로 유행한 ‘오란’은 86만 원에서 95만 원으로 10.5% 올랐다. 통상 에르메스가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 명품업계 인상 행렬이 이어져 샤넬, 루이비통 등 다른 명품 브랜드 가격도 곧 인상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명품업계 가격 인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샤넬은 지난해 1월, 3월, 8월, 11월 총 4차례 가격을 올렸고, 구찌는 지난해 2월, 6월, 10월에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크리스찬 디올도 지난해 1월, 7월 두 차례에 걸쳐 주요 제품 가격을 올렸다. 회원수 63만 명을 보유한 국내 명품 정보 관련 포털사이트 카페에는 “끝도 없이 올려서 화가 나는데 특정 브랜드만 (가격을) 올리는 게 아니라 (모든 명품 브랜드가) 다같이 영향을 받으니까 더 열 받는다” “갑질이다.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들이 줄 서서 사니까” “잦은 가격 인상으로 불쾌하다” 등의 질타가 이어졌다.
명품업계는 가격 인상에 대해 “원재료값 상승, 환율 변동, 제작비 등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한 명품업계 관계자는 “대체로 환율 변동을 계기로 추가 가격 인상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일부 명품 브랜드가 VIP에게만 가격 인상 계획을 귀띔해 소비 심리를 더 자극시키는 경우도 있다. 포털사이트 카페,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VIP들 사이에서 가격 인상 공지가 전해졌다’는 내용이 퍼진 뒤 ‘오르기 전에 사야 한다’는 소비자들이 생기는 것이다. 즉, 소수 고객을 통해 전체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상술을 벌이는 셈이다. 실제 지난해 불가리에서 일부 VIP에게만 가격 인상을 공지한 사실이 대다수 소비자들에게 알려진 뒤 ‘미리 구매해야 한다’는 소비층이 생긴 바 있다. 당시 불가리를 향해 소비 심리를 자극시킨다는 비판이 일었다.
익명을 요구한 프랑스 명품업체 한국법인의 한 직원은 “가격 인상 공지를 VIP 고객에게만 알리면 VIP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들은 기분 나빠할 순 있지만, 기분 나쁘다고 구매를 안 하는 것은 아니다”며 “(소비자들이) 구매하기 위해 돈을 더 쓰면 썼지 안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마케팅 전문 컨설팅 업체 관계자는 “수량이 적기 때문에 값이 높아질수록 ‘몇 안 되는 사람만 이것(명품)을 가질 수 있다’는 우월감이 소비를 촉진시킨다”며 “보여주는 모습에 민감한 국내 소비자들 특성상 우월감은 자신의 약점을 감추고 과시하고 싶은 욕구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12일 발표된 미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 보고서에도 국내 명품 소비 현상과 관련해 “한국은 다른 대다수 국가들의 소비자들보다 외모와 경제적 성공에 열광한다”며 부를 외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허용되는 사회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명품업계의 잦은 가격 인상에도 소비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구매행렬에 오른 것은 ‘파노폴리 효과’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파노폴리 효과는 상품을 소비할 때 해당 상품을 소비할 것으로 여겨지는 집단과 동일시되는 현상을 뜻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명품 가격이 인상되면 구매 부담이 느껴지지만 ‘나도 (명품을)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본인을 경제적 여건이 뛰어난 사람과 같은 급으로 생각한다”며 “명품 구매자를 동경하고 선망하는 데서 비롯된 행위”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내 소비자들을 향해 “명품이 보여주는 차별화로 스스로 가치가 높아졌다는 기대감이 생길 수 있다”면서도 “‘명품이 나의 가치를 높일까’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