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에프, 장애인 신체·정신지원 전문 프로그램 운영…장애 이웃 위한 ‘6F’
- 윤 대표 "가면을 쓰지 말자" 진솔한 모습으로 '불편한 이웃' 돕는 것이 내 소명
[일요신문] "제가 키도 작고 외모도 부족하지만, 그저 평균보다 조금 불리한 상황인 것 뿐이죠. 이것처럼 우리는 자신과 '틀린 것'이 아닌 조금 '다른', 동시대 살아가는 이웃입니다."
윤창교 ㈜식스에프 대표가 '일요신문'과 인터뷰 자리에서 밝힌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자신의 소견이다. 윤 대표는 "장애를 가진 분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의 이웃들이 한결 좋은 삶을 살도록 조력을 해 드리기 위한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윤 대표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달 3일 교육부총리 표창도 받았다.
그는 수십년간 '이웃이지만 조금 다른' 장애를 가진 분들을 위해 헌신하고 있다. 2023년 한해도 토끼처럼 깡충깡충 현장을 뛰며 장애인을 위한 도움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했다
무엇이 윤 대표를 이렇게 열정적인 삶을 살도록 하는지 궁금하다.
많은 장애인들을 위한 관련된 기관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저 예산, 후원 없는 단체, 사재를 털어 운영하는 단체, 이름만 유지하는 장애인 단체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렇듯 장애인들을 위한 분야는 이 같은 난관을 해결 해야 하는 능력도 필요로 하고 있다.
'일요신문'은 최근 대구 중구 '㈜식스에프' 사무실에서 윤 대표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 "'중도'로 분류된 중복장애, '중도중복장애'라고 하죠"
"대학교에서 '중도중복' 장애인과 장애아동에 대한 강의를 전문적으로 했어요. 특히, 중도중복 장애인을 도와드리는 재활기관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죠. 그 분들은 삶의 취약계층 중에서도 가장 어려운 분들입니다. 중복된 장애로 스스로 통제하기 힘든 신체·정신적 장애를 가지고 있어요. 저는 이런 이웃들을 위한 전문화된 서비스를 하고 싶습니다."
'중복장애(Multiple disabilites)'란 일반적으로 원인·종류·정도에 관계없이 단일 장애가 동시에 2가지 이상 나타나는 것으로, 1차 주된 장애와 2차 수반 장애를 함께 가진 것이다. 장애 정도에 따라 중도·중등도·경도로 나뉘는 데, '중도'로 분류된 중복장애를 가진 이들을 '중도중복장애'라고 한다.
이들의 삶은 매우 고달프다. 우선 자립이 불가능에 가까운 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어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한 상태다. 본인도 힘들지만 그 곁에서 모든 것을 뒷바라지 하는 가족들도 시간이 지날수록 지치게 된다. 문제는 이들을 위한 제도적 마련과 사회·기업·기금마련 등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장애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은 없어야겠다. 그런 다짐으로 여기 저기를 다녔지만, 사실 현실은 어려웠습니다. 이른바 '돈이 안되는 사업'이니까, 투자자나 후원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죠. 그래서 차라리 내 뜻을 펼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어서 현실적으로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돈을 벌고, 소외된 이들을 위해 도울 수 있는 유·무형의 가치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윤 대표의 이 같은 마인드로 탄생한 것이 예비사회적기업 '㈜식스에프(Six F)'이다. 6개의 'F'는 기능(Function), 가족(Famaily), 건강(Fitness), 재미(Fun), 친구들(Friends), 미래(Future)를 의미한다. 몸이 불편한 이들은 물론 가족 그리고 그 주변인까지 하나로 뭉쳐 활동하고 현재와 미래를 위해 함께 나아가는 것이 주된 목표라는 것이 윤 대표의 설명이다.
― 직원 8명, 15년 간 함께한 동료만 상당수…'사명'·'소명' 그 자체
현재 ㈜식스에프에는 윤 대표를 비롯해 직원이 총 8명이 있다. 이 가운데 윤 대표와 15년 간 함께한 동료가 상당수다. 안정적이고 편안한 직장 대신 윤 대표와 함께 한 이들에게 '㈜식스에프'는 그저 돈 버는 직장이 아닌 어려운 이웃을 돕고자 하는 '사명'과 '소명' 그 자체인 것이다.
"아버지가 중증 장애인이셨어요. 뇌를 크게 다치면서 1년에 한번씩 큰 발작을 일으키셨죠. 제가 대구대 물리치료학과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23년간 자연스럽게 장애인을 접하면서 나름의 방법을 배운거 같아요. 동네 아저씨, 누나, 친구, 동생 똑같은 분들이예요."
윤 대표는 장애아동과 뇌성마비 관련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삶 또한 장애 영역에 머물게 됐다. 그러면서 어떤 서비스가 장애인들에게 가장 만족스러운지 고민하게 됐다. '행복'을 위한 철학적 관심 그리고 과학발달에 따른 '전문적인' 개별적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건강·장애관련 지원 전문가 그룹 '㈜식스에프'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사훈이 있다면 '가면을 쓰지 말자' 입니다. 꾸미는 말, 거짓말, 치장하는 말 등 가식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특히 장애를 가진 우리의 이웃을 가식으로 대한다면 그 분들의 상처는 더욱 큽니다. 그러니 이 일은 사명감 없이 할 수 없는 직업입니다. 진솔한 모습으로 오롯이 나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가장 깔끔한 삶 아니겠어요?"
