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DB |
스트레스를 제외하면 발기부전의 주원인은 노화다. 나이가 들면 어쩔 수 없이 성기능이 약화되는 게 사실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균형 잡힌 식사로 건강을 유지하며 고혈압과 당뇨 등 성인병을 조심하는 게 으뜸가는 예방법이다. 또 발기부전과 함께 사정장애, 조루 등 전반적인 성기능 장애를 비롯해 뇌경색, 심근경색이 일어날 수도 있으므로 자가 체크를 해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전문의를 찾아가는 게 좋다. 그런데 미국의 건강정보뉴스 <My Health News Day>에 따르면 발기부전을 일으키는 의외의 요인이 있다고 한다. 대머리 치료제, 치주병, 자전거 타기, 우울증 등이다. 간과하기 쉬운 예상 밖의 원인에 대해 조목조목 살펴봤다.
# 대머리 치료 알약
성욕 유지 호르몬 농도 낮추기도 해
올 1월 국제 성의학저널 <The Journal of Sexu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대머리 치료에 사용되는 경구투여제 복용 시 일부 남성들에게서 부작용으로 발기부전이 나타났다고 한다. 복용 약은 프로페시아(Propecia), 프로스카(Proscar), 아보다트(Avodart), 두타스테라이드(Dutasteride)로 불린다. 모두 미 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도 시판되고 있다. 전립선이 커져 배뇨곤란 증상을 보이는 전립선 비대증에도 쓰인다.
이를 보고한 미국 메릴랜드대학 앤드류 크래머 박사에 의하면 그 이유는 약의 성분이 혈액 중에 있는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ihydrotestosterone)의 농도를 낮추기 때문이다.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은 성욕을 유지시키는 남성호르몬 중 하나다.
# 치주병
발기부전 제1원인 심장병과 밀접
만성적인 치주염 등 치주병을 앓고 있는 이들은 발기부전을 조심해야 한다. 잇몸이나 잇몸뼈가 망가지는 병인 치주염이 어떻게 발기부전을 일으키는지 메커니즘은 분명치 않다.
그러나 이미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는 치주병이 발기부전 리스크를 높이는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또 많은 역학조사에서 치주질환을 방치할 경우 발기부전의 직접적 원인인 심장병과 당뇨, 고혈압 등을 일으키거나 악화시키는 등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밝혀졌다. 게다가 독일 키엘대학 연구팀의 유전자 조사에 의하면 인간의 9번 염색체의 유전자는 치주질환과 심장병에 동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 비뇨기과 브루스 카바 교수는 “치주병 환자는 치아 조직 이외 부분에서 혈액 순환 문제를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며 “치주병이 음경의 혈액 흐름에 일정한 영향을 끼친다”고 지적했다.
# 친구 찾는 아내
‘나보다 친구가 좋아?’ 남성다움에 위협 느껴
누구든지 사랑하는 반려자가 자신의 친구와 아내가 사이좋게 지내기를 바란다. 하지만 동성 친구와 유독 친한 아내를 둔 남편들은 발기부전에 유의해야 한다.
2011년 미국 시카고대학과 코넬대학 공동연구팀이 57~85세 남성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배우자나 애인이 친구와 사이가 좋으면 남성은 침울해지고 심지어 성욕을 잃기도 한다. 즉 아내가 친구와 친밀하면 남편의 발기부전 리스크가 높다.
연구팀은 남성다움을 규정하는 사회통념이 원인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니까 50~60대 중년 남성은 아내가 친구와 친하게 지내면 무의식 중에 자신의 남성다움이 친구 때문에 위협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아내를 놓고 아내의 친구와 경쟁하는 것 같은 질투심을 미묘하게 느끼는 것이다.
그런데 70~80대 남성에게는 이런 현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노년층이 중년 남성과는 사뭇 다르게 남성다움을 인식하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 자전거 타기
음경에 혈액 운반하는 주변신경·동맥 손상
일상적으로 타는 자전거는 발기부전과는 그다지 관련이 없다. 그러나 사이클링 등 장거리 자전거 타기는 발기부전 위험도를 높인다.