장애를 가지면 심리적으로 우울해지고 일상도 힘들다. 신체적 운동을 통해 심리적 무드(mood)를 올리거나 낮추게 도와야 한다. 특히, 돌발행동은 심리적 탐구활동 등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행동으로 표출된다. 이때 이들은 의학적으로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린다. 이 심리를 평준화로 끌어올리거나 낮추기 위해 전문적인 운동서비스를 하는 것이다.
"이 분들은 인지나 지각 상태가 매우 떨어지죠. 그래서 '밝은 색 풍선'으로 관심을 유도합니다. 풍선은 재질도 부드럽고 가볍죠. '퉁' 치게 되면 자기의 의지대로 움직여지니까 목표의식을 가지는 데 도움을 줍니다. 물건 하나 제대로 못 움직이는 이 분들에겐 가볍고 목적성을 가질 만한 것들이 필요합니다. 풍선을 좋아하는 분들도 있으시고, 춤추는 장난감 뽀로로, 큰 짐볼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있어요."
― 장애아동 한 명만 봐선 안되고, 가족을 봐야
'㈜식스에프'는 상당히 깊고 정확하게 장애인은 물론 그 가족까지 살핀다. 예를 들어 부모가 장애를 가진 자신의 아이에게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고 싶다고 연락이 오면, 스케줄을 잡기 전 아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전반적인 이야기를 듣는다. 이후 직접 대면해 부모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장애아이의 신체·정신적 대면 평가에 들어간다. 그 평가를 바탕으로 부모의 요구와 장애아이의 삶의 변화가 일치하는 지점을 찾아 서비스를 결정하게 된다.
"사실 이론적으론 쉽지 현실은 다릅니다. 어떤 어머니가 오셔서 '우리 아이 신체적으로 운동을 좀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직접 보니까 돌발행동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심리적 상담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아이만 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도 동시에 상담을 했죠. 호응이 매우 좋았습니다. 장애아동 한 명만 봐선 안되고, 가족을 봐야 합니다. 그 장애로 가족들이 얼마나 영향을 받고 있는지 살펴야 되죠. 종합적으로 보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습니다. 잠깐 운동하고 잠시 심리상담 받는 것으로 달라지지 않아요."
그야말로 '사명감'을 가진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6개의 'F'이다. 장애인에 대한 기능적 접근, 그리고 그의 가족, 심리·신체적 건강을 살피고, 삶에 재미를 줘서 친구들을 사귀게 하고 스스로 미래를 꿈꾸며 살게 끔 도와주는 것이다.
"낚시를 좋아하는 분도 있고, 그저 창 밖만 바라보는 것을 원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바람 쐬며 걷고 싶으신 분에겐 함께 인근 공원에 가서 같이 걸어요. 집 안이나 시설에 있는 것보다 자연을 거닐며 주변 사람을 보는 것을 이 분들이 더 원하는 것이죠. 이것이 수혜자 중심의 개인 맞춤형 서비스 아니겠어요"
― "중요한 것은 장애인과 가족 모두가 '인내' 할 수 있는 환경 만들어 주는 것"
"대구의 특수학교 7곳과 협업해 사업을 하는 가운데 모 특수학교에 파견을 나간 적이 있었어요. 한 부모님이 장애아동을 좀 함부로 대하시더라고요. 처음부터 그러신게 아니었죠. 어릴 적에는 잘 해줬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 힘들어지니까...아이를 들고, 업고, 보살피는 것을 수십년 하게 되면 허리, 무릎 등 온몸이 아플 겁니다. 결국엔 부모가 힘들고 지치고 짜증도 나니까 나중엔 함부로 대하게되는 것이죠. 그래서 환경을 바꿔드렸어요. 단지 침대를 조금 높게 한다던가, 기상 보조기, 난간, 가드, 안전 손잡이 등을 설치해 드렸어요. 그러니까 우선 부모님이 편하신 거예요. 그럼 그 에너지가 장애아이의 돌봄으로 더 갈 수가 있는 것이고, 더 사랑할 수 있게 이어지는 것이죠."
장애를 겪지 못한 이들은 장애인의 삶을 다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비장애인도 언젠가는 장애를 가지게 된다. 특히 지금은 경제·정치·사회적으로 엔트로피(entropy)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 또한 여전하다. 서로에 대한 특히 '조금 다른 불편한 이웃'에 대한 이해와 관심, 그리고 사회적 기부·투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윤창교 대표는 "장애를 가지신 분들에게 오히려 제가 많이 배우고 있으며, 이로 인해 제 삶이 윤택해지고 '인간이 되어 간다'는 그런 느낌을 받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제가 제일 하고 싶은 'Six F'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어려운 이웃과 장애를 가진 이들 중에서도 제일 소외된 분들 역시 사회의 일원으로서 행복해 질 권리가 있는 것"이라며, 그것을 되찾게 해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식스에프'는 수십년 간의 노하우와 인프라로 장애학생·장애인을 위한 신체·정신적 지원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청, 특수학교, 지역 시민 단체와 협업해 운영 중이며, 전문적이면서 배려있는 접근으로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요구 수요가 많은 것에 비해 현실적인 어려움은 많다. 기부·후원·투자를 원하는 뜻있는 이들이 있다면 언제든지 '㈜식스에프'로 연락하면 된다.
김은주 남경원 대구/경북 기자 ilyo07@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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