이에 관해서는 벌써 여러 차례 의학계에서 논문이 나왔는데 이를테면 주 3시간 이상 자전거를 타며 안장에 앉아 있는 남성의 4%는 심각한 발기부전 증상을 겪은 바 있다고 한다. 반면 같은 연령대 중 자전거를 평소에 타지 않는 남성의 발기부전율은 1%에 불과하다.
오랜 시간 자전거를 타면 음경에 혈액을 운반하는 주변 신경과 동맥에 체중이 실려 결국 신경과 동맥이 손상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 우울증
항우울제 복용 남녀 절반 성기능 저하 호소
미국 클리블랜드의학 재단 (Cleveland Clinic Foundation)은 중증 우울증 환자의 61%가 발기부전 등 성적 문제를 겪는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단순한 우울증에 의해 성욕이 사그라지는 경우 비아그라를 복용해도 뚜렷한 효과를 못 본다. 투약하는 우울증 약과 비아그라가 맞는지 의사와 상담하는 게 좋다.
우울증 발병 시에는 뇌 세포의 작용으로 음경의 혈액순환이 나빠지기도 한다. 더군다나 섹스를 즐기지 못하는 상태가 되면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식으로 악순환을 한다.
최근에는 프로작(Prozac) 등 SSRI(Selective Serotonin Reuptake Inhibitor·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계열 항우울제를 복용할 경우 성기능이 저하된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미국립정신보건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의 조사에 따르면 SSRI계열 항우울제를 복용한 남녀의 절반이 성기능 저하를 호소했다. 특히 남성은 성욕감퇴와 더불어 조루와 발기부전 증세를 보였다.
그럼 남편이 우울증에 걸려 발기부전이 나타날 때 아내는 어떻게 대처하는 게 좋을까? 예를 들어 “비아그라를 먹어라”고 말하는 건 금물이다. 심한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성욕 자체가 생기지 않을 때는 별반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 아내는 칭찬을 자주해 남편이 정신적인 안정을 찾도록 돕고, 남편은 아내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기 행복이 뭔지 알려고 노력하는 게 우선이다.
조승미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①일본 성기능의학회, 발기 강도 지수
발기부전은 타인이 판단하기 어렵다. 초기에는 치료가 더 쉬우므로 스스로 판단해 뭔가 평상시와 다른 점이 있는지 점검해 보자. 등급 0~3까지 발기부전이 의심된다.
널리 쓰이는 발기부전 체크법은 여러 개가 있지만 손쉽게 시도해 볼 수 있는 게 우표 붙이기 검사다. 우표 4~5장을 준비한 다음 음경의 둘레 길이만큼 우표를 이어 둥글게 붙인다. 우표가 아깝다면 우표 옆 하얀 부분만 뜯어내 써도 된다. 동그랗게 붙인 우표를 음경에 끼우고 잤다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우표가 뜯겨 있지 않다면 발기부전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조]
정력 감퇴 음식
햄 좋아하는 당신 ‘흐물’
대표적 강장식품으로 알려진 마늘. 매일 먹으면 좋지만 위가 나쁜 이들은 속이 쓰려 부담스럽다. 이럴 때는 술을 비롯해 정력을 감퇴하는 식품만 피해도 좋다.
성욕과 성기능을 관장하는 것은 자율신경계를 이루는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다. 교감신경은 흥분하면 심장박동이 빨라지므로 성욕과 관련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은 부교감신경이 작용해 긴장이 완화됐을 때 성욕이 커진다. 부교감신경은 칼슘이 부족하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런데 칼슘의 천적이 바로 ‘유기 인’이다. 유기 인은 가공식품을 보존하기 위해 쓰이는 유기화합물의 일종인데 다량 섭취하면 체내의 칼슘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유기 인을 함유한 햄과 소시지, 가공어묵, 냉동 만두와 같은 냉동식품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밖에도 동남아나 멕시코 요리에 자주 들어가는 고수도 유의해야 한다. 대량으로 섭취하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낮추기 때문. 토닉워터의 비율이 많은 진토닉과 같은 칵테일도 피해야 한다. 토닉워터에 들어 있는 ‘키니네’란 성분이 테스토스테론을 낮춘다.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